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조선해양·삼성중공업, 1월에만 수주목표 20% 넘겨
IMO규제 수혜···친환경 LNG선·노후 컨테이너선 교체 수요
철광석 가격 3개월 만에 63%↑···원가 부담 작용 가능성

조선 3사 2023 수주 목표와 1월 수주 실적.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조선 3사 2023년 수주 목표와 1월 수주 실적.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조선업계가 새해 첫 달부터 수주 잭팟을 이어가고 있다. 효자 선종인 LNG선과 함께 노후 컨테이너선 교체 수요까지 맞물려 일찍이 올해 수주 목표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철광석 가격이 급격히 오르고 있다는 점이 변수가 될 전망이다.

◇ 1월부터 수주 릴레이···목표 달성 청신호

2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은 각각 37억7000만달러, 20억달러 수주 실적을 채워 양사 모두 올해 1월에만 수주 목표달성률 20%를 넘겼다.

한국조선해양은 유럽에 있는 선사와 메탄올 추진 초대형 컨테이너선 12척에 대한 건조 계약을 채결했다고 지난 1일 밝혔다. 총 수주 금액은 20억7260만 달러(약 2조5265억 원)로 한국조선해양이 체결한 단일 계약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올해 현재까지 수주 실적은 총 24척, 37억7000만 달러(4조6400억 원)로 연간 수주 목표인 157억4000만 달러(19조3800억 원)의 24%를 달성했다.

같은 날 삼성중공업도 오세아니아 지역 선사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2척의 건조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총 수주 금액은 5억 달러로 올해 초 실적으로 집계된 15억 달러 규모의 FLNG(부유식 LNG 생산 설비) 1기를 포함해 20억달러의 수주 실적을 달성했다. 연간 수주 목표의 21%에 해당하는 규모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올해 70척 이상의 LNG선 발주가 기대되는 상황"이라며 "3년 연속 수주 목표 달성에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출발이 늦다. 지난 1월 수주 계약을 한 건도 올리지 못했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경쟁사 수주실적이 이례적으로 진행이 빠른 것일 뿐이다"고 말했다. 한화그룹의 인수 추진이 수주 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합병 추진과 수주는 무관하다"고 했다.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17만4000입방미터급 LNG 운반선의 시운전 모습. /출처=한국조선해양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17만4000입방미터급 LNG 운반선의 시운전 모습. /출처=한국조선해양

◇고부가가치·친환경선 압도적 경쟁력

국제해사기구(IMO)와 주요국의 환경규제를 대비해 조선사들이 새로운 먹거리 시장에서 자리를 잡는 모습이다. 국제해사기구(IMO)는 2050년까지 선박들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70%까지 줄이라고 지시한 가운데 올해부터 선박 탄소배출량 규제에 나선다. 이에 따른 노후 선박 교체 수요도 상당하다.

한국조선해양의 메탄올 추진 초대형 컨테이너선 수주는 노후 컨테이너선 교체 수요와 맞물렸다. 메탄올 추진선은 LNG선과 비교해  탄소배출량이 적고 상온에서도 보관이 가능하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수소와 전기 추진선은 기술력 확보에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며 "(이러한 이유로) 향후 10년 동안은 메탄올 추진선 발주가 급증할 것이다"고 바라봤다.

효자 선종 LNG선도 추가 수주 가능성이 크다. '카타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 관련 2단계 발주 논의가 조만간 시작될 전망이다. 최근 카타르 국영 에너지기업 카타르에너지(QatarEnergy) 관계자들이 한국을 찾았고, 한국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 3사와 LNG운반선 2차 물량 협상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발주사 선정 작업은 다음달 초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2단계 발주 물량은 40척 안팎이다. 조선 3사가 10~15척 사이의 비슷한 물량을 배분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1차 계약 때는 조선 3사 수주량은 대우조선해양이 19척, 삼성중공업 18척, 한국조선해양이 17척을 수주했다.

아프리카 모잠비크발 수주도 재개될 예정이다. 한국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이 토탈에너지와 건조의향서(LOI)를 맺고 계약 물량 확정을 기다리고 있다. 예상 발주 규모는 17척 수준이다.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FLNG인 코랄 술(Coral Sul)의 전경사진. /출처=삼성중공업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FLNG인 코랄 술(Coral Sul)의 전경사진. /출처=삼성중공업

◇곳간에서 나오는 자신감···수익성 개선 전망

올해 국내 조선사들은 글로벌 선박 발주량이 감소할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성과 위주의 선별 수주 전략을 펼칠 예정이다. 3년 치 일감을 채워 놓은 상황에서 저가 수주 등으로 무리한 경쟁을 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수주 곳간을 채웠기 때문에 건조대금을 인상할 여건이 마련됐다.

대외 상황도 국내 조선사들에게 유리하다. LNG선 수요가 지속되고 선가도 오르고 있어 수익성 향상이 예상된다. 영국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인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이달 17만4000CBM(㎥)급 LNG 운반선의 가격은 2억4800만달러다. 지난해 카타르 천연가스 프로젝트 1단계 계약에서 LNG선의 평균 선가가 2억1500만달러였던 점과 비교하면 15%이상 오른 셈이다.

이에 조선사들이 올해 실적 턴어라운드를 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한국조선해양은 영업이익 전망치는 8858억원으로 전년 대비 흑자 전환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도 각각 영업이익 1161억원, 2207억원을 달성해 흑자전환할 것으로 내다봤다. 

2022년 9월1일~2023년 2월1일 철광석 가격 추이.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2022년 9월1일~2023년 2월1일 철광석 가격 추이.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고공행진 철광석 가격은 변수

다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급격히 오르는 철광석 가격은 변수다. 중국 리오프닝(경기활동 재개)이 주요 원인이다. 흑자전환을 노리는 조선업계 입장에선 원가 부담에 시달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통상 철광석 가격이 오르면 후판 가격이 오르는데, 후판은 선박 제조원가에서 선박에 따라 7~25%를 차지한다. 후판이 선박 건조 비용에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조선업계는 철광석 가격 상승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원자재가격정보에 따르면 북중국(CFR) 현물 기준 철광석(FE 62%) 가격은 지난 1일 기준 126.7달러다. 지난해 11월1일 기준 가격인 t당 80.15달러와 비교하면 3개월만에 63%가량 치솟았다.

조선업계는 철강업계와 오는 2월 상반기 가격 협상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철광석 가격이 내려오면서 t당 10만원 가량 가격 인하를 이끌어낸 바 있다. 전문가들은 상반기 철광석 가격 상승으로 후판 가격이 오를 것이란 관측을 내놨다. 이유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1분기부터 철강 시황이 회복되면서 생산·판매량이 정상화할 것"이라며 철강재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