팰리세이드·아반떼 등 한국산 모델 현지서 인기
현대차, 가격에 관세 반영 최소화해 수익성 악화
무상 정비 중단 등 고육책 마련···“생산원가 낮춰야”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현대자동차가 최근 미국에서 월별 판매 신기록을 세우고 있지만, 한국산 모델 인기로 관세 부담이 덩달아 커지는 딜레마를 겪고 있다. 관세 부담 경감을 위해 현지 생산 확대 등 다양한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성과가 본격 창출되기까지 실적 저하는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6일 현대차 미국 판매실적을 분석한 결과 올해 들어 8개월간 전년 동기(54만8003대) 대비 10.8% 증가한 60만7346대를 기록했다.
지난달 판매량도 8만8523대로, 1986년 미국 진출 후 보낸 역대 8월 중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현대차는 지난 4월부터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자국 경제 보호 취지로 매기기 시작한 수입차 관세에 영향받고 있지만, 신차 상품성을 인정받아 판매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달 하이브리드 모델을 추가한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팰리세이드(1만5560대)를 비롯해 투싼 1만7954대, 엘란트라(한국명 아반떼) 1만5282대, 싼타페 1만2840대 등이 인기를 끄는 중이다.
현대차 신차의 인기 배경엔 가격 인상폭 최소화 전략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차는 대미 수출 완성차에 이어 지난 5월 대미 수출 자동차 부품에 관세를 납부하기 시작해 신차 가격 인상 압박을 받는 중이다. 하지만 현대차는 고객에게 관세 부담을 전가하지 않고 기존 판매가를 보증하는 취지로 6월말까지 신차 가격을 인상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 현대차, 팰리세이드 완전변경모델 310만원만 인상
다만 이날부터 일본산 신차의 대미 수출 관세가 15%로 기존 25% 대비 하향 조정되는데 비해 한국산 모델의 관세 25%는 유지돼 한국산 모델의 가격 경쟁력이 더욱 약화할 전망이다. 현대차가 미국에 판매 중인 현대차 모델 12종 가운데 엘란트라, 코나, 팰리세이드, 쏘나타, 아이오닉6 등이 한국에서 전량 생산되고 있다.
이 중 팰리세이드의 2026년형 모델은 2025년형 모델과 비교해 최저가(SE 트림)가 3만7200달러에서 3만9435달러로 2235달러(약 310만원, 6.0%) 인상됐다. 쏘나타 하이브리드 최저가(SEL 트림)도 3만1250달러에서 3만2300달러로 1050달러(약 145만원, 3.4%) 올랐다.
일부 미국 생산 모델의 가격도 소폭 오른 것으로 확인됐다. 투싼 시작가는 2만8705달러에서 2만9200달러로 1.7% 인상됐다. 싼타페 하이브리드 시작가는 3만7800달러에서 3만6150달러로 인하했지만, 이는 사양을 하향 조정한 엔트리 트림 SE의 가격이다. 기존 엔트리 트림 SEL의 가격은 2026년형 모델에서 3만8440달러로 기존 대비 1.7% 올랐다.
다만 각 신차의 가격 인상폭은 부과된 관세를 단순 적용해 추산한 인상액보다 낮다. 팰리세이드는 완전변경모델인 점을 고려할 때 가격폭을 크게 낮췄단 평가도 나온다. 현대차가 관세 부담을 판매가에 온전히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에선 현대차 전략이 수익성보다 시장 점유율에 초점 맞춰졌단 관측이 제기된다.
이 같은 가격 전략은 현대차 수익성에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현대차가 지난 1~8월 미국에서 판매한 모델 중 한국산이 46만670대로 대다수 비중인 75.8%를 차지했다. 현대차는 지난 2분기 미국 관세로 인해 발생한 손실액을 8282억원으로 집계했고, 3분기 이후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증권업계에선 현대차 3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증가하는 반면 영업이익은 크게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현대차의 3분기 실적 전망치는 매출액 44조5734억원, 영업이익 2조7724억원으로 예측됐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이 3.8% 증가하지만 영업이익은 22.6%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 미국 생산 확대, 올해 전년比 17% 증가
현대차는 수익성을 방어하기 위해 각종 방안을 시도하고 있다. 이 일환으로 2026년형 모델부터 무상 정비 서비스(future free maintenance) 제공을 중단한 상태다. 현대차는 현재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3년/3만6000마일(약 5만8000㎞) 선도래 조건으로 엔진오일·오일필터 교체, 타이어 얼라이먼트, 일반 점검 등 서비스를 2025년형 모델까지 제공하는 것으로 안내하고 있다. 업계에선 값비싼 무상 정비 서비스를 폐지해 비용을 절감하려는 것이란 추측이 제기된다.
현대차는 현지 생산 확대도 추진 중이다. 현대차그룹은 올해부터 4년간 미국에 260억달러를 투자해 자동차 현지 생산능력을 확대를 비롯한 사업별 역량을 강화하기로 결정했다. 이미 전기차뿐 아니라 하이브리드차 등 다양한 차종의 생산 능력을 늘리고 있다. 지난 1~8월 현대차의 현지 생산대수는 앨라배마 공장(HMMA) 23만4022대, 조지아 공장(HMGMA) 4만3404대 등 27만7426대로 전년 동기(23만7267대, HMGMA 미가동) 대비 16.9% 증가했다.
지난달부턴 앨라배마주(洲) 몽고메리 공장에서 만들던 제네시스 GV70 전동화모델의 생산을 중단했다. 업계에선 판매량이 저조한 전기차 대신 하이브리드차를 생산해 현지 수요에 대응하고 수익성을 개선하려는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다만 현대차가 공정을 확대, 전환해 신차를 본격 생산하기까지 수개월 이상 기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내년부터 HMGMA에서 하이브리드차를 비롯해 전기차 모델을 추가 생산 개시할 예정이라고 밝힌 상태다.
현대차가 현지 생산 모델로 관세 부담을 상당폭 상쇄하기까진 한국산 모델 수출에 따른 성과 축소를 감수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선 한국산 물량을 현지로 100% 옮기거나 모델 판매를 중단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대미 수출 비용을 최소화하는데 힘써야 할 것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김경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연구 자료를 통해 “현대차, 기아가 미국에서 관세 비용을 자체 흡수해 수익성이 악화한 가운데 신차 재고까지 소진되면 가격 인상 압박은 커지고 판매량이 감소할 것”이라며 “(미국) 고관세 대응에 따른 내수 한계과 수출 제약을 극복하기 위해 국내 생산원가 비교 우위를 확보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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