한화, STX중공업 대신 HSD엔진 인수 의사
한화임팩트 '친환경 발전 기술'과 HSD '엔진 제조 역량' 시너지 기대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한화가 대우조선해양에 이어 선박엔진 전문기업인 HSD엔진(옛 두산엔진) 지분 인수에 나섰다. 당초 추진했던 STX중공업 인수는 손을 뗀다는 방침이다. 

HSD엔진 인수가 마무리되면 한화는 선박 건조부터 엔진 제작까지 아우르는 통합 선박 제조 벨류체인을 완성하게 된다. 특히, 한화임팩트의 친환경 발전 기술과 HSD엔진의 엔진 제작 기술이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방산' 대신 '상선'

한화임팩트는 HSD엔진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 HSD엔진 주식 1190만3148주를 895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고 지난 16일 공시했다. HSD엔진의 현 최대주주인 인화정공으로부터는 HSD엔진 주식 1544만2480주을 1374억원에 인수할 계획이다. 인수가 마무리되면 한화임팩트가 HSD엔진 지분 33%를 보유하게 된다.

한화는 다음 주부터 실사를 시작해 오는 4월 본 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이후 기업결합승인 심사를 고려하면 3분기 중에는 기업 인수를 마무리 지을 것으로 보인다. 

HSD엔진은 선박용 엔진 기업으로 세계 최대 생산업체 중 하나다. 특히 저속엔진 분야에서 세계 2위의 점유율을 나타내고 있다. 한화는 지난해 본계약을 체결한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더해 HSD엔진 인수로 조선 분야에서 벨류체인을 확고하게 구축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업계에선 한화가 STX중공업 대신 HSD엔진을 인수한 것에 대해 '조선 사업을 제대로 해보겠다는 의지'로 평가한다. 방산보다는 상선에 초점을 맞춘 선택이라는 분석이다. 

당초 한화가 STX중공업 인수에 나선 것도 방산사업 부문 시너지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업계의 시각이 다수였다. STX는 함정용 소형 엔진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최광식 다올투자 연구원은 "HSD엔진 인수로 엔진업체와 방산부문 시너지는 기대하기 어려워졌다"며 "HSD엔진은 STX중공업이 보유한 함정용 소형 엔진 기술을 갖고 있지 않다. HSD엔진은 중·대형 엔진을 제작한다"고 말했다.

한화 관계자는 "HSD엔진 인수는 대우조선해양이 주력으로 하는 대형 선박 등 상선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두고 고심한 결과"라며 "STX중공업보다는 HSD엔진을 인수하는 것이 사업 시너지 효과 등에서 더 나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LNG운반선. /사진=대우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LNG운반선. / 사진=대우조선해양

◇친환경 엔진 개발로 경쟁력 강화

HSD엔진 인수로 인한 시너지 효과도 기대 요소다. 친환경 엔진 개발이 그중 하나다. 친환경 엔진은 글로벌 탄소 배출 규제에 따라 수요가 증가하고 추세다. 국제해사기구(IMO)는 2050년까지 선박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8년 대비 50%까지 감축하겠다는 온실가스 감축 규제계획을 발표했다.

친환경 엔진 제작 기술 확보의 중요성은 HD현대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다. HD현대 조선 중간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은 메탄올 이중연료 추진 엔진 기술력에서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조선해양은 지금까지 총 54척의 메탄올추진선을 수주하며 세계 최다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14일에는 HMM이 발주한 9000TEU급 메탄올추진 컨테이너선 7척에 대한 건조계약을 체결했다.

이동헌 대신증권 연구원은 "환경 규제 강화로 선주들이 배를 주문할 때 엔진에 대한 기술력이나 협력 개발을 요구하는 상황"이라며 "엔진 개발 기술을 가지고 있는 업체가 수주 경쟁에서 유리하다. HD현대가 메탄올추진 선박을 대부분 수주하는 것도 이러한 배경 덕분이다"고 분석했다.

조선업계가 친환경 기술력을 앞세워 미래 선박 시장 선점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한화는 한화임팩트의 가스터빈 기술과 HSD엔진의 엔진 제조 역량이 만나 친환경 엔진 생산 시기가 앞당겨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화는 "수소 혼소 가스터빈을 비롯한 친환경 발전 기술에 HSD엔진의 제조 능력을 더해 이중연료 엔진 생산 등 탈탄소화 규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한편 STX중공업을 사이에 놓고 벌이던 재벌 3세 간 경쟁 구도도 막을 내리게 됐다. 한화임팩트가 HSD엔진 인수에 나서면서 STX중공업은 HD현대 품에 안길 가능성이 커졌다. 정기선 HD현대 사장과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친구 관계로 알려졌다. 한화임팩트의 최대주주는 지분 52.07%를 보유한 한화에너지이며 한화에너지는 김 부회장, 김동원 사장, 김동선 전무 등 삼 형제가 지분 100%를 보유한 회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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