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실적 개선에 기여했지만 계속되는 CEO 리스크
아현지사 화재 등 끊이지 않는 잡음 속 청문회 단골손님 되기도

황창규 KT 회장 / 이미지=조현경 디자이너
황창규 KT 회장 / 이미지=조현경 디자이너

황창규 KT 회장에 대한 평가는 '공(功)'과 '과(過)'과 분명하게 엇갈린다. KT 경영을 효율화했다는 긍정평가와 더불어 아현지사 화재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고 KT는 최근 채용비리 의혹도 받고 있다. 황 회장은 최근 들어 청문회 단골 손님이 되기도 했다.  황 회장 취임 초기 구조조정 속에서 조직 반발을 불러왔고 '새 노조'의 의혹 제기도 이어졌다. 그는 '황의 법칙'을 만들어낸 IT업계 신화같은 존재지만 KT에서만큼은 '과(過)'도 분명했다. 

황 회장은 KT 회장 이전 ‘반도체 신화’를 이끈 인물로 잘 알려졌다. 현재는 KT에서 5G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임기가 이제 불과 1년이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KT 5G 초기 시장 안착이란 과제를 안았다.

올해 KT는 5G를 둘러싼 경쟁사들과의 치열한 대립속에서 채용비리 논란 등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상황이다.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황 회장이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 지 주목된다.

황 회장은 1953년생으로 서울대학교에서 전기공학 학사와 석사 학위를 취득한 후 미국 메사추세츠주립대학교 대학원에서 전기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1992년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 이사로 들어와 2008년 삼성전자 기술총괄 사장까지 역임했다. 삼성전자 재직 시절 ‘반도체 메모리 용량은 1년마다 두 배씩 증가한다’는 이른바 ‘황의 법칙’을 내세우며 삼성의 반도체 신화를 이끌었다. 이후 삼성을 떠난 뒤 2010년 지식경제부 R&D전략기획단 단장, 2013년 성균관대학교 석좌교수 등을 거쳐 2014년부터는 KT의 수장을 맡고 있다. 

◇KT 실적 개선에 큰 기여···최근엔 5G에 ‘사활’

황 회장이 KT 수장을 맡은 후 가장 먼저 한 일은 강력한 인력 구조조정 등 과감한 체질개선이었다. 황 회장은 취임 직후 1년동안 8300명의 희망퇴직을 단행하고 KT렌탈을 비롯해 계열사 17곳을 매각하는 등 경영효율화에 집중했다. 이를 통해, 구조조정 비용때문에 406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던 2014년을 제외하곤 2015년 1조2000억원의 흑자를 기록하는 등 이후 계속해서 매년 1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내고 있다. 황 회장 취임 당시인 2014년 92.3%에 달했던 순부채비율 역시 지난해말 기준 26.8%로 크게 개선됐다.

현재 KT는 5G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동통신시장에서 10년 넘게 SK텔레콤에게 내준 1위 자리를 5G 시대에는 반드시 되찾아오겠단 의지다. 실제로 5G 상용화 초창기에는 KT가 10만명이 넘는 가입자를 달성하며, 가입자 숫자에서 앞서나가기도 했다. 다만 최근 5G 가입자 40만명 돌파를 기점으로, 다시 SK텔레콤이 1위 자리를 탈환한 것으로 알려진 상황이다. 

KT는 특히 5G와 관련해 5G 스카이십, 5G AI 호텔 로봇, 5G 팩토리 등 실생활과 산업 전반에서 활용 가능한 5G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5G 스카이십의 경우 5G 기술과 결합해 스카이십에서 촬영된 고화질 영상을 지상통제센터에서 실시간 확인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KT는 또 지난 MWC 기간동안 5G AI 호텔 로봇 존을 만들어 호텔 투숙객이 주문한 편의서비스를 로봇이 자율주행으로 배달하는 시연을 선보이기도 했다. KT는 국내 최초 AI 호텔인 노보텔 앰배서더 서울 동대문 호텔&레지던스를 시작으로 5G AI 호텔 로봇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예정이다. 아울러 KT는 5G 시대 킬러서비스 중 하나로 ‘기가라이브TV’를 준비하고 있다. 기가라이브TV는 스마트폰이나 PC 등 별도 단말과 연결이 필요 없는 무선 기반의 독립형 VR 기기를 통해 KT만의 실감형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내우외환 KT···계속되는 CEO 리스크

KT는 최근 내우외환을 겪고 있다. 무선 매출 감소와 인건비 증가 영향으로 지난해 영업이익이 감소한 상황속에서, 채용비리 혐의로 국민들의 공분까지 사고 있다. KT는 지난해 매출 23조4601억원, 영업이익 1조261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0.3%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8.3%나 줄었다. 특히 지난해 4분기의 경우 매출 5조9945억원, 영업이익 958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8%, 28.4% 감소한 수치다. 영업이익은 인건비 증가와 무선 매출 감소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지난해 아현지사 화재로 인한 요금감면 비용 역시 4분기에 모두 반영됐다. 

KT는 1981년 한국전기통신공사로 창립돼 2002년 민영화된 기업이다. 포스코와 함께 대표적인 ‘민영화된 공기업’으로 불린다. 특히 정권이 바뀔 때마다 회장 자리를 둘러싼 외압으로 매번 잡음이 끊이지 않던 곳이다. 황 회장 역시 KT 수장을 맡은 직후 많은 곤욕을 치르고 있다. 우선 강력한 구조조정 과정에서 노조와 척을 지게 된 상황이다. 지난 3월 열린 제37기 정기 주주총회에서도 고성과 피켓이 난무했다. KT 노조는 황 회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11월 발생한 KT 아현지사 통신구 화재 역시 황 회장에게 뼈아픈 사건이다. 

더 큰 문제는 CEO리스크 및 채용비리 혐의 등으로 인한 이미지 실축이다. 현재 이석채 전 KT 회장에 이어 황 회장도 잇단 의혹으로 구설수에 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남부지검은 지난 9일 이 전 회장을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이 전 회장은 2012년 KT 상반기 대졸신입공채에서 3명, 같은 해 하반기 공채에서 4명, 또 같은 해 홈고객부문 공채에서 4명 등 총 11명을 부정 채용해 회사의 정당한 채용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황 회장 역시 여러 구설수에 휘말린 상황이다.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3월 황 회장이 박근혜 정부 시절 고액의 자문료를 지급하며 정·관계 인사들을 경영 고문으로 위촉, 정치권 줄대기와 로비에 활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의원측은 “정치권 줄대기를 위해 막대한 급여를 자의적으로 지급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점을 고려하면 황 회장은 업무상 배임 등 법적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검찰은 이와 관련해 수사에 착수한 상황이다. 

KT 소액주주 35명은 최근 이 전 회장과 황 회장을 비롯한 전현직 임원들을 상대로 불법경영의 책임을 물어 손해배상을 청구하기도 했다. 이들은 이 전 회장에게 총 211억2900만원, 황 회장에게 총 544억100만원의 손해배상을 각각 청구할 계획이다.

이러한 상황속에서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황 회장은 후임자를 뽑기 위한 절차를 시작했다.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황 회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올해 회사의 가장 중요한 일은 5G와 차기 CEO 선임 준비”라며 “차기 CEO 선임 절차를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하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종훈 민중당 의원은 “정치권 낙하산을 막는다며 개정된 차기회장 선임절차가 오히려 황창규 낙하산을 만드는 건 아닌지 우려 된다”며 “황 회장이 세간의 의심을 벗고 진정성을 찾으려면 선임절차에 들어간 지금 스스로 사퇴하는 게 이치에 맞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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