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 비리·불법 정치자금·아현지사 화재 불만 가득
새노조, 면죄부용 주총 인정 못해 불참

KT가 29일 서울 서초구 태봉로 KT연구개발센터 2층 강당에서 제37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주총이 끝나고 퇴장하면서 한 주주가 '황창규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 사진=변소인 기자
KT가 29일 서울 서초구 태봉로 KT연구개발센터 2층 강당에서 제37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주총이 끝나고 퇴장하면서 한 주주가 '황창규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 사진=변소인 기자

황창규 KT회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새노조가 빠졌지만 KT 주주총회장은 고성이 난무했다. 채용 비리 의혹, 불법 정치자금 제공 의혹, 아현지사 화재로 인한 손실 등으로 주주들의 불만이 제기됐다.

KT는 29일 오전 9시 서울 서초구 태봉로 KT연구개발센터 2층 강당에서 제37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주총장 부근부터 경찰 버스 여러 대가 들어서 있었다. 정문에는 인력을 배치한 뒤 입구를 좁혀 다른 출입을 전면 차단했다. 주식을 갖고 있지 않은 기자들의 주총장 출입도 불허했다.

주총 시작 전 KT 사내 직원 모임인 전국민주동지회 회원들은 오전 7시 30분에 KT연구개발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농단 의혹과 채용 비리 등의 이유로 황 회장의 퇴진을 요구했다. 이어 오전 8시 30분에는 청년정당 미래당이 같은 장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KT 유력인사 자녀 채용비리를 규탄했다.

KT가 29일 서울 서초구 태봉로 KT연구개발센터 2층 강당에서 제37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주총이 시작된 이후에도 KT상용직전북지회 등은 KT연구개발센터 앞에 시위 피켓을 놓고 황창규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 사진=변소인 기자
KT가 29일 서울 서초구 태봉로 KT연구개발센터 2층 강당에서 제37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주총이 시작된 이후에도 KT상용직전북지회 등은 KT연구개발센터 앞에 시위 피켓을 놓고 황창규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 사진=변소인 기자

주총이 시작된 이후에도 KT상용직전북지회 등은 KT연구개발센터 앞에 시위 피켓을 놓고 황창규 퇴진을 요구했다.

황 회장은 주총을 시작하면서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도 무선 순증 1위, 기가지니 130만 가입자를 달성하는 등 핵심 사업은 물론이고 성장 사업에서도 가시적인 성과를 거뒀다. 내부 효율화도 해서 내실과 외형을 두루 갖췄다”며 “올해는 5세대(5G) 서막을 여는 해이기 때문에 평창에서 보여준 운영 경험에 에지 센터 자산을 통해 혁신적인 기업 간 거래(B2B)로 5G 시대를 견인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경영 실적에 대해서는 “핵심성과 창출과 미래 플랫폼, 매출, 영업익, 순익 모두 안정적인 실적 거뒀고, 무선의 경우 110만명의 순증을 거뒀다”고 설명했다. 에너지 영역에서 전년 대비 약 50% 성장하는 성과를, 보안 분야에서는 지능형 영상 보안 사업 강화를 이뤄냈다고 부연했다.

주총장 안에서는 수십명의 주주들이 총회 내내 고성을 질렀다. 이들은 “황창규는 물러가라. 감옥으로 물러가라”, “범죄자 황창규는 퇴진하라”고 외쳤다. 다만 지난해보다 격하지는 않았다. 몸싸움은 없었고 2명 정도 경호원과 밀치며 대치하는 수준이었다.

KT의 제2노조인 새노조는 이날 주총에 참석하지 않았다. 새노조는 이날 입장 자료를 내고 각종 범죄혐의를 받고 있는 황 회장이 주재하는 면죄부용 주주총회는 결코 인정할 수 없어 주총에 참석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새노조 측은 “KT의 미래는 5G가 아니라 황창규 회장 퇴진에 있다. 오늘 KT 주주총회를 맞는 KT 구성원들의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아현지사 화재에 따른 통신대란으로 KT는 국민밉상이 되었을 뿐 아니라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 딸 등 유력인 자제 채용비리, 고액 자문료, 불법 정치후원금 등으로 이제는 범죄 집단이라는 따가운 눈총도 받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황창규 회장은 물론 KT 이사회는 그 어떤 책임 있는 반성도. 대안도 마련하지 않고 있습니다. KT새노조가 수차례 진상조사를 요구했지만 경영진은 묵살해 왔다”며 “이사회는 평온하게 후임 이사 선출과 이사 보수 산정 등의 작업만 했고, 오늘 주총을 통해 자신들의 모든 무책임함에 대한 면죄부를 받으려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새노조는 주총 시간에 맞춰 서울지방검찰청에 황 회장의 신속 수사를 촉구하는 진정을 접수했다. 또 주총에서 황 회장과 이사들에 대한 성과 평가가 최우수로 확정되고, 그에 따른 보상이 결정된다면 우리는 이를 배임 횡령으로 간주해, 향후 시민단체와 연대해 무효화 투쟁할 것이라고 선포했다.

주총장에서도 비슷한 지적이 나왔다. 발언권을 얻은 한 주주는 “주가가 계속 하락하고 있고 뉴스에서는 KT 채용 비리, 황 회장의 불법 로비군단 운영, 아현지사 화재 등의 보도가 나오고 있다”며 “이런 일들이 황 회장 취임 이후 계속되고 있다. 경영비리와 불법에 대해 물러 나야지만 KT 주가가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황 회장은 “아현지사 화재와 관련해서 피해를 본 주주들에게 사죄한다. 완전한 복구와 재발방지대책을 수립하고 진행하고 있다. 예방과 보안 부분을 철저히 관리해 주주분들게 더 큰 가치를 보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면서도 다른 건들에 대해서는 주총과 무관하고 수사가 진행 중인 부분이라 주총에서 논의하기 부적절하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이번 주총에서는 재무제표 승인, 정관 일부 변경, 이사 선임, 감사위원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5개 안건이 상정됐으며 모두 원안대로 의결됐다. 재무제표 승인에 따라 배당금은 전년보다 100원 증가한 주당 1100원으로 확정했다. 배당금은 다음 달 26일부터 지급한다.

정관에는 주식과 사채 등의 전자 등록 의무화에 맞춰 관련 근거를 반영했다. 사내‧외 이사는 각각 2명씩 총 4명이 새로 뽑혔다. 신사업개발에서 성과를 낸 이동면 미래플랫폼사업부문장(사장)과 전략기획 분야에 정통한 김인회 경영기획부문장(사장)이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정보통신기술(ICT) 전문가인 유희열 부산대학교 석좌교수와 글로벌 거시경제 전문가인 성태윤 연세대학교 상경대학 교수가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감사위원회 위원으로는 김대유 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사 보수한도는 전년보다 10% 줄어든 58억원으로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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