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청년세대는 전통적 취업 방식 대신 ‘공시·프리랜서’에 눈길
취업난에 20대 직장인들 사이서 ‘입퇴양난’ 신조어도 횡행

2019년 한 해는 최저임금 인상, 기업 경영난, 반도체·제조업 등 주요 산업 부진으로 ‘질 좋은 일자리’를 찾기 어려운 해였다. 정부는 보다 많은 이들이 일자리를 갖도록 각종 정책, 지원책을 쏟아냈고, 그 결과 일부 고용 지표는 점차 개선되고 있다. 다만 일자리에 대한 수요는 커지지만, 취업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각 세대가 바라보는 일자리는 어떤지, 올 한 해 일자리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등을 세차례로 나눠 살펴본다. [편집자 주]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2019년 한해 20대 청년세대와 관련한 일자리 키워드는 ‘공시’와 ‘프리랜서’다. 정부는 “청년 고용이 개선되고 있다”고 하지만, 정작 20대가 체감하는 고용시장은 차갑기만 하다. 기업들이 채용 인원 규모도 줄이는 상황에서 신입 채용문이 좁아져 20대들은 안정적이면서도 워라밸을 좇기 위해 공시와 프리랜서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관측된다.

20대는 크게 취업준비생과 직장인으로 분류된다. 대학교에서 학업을 마무리 짓고 취업을 준비하거나 졸업 후 취업에 성공한 사회 초년생들이다. 20대 청년들은 “올 한 해 고용시장은 예전보다 더 좁았고, 취업을 포기한 이들도 많다. 원하는 직장에 들어가기는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라고 입을 모았다.

◇취업 단념 후 공무원 시험에 준비하는 ‘공시족’

지난 10년(2008년~2018년)간 우리나라 20대 임금근로자는 꾸준히 감소세다. 인구변화를 감안해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통계청이 지난달 21일 발표한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에 따르면, 20대 임금근로자는 2008년 359만7000명에서 2018년 347만8000명으로 11만9000명(-3.3%) 줄었다.

인구 구조 변화를 고려해도 노동시장에서의 20대 입지는 좁았다. 지난 10년간 전체 인구 중 2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8년 14.7%에서 2018년 13.2%로 1.5%포인트(p) 줄었다. 이때 전체 임금근로자에서 2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4.8%p 감소해 더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일자리 질도 20대 비정규직 비중은 2008년 31.0%에서 2018년 32.3%로 1.3%p 증가했다.

통계를 뒷받침하듯 청년들의 올 한해 최대 고민은 ‘취업’이었고, 특히 안정성에 초점을 맞춰 미래 직장을 준비했다.

대학교 4학년 학생인 박아무개씨(24)는 대학교 입학과 동시에 공무원 시험 준비를 시작했다. 박씨는 “기업 마케팅 직군을 하고 싶어서 경영학과에 진학했는데, 대다수의 대학 선배들이 취업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을 보고 공시를 택했다”며 “처음엔 타의적인 선택이었지만, 지금 취업시장을 보면 일찍부터 공무원 시험을 한 게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취업준비생 김아무개씨(26)는 “사기업 준비도 해봤는데 갈 수 있는 일자리가 적기도 적고, 막상 취업한 주변 친구들의 반응도 긍정적이지 않아 공무원 시험을 택하게 됐다”며 “정부가 기업 근무 여건을 개선하면, 청년들도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비율은 2012년 2018년까지 연평균 6%씩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는 ▲공기업(연평균 3.9% 증가) ▲민간기업(연평균 2.4% 증가) ▲자격증 및 기타 시험(연평균 3.6% 감소) 보다 압도적이다.

지난 10월 14일 취업포털 인크루트와 바로면접 알바앱 알바콜이 회원 96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연령대도 20대가 54.3%로 가장 많았다. 20대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이유는 정년 보장(21.4%)과 연금 지급(19.2%)가 주였다. 민간 사기업에 비해 공정한 진입 과정이 보장되고 남녀차별도 적은 편이기 때문으로 나타났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20대는 최저임금 인상 등 현 정부의 노동비용 증가 정책으로 고용에 가장 큰 타격을 본 세대”라면서 “청년도 특별한 대안이 없어 공무원을 준비하고 있지만 우리 경제를 지속 가능하게 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정부도 지속 가능한 기업 일자리가 늘어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9 글로벌 무역인력 채용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참가기업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9 글로벌 무역인력 채용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참가기업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사회 초년생 20대는 ‘프리랜서’에 관심 기울여

공시족을 택한 취업준비생들과 달리 이제 막 사회에 발을 들인 20대 직장인들은 직장인과 프리랜서 사이에서 갈등이 심했다. 이들은 동시에 투잡(two-job)을 통해 퇴근 후 유튜브 또는 단기 아르바이트로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는 경향도 보였다.

고용시장이 얼어붙어 장기 실업자 수가 늘고 퇴사자 수도 점차 늘어나는 상황에서 20대들 직장인들 사에선 ‘입퇴양난’(入退兩亂)이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나아갈 수도 없고 물러설 수도 없다는 뜻의 진퇴양난(進退兩難)에 ‘입사도 퇴사도 난리’라는 뜻을 더해 만들어진 신조어다.

20대 직장인들이 이러한 생각을 가진 데는 조직과 직무에 대한 낮은 만족도가 주를 이뤘다. 워라밸 문화가 형성되며 회사 분위기는 대부분 나아지고 있지만, 취업난에 적성에 맞지 않는 회사에 취업하는 경우가 늘면서 생기는 현상으로 추정된다.

직장인 2년차 서아무개씨(28)는 “대학교 졸업 후 상·하반기 공채만 2년이나 겪었지만, 꼭 하고 싶었던 직무는 매번 떨어졌다”며 “신입 공채는 나이도 중요하다는 주변 지인들의 말에 결국 원하지 않았던 직무를 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씨는 최근 예전부터 꿈꾸던 화장품 업계 회사로 이직하기 위해 준비해왔지만 퇴사 후 준비하기엔 어려움이 커 주말마다 프리랜서로 화장품 업계 업무를 하고 있다. 이씨는 “나중에 이직하기에도 도움이 될 것 같고, 잠깐이라도 하고 싶은 일을 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장인 이아무개씨(27)는 원하는 직종에 취업은 했지만 퇴사를 하기로 결정했다. 요즘 재취업하기 어려운 것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만, 직무상 워라밸이 거의 없어 개인적인 시간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이씨는 “퇴사 후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일하게 된다”며 “원하는 시간에 업무를 배치해 일을 하게 되면 지금보다 더 효율적으로 일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우리 사회는 다른 해외 국가와 달리 청년들의 도전 발판을 마련해주는 정책이 부족하다”며 “창업, 벤처, 사업 등을 시작했다가 실패하면 국가가 어느 정도 자금 등을 도와주는 구조가 없다보니 청년들이 도전 자체에 어려움을 느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사회 구조상 무언가를 도전하는 게 어려워지다 보니 청년들이 안정적인 것을 선호하게 되는 것”이라며 “정부가 청년들이 도전 정신을 가질 수 있도록 창업, 벤처 사업 등을 지원하는 구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청년들에게 4차 산업과 현장에 적합한 훈련 강화, 공정 채용의 기반 확립을 통한 균등한 기회의 보장을 약속했다. 고용노동부는 청년이 일할 수 있는 일자리가 최근 4차 산업혁명과 신기술 발전으로 로봇, 기계 등으로 대체되고 있어 청년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을 개선하기 위해, 신기술 직업훈련과정을 확대하고 공정 채용 기반을 구축해 실력대로 취업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는 “인문·사회 등 이공계 비전공자에 대한 산업계 적합 교육과정 신설,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등 4차 산업 혁명 관련 인력 양성 훈련, 공정 채용 기반을 확립하겠다”며 “포용적 노동시장을 만들기 위해, 좋은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 수 있도록 정책 노력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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