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亞 주요국 카자흐스탄에 신차 조립공장 증설
카자흐스탄 소득수준 높고, 중앙亞 인구 증가세
러시아와 교역 활발하기도···현대차 “생산 다변화 차원”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현대자동차, 기아가 중앙아시아 주요 국가인 카자흐스탄에 완성차 조립공장을 설립하는 등 투자를 단행한다. 양사는 자동차 시장 전망이 밝고, 주요 시장인 러시아와 인접한 중앙아시아에 주목하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현재 카자흐스탄에 제네시스, 기아 신차를 신규 생산하거나 증산하기 위한 시설 투자를 진행 중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11월 카자흐스탄에 제네시스를 진출시켰다. 국내 차량을 먼저 생산한 다음 이를 다시 분해해 현지 파트너사인 아스타나 모터스에 공급한 후 완성차로 최종 조립, 판매하는 방식(Disassembly Knock Down, DKD)으로 사업 중이다.
DKD 방식은 운송비를 절감하고 현지 공장 규모를 축소시킬 수 있어 비용 효율화에 유리하다. 현대차는 앞서 지난 2020년 10월 아스타나 모터스와 협력해 쏘나타, 싼타페 등 차량의 위탁 조립, 판매를 실시해왔다. 카자흐스탄 알마티에 위치한 현대차 공장은 연간 8만대 생산능력을 갖췄다.
기아도 내달 카자흐스탄 코스타나이주(洲)에 현지 자동차 제조사 알뤼르(Allur)와 협업해 연산 7만대 규모의 자동차 2공장을 본격 가동할 예정이다. 쏘렌토를 시작으로 내년 1월 신형 스포티지를 생산할 예정이다. 기아는 앞서 2022년 10월 스포티지를 연 1만대 생산할 수 있는 1공장을 가동 개시한 데 이어 2공장까지 증설하기로 결정했다.
◇ 카자흐스탄 정부, 외국 제조업 투자 적극 유치
양사가 카자흐스탄을 적극 공략하는 것은 최근 자동차 시장으로서 동아시아 권역의 중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양사는 현재 카자흐스탄에서 판매 선두권 업체로 자리매김했다. 카자흐스탄 자동차 협회(KAU)에 따르면 현대차, 기아는 지난 상반기 2만4218대, 기아 1만1319대씩 기록해 1위와 3위에 올랐다. 투싼, 엘란트라, 스포티지 등 모델을 중심으로 호응을 얻는 중이다.
제네시스가 카자흐스탄에 진출한 것은 현대차 후광효과를 누릴 수 있을 뿐 아니라 동아시아 권역에서 비교적 높은 소득 수준을 달성한 국가이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에 따르면 작년 기준 카자흐스탄의 1인당 GDP는 1만4570달러로 러시아(1만4950달러)와 비슷하다. 현지 고급차 시장에선 렉서스가 인기를 끌고 있고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 독일 고급차 브랜드의 중고차 수요도 높다.
카자흐스탄 정부가 외국계 투자를 적극 유치하기 위해 우호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는 점도 현대차, 기아의 현지 사업 확대를 유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현지 정부는 현대차, 기아가 속한 산업군인 제조업의 외국인 투자 유도책으로 최장 10년간 법인세, 토지세 등 세금을 면제하고 있다. 제조 설비·기계를 수입하면 부가세나 관세를 면제해준다.
카자흐스탄을 비롯한 중앙아시아 권역의 시장으로서 가치가 더욱 대두되고 있기도 하다. 신흥지역정보 종합지식포탈(EMERiCs) 러시아·유라시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중앙아시아 인구는 8000만명으로, 향후 점차 증가할 전망이다. 중앙아시아 국가 중 카자흐스탄이 요충지로서 자동차 시장 거점으로 삼기 충분하단 평가다.
◇ 업계선 러시아 재진출 가능성 제기
현대차, 기아가 카자흐스탄을 교두보로 인접국인 러시아 사업을 간접적으로 재개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양사는 지난 2022년 2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서구 제재를 고려해 러시아 사업을 중단했다. 한국산 자동차와 일부 자동차 부품을 러시아에 직수출하는 것도 제한된 상태다.
카자흐스탄은 러시아와 활발히 교역 중인 국가다. 양국간 교역량은 2021년 246억달러에서 러-우 전쟁 발발 후 작년 278억달러로 13% 가량 확대됐다. 카자흐스탄은 서구 교역 관계를 고려해 러시아와 신중하게 무역을 이어가면서도 언어, 문화적 유사성과 긴밀한 경제적 협력 체계를 기반으로 밀착하는 모양새다.
업계에선 양국간 교역 여건을 바탕으로, 현대차와 기아가 카자흐스탄을 러시아 공략 재개의 교두보로 활용 가능하단 분석이 나온다. 예를 들어 카자흐스탄 딜러사가 현지 출고된 양사 신차를 러시아에 판매하는 방식이 이뤄질 수 있다. 양사는 러-우 전쟁 발발 직전인 2021년 판매 1위에 오르는 등 유의미한 성과를 거둔 러시아 시장을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대차, 기아가 사업을 중단했지만 여전히 러시아 소비자들이 양사 차량 품질과 브랜드를 선호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 중고차 딜러사 이통다(Yitongda)가 인용한 러시아 분석 기관 오토스타트(Autostat) 자료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러시아가 수입한 중고 승용차 18만1600대 중 한국산 모델이 22.5%로, 일본산(49.5%)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박정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러시아·유라시아팀장은 “카자흐스탄은 중앙아시아 내 다른 국가에 비해 제조업을 영위하기 유리하고 소득 수준도 높은 시장”이라며 “러시아에서 최근 중국차 점유율이 높아지고 있지만 한국과 한국차 브랜드의 이미지가 좋고 제품 선호도도 높다”고 말했다.
현대차, 기아는 러-우 전쟁이 이어지는 현재로선 러시아 시장 재진출에 대한 입장을 언급하기 어려운 입장이다. 카자흐스탄 투자는 중앙아시아 시장의 공략 가치와 생산 거점 다원화 차원에서 이뤄진 결정이라고 밝혔다.
현대차·기아 관계자는 “카자흐스탄을 비롯한 중앙아시아 시장의 중요성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며 “글로벌 기업으로서 생산, 수출 다변화를 통한 실적 확대를 위해 카자흐스탄 투자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