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방편’ 불과한 외국인 근로자 확대 정책
주52시간 예외·처우개선 등으로 韓 숙련공·청년 조선소로 모아야 할 시점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인력부족으로 신음하는 조선업계에 오랜만에 낭보가 찾아왔다. 정부가 외국인 근로자를 예전보다 빠르게 투입할 수 있도록 행정 절차를 간소화했기 때문이다.

국내 조선업은 지난해 글로벌 시장 점유율 1위를 되찾으며 수주 물량을 크게 늘렸다. 하지만 정작 작업을 진행할 생산인력은 1만4000명이나 부족한 상황이어서, 이를 채울 인력수급이 어느 때보다 시급한 상황이었다.

정부의 절차 간소화에 조선 관련 숙련 기능 외국인에 발급되는 비자의 경력 요건은 기존 5년에서 4년으로 완화된다. 또 해당 비자 발급 인원도 2000명에서 5000명으로 늘어난다. 한국조선해양 등 각 조선사들은 쌓인 일감소화를 위한 ‘급한 불’은 껐다고 안심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외국인 근로자 숫자를 늘려서라도 우리 조선업계의 경쟁력을 유지하겠다는 정책은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이번 비자 완화 조치로 올해 국내 선박 건조 현장에 투입될 추가 외국인 인력은 2000~3000명이다. 필요인력 1만4000명에는 턱없이 부족한 인원이다.

더욱이 외국인 근로자는 언제든 국내 현장에서 유출될 수 있다. 중국과 일본,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 경쟁국에서 우리나라보다 좋은 조건을 제시한다면 떠날 수 있다. 외국인 근로자 비자 발급 간소화 및 인원 확대는 한시적 대책일 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당연한 얘기지만 국내 숙련 인력과 청년층이 조선소를 찾아야 인력부족 문제가 해결된다. 단, 글로벌 시장 및 수주 상황에 맞춰 진행되는 구조조정과 업무 강도에 비해 낮은 임금, 높은 산재율 등의 조선업 기피 현상이 사라져야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다.

주52시간 근무제는 조선업의 인력난을 부추긴 요소 중 하나다. 중소 조선 관련 기업에 근무하는 근로자 중 4분의 3은 주52시간제 시행으로 임금이 감소해 월평균 60만원이 줄었다고 한다. 

급여생활자가 회사에서 노동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임금이다. 과거 야근 및 특근으로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많은 임금을 받을 수 있던 장점이 없어진 현장을 찾을 이들은 많지 않다.

과거 주52시간제 시행을 앞두고 조선업계는 ‘예외 업종’으로 분류해 달라고 의견을 모은 바 있다. 정부는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국내 대표 산업인 조선업 만큼은 주52시간제에서 제외시켜야 한다. 외국인 근로자를 늘리는 것은 단순한 ‘땜질 처방’에 그칠 수밖에 없어서다.

곳간에서 인심 나고, 머슴살이를 하더라도 대감 집에서 하라는 말이 있다. 정부가 조선업계를 주52시간제에서 제외시킨다면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빅3는 특근수당을 크게 늘리는 등의 방안으로 국내 숙련공 및 청년들을 조선소 도크로 불러 모아야 한다. 

조선 빅3가 전면에서 임금을 올리면 협력업체 및 하청 근로자들에도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 근로환경과 임금·복리 등 처우 개선, 안전관리 확립 등 제반 여건 향상이 이뤄져야 조선강국의 기반이 다시 닦일 수 있다. 외국인 근로자만이 능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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