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인구에 진입하는 베이비붐 세대···일자리 정책 마련 시급
올해 취업률 고공행진 중인 노인층···단기성 일자리에 내몰려

2019년 한 해는 최저임금 인상, 기업 경영난, 반도체·제조업 등 주요 산업 부진으로 ‘질 좋은 일자리’를 찾기 어려운 해였다. 정부는 보다 많은 이들이 일자리를 갖도록 각종 정책, 지원책을 쏟아냈고, 그 결과 일부 고용 지표는 점차 개선되고 있다. 다만 일자리에 대한 수요는 커지지만, 취업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각 세대가 바라보는 일자리는 어떤지, 올 한 해 일자리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등을 세차례로 나눠 살펴본다. [편집자 주]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정부는 2019년 일자리를 늘리고, 경제 양극화 간격을 줄이는 것에 주력했다. 초고령 사회를 앞두고 정부는 단기성 일자리를 통해 각종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고, 그 결과 일부 고용지표를 개선시키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정부가 마련한 일자리는 단기성, 노인층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고, 초고령 사회를 대비한 정책은 여전히 ‘공백’인 상태다.

특히 올해부터는 출생자보다 사망자 수가 많아져 인구감소가 시작되는 상황에,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5060대)의 고령인구 진입까지 맞물려 은퇴자들은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베이비붐 세대는 ‘재취업’을 원한다

베이비붐 세대는 내년 65세 이상 고령인구에 진입하게 된다. 베이비붐 세대는 공식적으로 직장에서 은퇴했거나, 본인 의도와 상관없이 직장에서 물러난 사람 등이 공존한다.

지난 3월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이 분석한 결과, 지난 3년간 평균 50만명이었던 65세 인구는 오는 2020년 68만명, 2022년 70만명, 2024년 78만명, 2026년 91만명 등으로 점차 늘어날 전망이다. 향후 7년간 은퇴 인구는 총 535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10분의 1을 넘게 된다.

반면 출생자 수는 점차 줄어드는 추세로, 신규 인력 진입은 자연스레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통계청의 ‘2017~2067년 장래인구 특별추계’를 보면, 생산연령인구는 2017년 3757만명에서 2030년 3395만명으로 줄어든다.

문제는 대다수 50·60대 임금근로자가 정년에 맞춰 직장에서 떠나게 돼 실직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노동시장에서 50·60대는 은퇴해야 하는 연령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직장을 잃은 50·60대는 서비스업, 임시직 등에 종사하거나 재취업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취업 의지는 높지만, 50·60대는 ‘신중년’으로 분류돼 정부 차원에서도 이들을 위한 뚜렷한 일자리 정책은 현재 없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서울 한 편의점에서 일하고 있는 김아무개씨(56)는 “현직에서 정년을 맞아 자연스레 실직하게 됐다”면서 “아직은 아이들도 어리고 해서 돈을 벌어야 하는데, 막상 정규직으로 취업하려고 하니 어려움이 많았다. 이 아르바이트도 겨우 얻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20대 청년들 취업이 어렵다고 하는데, 50대도 어려운 건 마찬가지”라면서 “취업 박람회 같은 곳을 찾아가봤지만, 재취업은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했다.

직장인 정아무개씨(53)는 “아직 회사에 다니고 있지만, 언제까지 다닐 수 있을지 모르겠다”면서 “주변 친구들은 취미나 두 번째 직장을 미리 알아보고 있는데, 재취업 자체가 어려워서 최대한 이 회사에 다니려고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 자료= , 표=조현경 디자이너
/ 자료=국가통계포털 , 표=조현경 디자이너

◇노인 취업률은 늘었지만···빈곤 위기는 여전

정부는 그 어느 해보다 일자리에 집중했다. 올해만 23조원을 투입해 단기성 일자리를 많이 배출했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경기 불황이 더해져 경제 허리층인 30·40대와 청년들의 고용한파는 지속됐지만, 만 65세이상 노인층에 고용 훈풍이 불었던 이유도 이 때문이다.

특히 정부는 단시간 일자리를 늘려 취업자 수 증가 폭을 월 평균 20만명대로 회복시켰다. 다만 늘어난 취업자는 대부분 비정규직으로 채워졌고, 단순한 업무에 불과해 ‘재정 일자리’, ‘노인 일자리’라는 비판도 나왔다.

실제 정부가 마련한 노인들을 위한 일자리는 어린이 등하교 도우미, 문화재 지킴이 등 근무시간이 짧고 임금이 낮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노인일자리는 사업유형에 따라 저소득층이 참여하는 공익활동(월 27만원), 재능·나눔활동(월 10만원) 등으로 분류된다. 정부의 일자리 정책 기여에도 노인들이 단시간, 저임금에 내몰리다보니 실질적으로 이들의 빈곤과 실업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공일자리 사업에 참여 중인 김아무개씨(67)는 “짧은 시간에 저임금이라도 일할 수 있어 좋다”면서도 “정규직처럼 주 40시간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임금을 보장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은데,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아르바이트 수준에 불과해 아쉽다”고 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는 정년연장 방안을 검토 중이다. 우선 정부는 근로자의 정년을 65세까지 끌어올리는 방안을 2022년부터 추진할 방침이다. 정부는 지난 9월18일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인구구조 변화 대응방안’을 발표하면서 “올해부터 기업이 정년이 지난 근로자를 의무적으로 채용하도록 하는 ‘계속고용제도’에 대한 내부 검토를 거쳐 2022년부터 계속고용 기간과 적용 업종 등을 정하는 작업에 돌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재 ‘고용상 연령차별 금지 및 고령자 고용 촉진에 관한 법률’상 법정 정년은 만60세다. 정부는 국민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나이 등을 고려해 기업이 최장 65세까지 근로자를 채용하도록 하는 제도 도입을 검토할 방침이다. 이로써 국민연금 수급 연령은 올해 62세에서 2023년 63세, 2033년 65세로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전문가들은 50·60대들을 위한 일자리 지속과 함께 은퇴 이후 재취업할 수 있는 여건 마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취업 증가가 주로 노인 단기성 일자리에 몰려 있다”면서 “노인 일자리는 지속가능한 일자리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경제 활성화를 이끌 수 있도록 안정적인 정규직 노인 일자리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정혜 한국고용정보원 연구원은 “고령화 시대를 대비해 고학력, 고숙련 베이비붐 세대를 노동력으로 적극 활용하고, 중고령층 일자리의 질적 수준 개선 및 노동과 취업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일자리의 질적 수준 저하는 노인 빈곤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고령층 일자리의 수준을 높이고 취업 역량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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