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 콘텐츠 통해 제2의 전성기 맞아

펭수
유튜브 채널 자이언트 펭TV 화면 캡쳐 / 자료=자이언트 펭TV

지상파와 케이블 방송이 유튜브라는 강력한 적수를 만나 고전을 면치 못했던 과거에서 벗어나 이제 유튜브와 손을 잡기 시작했다. 이들 방송사는 유튜브 전용 콘텐츠를 제작해 유튜브에 적극적으로 유통하기 시작했다. 과거 단순히 방송 콘텐츠를 압축·편집해 유튜브에 올리는 수준이었다면, 이제는 유튜브 전용 콘텐츠로 콘텐츠와 유통채널 다양화에 나섰다.

현재 전 국민적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펭귄 캐릭터가 있다. 바로 EBS ‘펭수’다. 펭수는 올해 EBS에서 제작한 유튜브 채널 자이언트 펭TV의 주인공이다. 유튜브 채널을 통해 얻은 인기를 바탕으로 현재는 각종 TV 프로그램 및 라디오에 출연하고 있다. 펭수는 최근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진행한 ‘2019 올해의 인물’ 설문 조사에서 20.9%의 득표율을 차지해 ‘방탄소년단(16.7%) 등을 꺾고 방송·연예 분야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 4월 출범한 자이언트 펭TV의 구독자 수는 펭수의 인기에 힘입어 현재 130만명을 넘겼다. 여러 개그 코드 도입 및 일반적인 아동용 캐릭터와 다른 거침없는 입담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른 방송사와 비교해 유튜브 진출이 상대적으로 늦었던 EBS는 펭수를 통해 새로운 유튜브 채널 강자로 급부상했다.

JTBC 디지털 스튜디오 룰루랄라가 최근 선보인 유튜브 콘텐츠 ‘워크맨’도 화제몰이중이다. 워크맨은 JTBC 아나운서 출신인 장성규가 각종 직업을 체험하는 프로그램이다. 유튜브 채널 특성상 일반 방송과 비교해 심의 규정이 덜 까다로워, 각종 비속어와 말장난 등이 등장하며 이를 돋보이게 만들어주는 편집으로 2030세대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현재 구독자는 350만명으로, 유튜브가 최근 발표한 ‘올해 가장 많이 성장한 신규 채널’ 전세계 2위를 기록했다. 

케이블 방송 스포티비 게임즈 역시 유튜브 채널 ‘Loud G’를 통해 다양한 유튜브 전용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특히 최근 선보인 예능 프로그램 ‘왜냐맨 시즌3’가 게임 유저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SBS와 KBS는 한국 가요계의 황금기라 일컫는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 사이의 음악 방송을 유튜브로 스트리밍하면서 시청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이에 ‘온라인 탑골공원’이라는 신조어가 탄생하기도 했다. 3040세대가 주축이 됐던 90년 후반 유행곡 다시 듣기 열풍은 이제 1020세대로까지 퍼졌다.

워크맨 유튜브 채널 / 자료=스튜디오 룰루랄라
워크맨 유튜브 채널 / 자료=스튜디오 룰루랄라

전문가들은 지상파와 케이블 방송의 유튜브 콘텐츠가 큰 인기를 얻으면서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단순 방송이었다면 인기를 끌지 못했을 콘텐츠들이 유튜브라는 환경을 만나 엄청난 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유튜브의 경우 기존 방송과 비교해 심의 규정이 까다롭지 않아 좀 더 자유로운 프로그램 제작이 가능하다. 

KBS가 최근 선보인 ‘씨름의 희열’의 경우, 유튜브를 통해 씨름이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생겨난 예능 프로그램이다. 유튜브에서의 인기가 지상파 프로그램 제작으로 연결된 대표적 사례다. 

장민지 연세대 커뮤니케이션연구소 전문연구원은 “기존에는 지상파와 케이블 방송들이 유튜브 채널을 자신과 무관한 영상 플랫폼이라고 생각했지만, 펭수 사례에서도 그렇듯 유튜브 채널을 통해 팬덤을 두텁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 뒤 이제는 전략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씨름의 희열 역시 정규 방송에 편성하기 어려웠던 씨름 중계가 유튜브를 통해 인기를 얻고 이를 바탕으로 정규 방송에 편성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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