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 위한 시나리오 마련
車 업계 “목표 과도, 수요창출 정책 뒷받침돼야”
전기차, 여전히 비싸···“보조금 필요성 여전”

모델들이 전시장에 전시된 전기차 아이오닉5를 살펴보고 있다. / 사진=현대캐피탈
모델들이 전시장에 전시된 전기차 아이오닉5를 살펴보고 있다. / 사진=현대캐피탈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정부가 온실가스를 감축하기 위해 내연기관차 판매 제한을 검토한다. 업계 일각에선 전기차(BEV), 수소연료전지차(FCEV) 등 무공해차 보급을 확대하기 위해 차량 구매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지원책이 여전히 절실하단 목소리가 나온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4일 기아 광명 소하리 공장(오토랜드 광명)에서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수립을 위한 세 번째 토론회를 개최했다.

정부는 현장에서 2018년 배출량(7억4230만톤) 대비 2035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비율에 따라 4개 제시했다. 48%, 53%, 61%, 65% 비율별 등 4개 안을 마련하고 향후 대국민 공개 논의를 거쳐 NDC를 최종 마련할 계획이다.

정부는 4개 안 중 낮은 목표 비율에 속하는 48%나 53%를 선택했을 때 배터리 전기차(BEV), 수소연료전지차(FCEV) 등 무공해차 보급을 전체 등록대수 대비 30%, 34%씩 달성하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비해 61%나 65% 감축안을 선택하면 무공해차 보급 비율을 35% 이상 수준으로 확대해야 한다. 유럽연합(EU)과 같이 2035년 내연기관차 판매 제한까지 검토해야 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지난해 말 기준 전체 자동차 등록대수 2629만7919대 중 무공해차는 BEV 68만4244대, FCEV 3만7557대 등 72만1801대로 2.7% 비중을 차지하는데 그쳤다. 올해 전기차 판매실적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크게 증가했지만, 등록대수 비중을 남은 10년간 매년 두자리수로 올리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차 고객이 차량 충전구에 충전 커넥터를 연결하고 있다. / 사진=기아 공식 네이버 블로그 캡처
전기차 고객이 차량 충전구에 충전 커넥터를 연결하고 있다. / 사진=기아 공식 네이버 블로그 캡처

자동차 업계에서도 소비자 전기차 수용성, 부품업계 전동화 전환 수준 등을 고려할 때 정부 목표가 과도하단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자동차모빌리티산업연합회(KAIA)는 지난 26일 2035 수송부문 NDC 긴급간담회를 개최하고 정부의 수송부문 감축 목표, 무공해차 보급 목표 4개안 모두 업계에 큰 부담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KAIA는 현실적인 보급경로를 고려할 때 가장 낮은 비율 목표인 48%를 달성하기 위해 무공해차 등록대수를 840만대(30%, 2800만대 기준)로 끌어올려야 할 것으로 봤다. 감축 목표 비율이 높아질수록 달성해야 할 등록대수도 더욱 커진다. KAIA는 정부 목표 모두 2035년 무공해차만 판매해야 이룰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국내 산업생태계의 전환 대응능력을 고려해 지속 가능하고 현실적인 수준의 목표를 설정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남훈 KAIA 회장은 “과도한 보급목표는 자동차 평균 CO2 규제, 판매의무제 등의 규제 수준으로 이어져 업계의 규제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며 “국내 수입차, 특히 중국산 전기차의 시장잠식이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2021년과 2024년에 주요 국가별 동급 내연기관차 대비 저렴한 전기차의 출시 비중을 나타낸 도표.   / 자료=국제에너지기구(IEA)
국제에너지기구(IEA)가 2021년과 2024년에 주요 국가별 동급 내연기관차 대비 저렴한 전기차의 출시 비중을 나타낸 도표. 2024년 중국에서 내연기관차보다 저렴한 전기차의 비중이 과반을 차지한 반면 미국과 독일의 비중은 미미한 수준을 보였다. / 자료=국제에너지기구(IEA)

◇ 학계 일각 “구매 지원 후 규모의 경제 효과 노려야”

업계에서 현실적인 보급 목표 설정을 요구하는 한편, 무공해차 수요 확대 방안을 마련해야 한단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각계 주체들은 이 일환으로 전기차 구입 장벽을 낮출 방법을 모색하는 중이다.

배터리 가격이 규모의 경제 달성, 재료비율 개선 등을 거쳐 점점 인하하고 있어 전기차 생산단가를 낮추는 중이다. 하지만 내연기관차와 동등한 수준이 되려면 더 많은 기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미국에서 출시된 차량 중 동급 내연기관차보다 저렴한 전기차의 비중을 분석한 결과, 2021년 4%에서 3년 지난 작년 17%로 13%p 상승하는데 그쳤다. 나머지 83% 전기차는 여전히 동급 내연기관차보다 비싸단 뜻이다.

자동차모빌리티산업연합회(KAIA)가 지난 26일 한국자동차회관에서 2035 수송부문 NDC 긴급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자동차모빌리티산업연합회
자동차모빌리티산업연합회(KAIA)가 지난 26일 한국자동차회관에서 2035 수송부문 NDC 긴급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자동차모빌리티산업연합회

강 회장은 “수요가 없는 상태로 공급을 규제하는 것은 자동차 업계의 패널티 부담으로 이어져 전동화 투자 여력을 감소시키는 등 전동화 전환에 역행할 수 있다”며 “공급규제보다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강력한 수요창출 정책이 우선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업계에선 전기차 구매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정책 자금인 구매 보조금의 단가를 유지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이규진 아주대 지속가능도시교통연구센터 교수는 2035 국가 NDC 토론회 현장에서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해 신차 가격의 33%까지는 안정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며 “이후 규모의 경제를 통한 시장경제를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 같은 니즈를 고려해 내년 전기차 보조금 지급 규모를 올해 수준(승용차 기준 최대 580만원)으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이와 함께 내연기관차 전환 보조금 등을 신설해 구매를 더욱 유도할 계획이다. 김성환 환경부 장관은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해 앞으로 다양한 재정적·행정적 지원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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