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업황 불확실성에 인력 전략 보수적 전환
지난해 채용 규모 1만378명···2년 만 64% 급감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삼성과 SK가 잇따라 대규모 채용 계획을 발표하며 청년 일자리 확대에 나섰다. 양사 보도자료 전면에는 반도체·바이오·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한 신규 인력 확보 전략이 담겼다.
반면 불과 1~2년 전 그룹 차원의 ‘성장 키워드’였던 배터리는 주요 채용 목록에서 비켜섰다. 업황 조정 구간이 길어지면서 전지 분야는 대규모 충원 대신 일부 핵심 포지션 중심의 ‘핀셋 채용’으로 축소되는 분위기다.
삼성그룹은 향후 5년간 6만명을 신규 채용하겠다고 지난 18일 밝혔다. 연간 1만2000명 규모다. 집중 분야는 반도체, 바이오, AI다. 1957년부터 이어온 공채를 유지하면서 인턴 연계 채용을 확대해 신입 저변을 넓히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SK그룹도 같은 날 올해 청년 인재 8000명 채용 계획을 공개했다. 상반기에 4000명을 이미 선발했고, 하반기에 추가로 4000명을 모집한다. SK하이닉스를 비롯한 주요 계열사는 AI 반도체, 차세대 D램 증설, 울산 AI 데이터센터 구축 등 미래 전략사업에 맞춘 R&D·설계·양산 기술 인재 확보에 나선다.
반면 배터리 분야에서는 대규모 채용 소식이 들리지 않는다. 2년 전 양사가 생산시설을 확충하던 시기에는 전극·조립 등 전 공정에 걸쳐 대규모 신입을 뽑았지만, 최근에는 선별적으로 인력을 충원하는 분위기다.
경영진 발언 역시 채용 위축 기조를 뒷받침한다. 올해 3월 최주선 삼성SDI 사장은 인터배터리 2025 도어스태핑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기차 수요 부진이 2026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 7월 LG에너지솔루션은 2분기 실적발표 자리에서 보조금 축소와 관세 변수로 수요 둔화를 우려하며 투자 일정을 일부 늦췄다.
채용 규모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의 신규 채용 인원은 2022년 2만8956명에서 지난해 1만378명으로 64% 넘게 줄었다. LG에너지솔루션은 같은 기간 약 1만2329명에서 2410명으로 80% 가까이 줄었고, 삼성SDI와 SK온도 각각 46.7%, 56.2% 감소했다.
임직원 전체 규모는 증가세지만, 청년층 유입은 줄었다. 배터리 3사의 20대 직원 수는 2022년 1만5767명에서 2024년 1만2857명으로 감소했고, 퇴직자 수는 동반 증가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퇴직자는 2022년 2594명에서 2024년 5995명으로 두 배 이상 늘었고, SK온도 같은 기간 4489명에서 6629명으로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