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별 일자리 리포트-中] 제조업서 밀린 ‘경제 허리’, 20년 전 데자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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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별 일자리 리포트-中] 제조업서 밀린 ‘경제 허리’, 20년 전 데자뷰
  • 한다원 기자(hdw@sisajournal-e.com)
  • 승인 2019.12.10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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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층과 노인층 사이서 소외된 30·40대 일자리 정책
정규직 일자리서 밀려 여유시간 ‘틈새 알바’에도 관심

2019년 한 해는 최저임금 인상, 기업 경영난, 반도체·제조업 등 주요 산업 부진으로 ‘질 좋은 일자리’를 찾기 어려운 해였다. 정부는 보다 많은 이들이 일자리를 갖도록 각종 정책, 지원책을 쏟아냈고, 그 결과 일부 고용 지표는 점차 개선되고 있다. 다만 일자리에 대한 수요는 커지지만, 취업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각 세대가 바라보는 일자리는 어떤지, 올 한 해 일자리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등을 세차례로 나눠 살펴본다. [편집자 주]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올 한 해 고용지표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대목은 ‘제조업 중심의 30, 40대 일자리 감소’다. 문재인 정부는 임기 절반을 양극화 해소에 집중했다. 저소득층의 소득은 올리고, 각 계층의 일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애썼다. 정부의 노력으로 일부 세대 일자리는 개선되는 모습이지만, 잇따른 경기 부진으로 우리 경제의 ‘허리’ 격인 30·40대는 일자리 직격탄을 맞았다.

30·40대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학창 시절과 취업 준비 기간을 걸친 ‘IMF(국제통화기금) 세대’로 불린다. IMF 이후 20여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30·40대의 취업난은 여전했고 고용시장 악순환 역시 20년째 이어지는 모습이다.

◇20년 전도, 지금도 30·40대 일자리 어려움은 여전

통계청이 지난 5일 발표한 ‘2018년 일자리행정통계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일자리는 2342만개로 1년 전인 2017년 대비 26만개 늘었다. 하지만 조선업과 자동차, 기계 등 주요 산업을 중심으로 고강도 구조조정이 이뤄지면서 지난해 제조업 일자리는 6만개나 줄었다.

IMF 세대인 30·40대 일자리 감소는 20년 전에도 마찬가지였다. 1998년 4월 9일자 <매일경제> 기사를 보면 “일자리 하나에 구직자 4명이 몰리는 등 취업통계를 시작한 1987년 이후 최악의 취업난을 기록했다”면서 “구직등록자 취업률도 전년 동기 대비 8.3%포인트 떨어진 6.8%로 감소해 실업대란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고 적었다. “연령별로는 구직와 취업자 변화추이는 30대 후반과 40대, 30대 초반 순으로 증가 폭이 컸고, 구인 수는 40대, 30대 후반, 50대, 30대 초반 순으로 증가률이 높았다”면서 30·40대의 취업 관련 분석도 내놓았다.

30·40대는 우리 경제의 ‘허리’로 불릴 만큼, 이들의 고용 악화는 곧 경제 위기를 뜻한다. 올 한 해 40대의 취업 시장 불안성이 컸는데, 정부는 “주요업종 경기 및 구조변화 때문”이라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우선 40대 인구는 지난해와 올해 각각 1.4%, 1.5%씩 줄었다. 취업자도 2.2%씩 2년 연속 감소했다. 인구가 감소한 폭보다 취업자가 줄어든 폭이 더 큰 연령대는 40대가 유일하다. 즉 40대 취업자들이 일자리를 잃고 ‘비경제활동인구’로 전환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40대 취업자는 최근 10년 이래로 지난 2년 동안 가장 큰 감소폭을 보였고, 고용률은 2017년 79.8%에서 올해 78.5%로 1.3%포인트 하락했다. 노동시장에서 이탈한 40대 비경제활동인구 증가율도 올해 3.6%로 15세 이상 인구 전체의 비경제활동인구 증가율(0.2%) 보다 높았다.

정부는 40대의 임금근로자 감소를 ‘제조업 악화’ 때문으로 봤다. 제조업 취업자 수는 지난달 8만1000명(-1.8%) 줄면서 지난해 4월(-6만8000명)부터 19개월 연속 감소세다. 제조업 고용보험 가입자 역시 지난 9월부터 3개월 연속 하향세다. 결국 민간 기업의 악화된 경영상황은 40대 취업난을 해소하기 힘들 것으로 분석된다.

30대도 마찬가지다. 30대 고용률은 지난해 75.8%에서 올해 76.2%로 소폭 올랐지만, 이는 일자리가 많아진 게 아닌 취업자 감소 속도보다 인구가 더 빨리 줄어든 탓이 크다. 특히 30대 중 경제활동에 참여하지 않는 인구 증감률은 26.3%로 전 세대 통틀어 가장 많았다.

/ 자료=통계청, 표=조현경 디자이너
/ 자료=통계청, 표=조현경 디자이너

◇정부 정책서 홀대 받는 30·40대···저임금 일자리에 내몰려

정부는 30·40대, 제조업 일자리 감소 등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22일 페이스북을 통해 40대 고용률 하락 관련 “40대 취업 비중이 높은 제조업과 도소매업 업황둔화의 영향과 관련된 것”이라며 “특히 40대는 경제활동 참가가 제일 왕성한 연령대(10월 고용률 78.5%)이며 주요업종 경기 및 구조변화로 다른 연령대 대비 고용 영향을 크게 받는 측면이 있다는 점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특히 “앞으로 고용을 바라보는 기준과 잣대를 미래지향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시급하다”면서 “과거 고속성장, 급속한 산업화, 인구증가시대의 잣대로 볼 경우 통계분석 및 정책 추진에 정확함이 떨어질 수 있고 궁극적으로 구직자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고 적었다.

하지만 현재 정부가 내놓은 일자리·인구 정책은 은퇴를 앞둔 중·장년층 실업과 노인 빈곤 해결에 초점이 맞춰져 있을 뿐, 30·40대를 위한 대책은 찾기 어렵다. 또 노인 복지주택과 노인 일자리 사업, 50세 이상 퇴직·개인연금에 세제 지원 등 고령화에 대비한 각종 복지 지출 부담도 갈수록 일자리가 줄어드는 30·40대가 부담해야 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터에서 밀려나 질 좋은 일자리를 잃은 30·40대의 상당수가 저임금 일자리에 매달리고 있다. 또 업무 중 여유 시간에 아르바이트를 하는 이른바 ‘틈새 알바’도 새로운 세태로 자리잡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 4일 발표한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 2년간 전체 취업자는 30만명 늘었다. 반면 주40시간 이상 근로자는 87만명 줄어들었지만, 85%(74만명)는 경제 허리인 30·40로 나타났다.

경기도 성남의 한 휴대폰 대리점에서 일하는 김아무개씨(45)는 올해 초 몸담았던 중소 제조업체가 폐업한 뒤 실직자가 됐다. 김씨는 “처음에 정규직 직장을 알아보려고 했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면서 “아르바이트도 구하기 어려웠다. 함께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도 비슷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김씨처럼 정규직 자리를 잃고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가는 30·40대도 많았다. 구인구직 사이트 알바몬이 입사지원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올해 1~10월 30대와 40대 아르바이트 입사지원자 수는 2년 전 같은 기간과 비교해 각각 2.63배, 3.61배로 늘었다. 전체 입사지원자 중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도 22.3%에서 25.4%로 10% 넘게 증가했다.

이아무개씨(42)는 일과 후 틈새 알바로 배달 업무를 하고 있다. 이씨는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단기 아르바이트를 알아보던 중 배달 업무를 하게 됐다고 했다. 이씨는 “틈날 때 할 수 있는 업무는 다 하고 싶다”면서 “조금이라도 일을 해야 마음이 놓인다. 경기 부진에 정규직 일자리도 흔들려 조금이라도 생활비를 벌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기 단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30·40대를 위한 일자리 정책은 거의 없다. 청년층과 노인층 사이에서 고용, 복지 등에서 소외돼 불안감을 느끼는 연령층”이라면서 “정부가 직업훈련시설 등을 점검해 이들이 재취업을 할 수 있도록 기술 등 전문성을 양성하는 직업 훈련 기회를 제공하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제조업과 30·40대의 고용 부진은 아쉽다”는 평을 내놓고 있다.

황덕순 청와대 일자리 수석은 지난 10월 20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고용 현황을 설명하며 “현재 추진 중인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 제조업 르네상스 전략, 제2벤처붐 촉진 등이 제조업과 도·소매업 경쟁력 강화를 지향한다. 이를 통해 산업 경쟁력이 강화되면 고용상황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며 “다만 이런 대책에도 본격 성과를 내기엔 이른 시점이어서 추가대책 마련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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