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후 순차 출시돼 전년 대비 실적 증가폭 키워
신뢰도·상품성 인정···신차·현지생산으로 경쟁력 강화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현대자동차, 기아가 최근 출시한 경형·소형차로 인기를 얻어 유럽전기차(BEV) 판매실적을 전년동기 대비 1.5배 가까이 늘린 것으로 파악됐다. 기존 모델 판매 부진, 중국 업체 성장세 등은 과제로 꼽힌다.
23일 현대차, 기아에 따르면 지난 1~4월 양사 주요 전기차의 유럽 판매실적은 전년동기(4만1178대) 대비 44.9% 증가한 5만9683대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단종돼 한자리수 판매량을 기록한 소형 전기차 쏘울 EV의 실적을 제외한 수치다.
현대차 캐스퍼 일렉트릭과 기아 EV3가 해당 기간 양사 실적 증가에 가장 크게 기여했다. 올해 들어 4개월 간 캐스퍼 일렉트릭는 6964대, EV3는 2만3429대가 팔렸다. 캐스퍼 일렉트릭은 코나 일렉트릭(8701대)에 이어 현대차 모델 중 두 번째로 많이 팔렸고, EV3는 기아 베스트셀링 전기차에 올랐다. 두 모델이 작년 1~4월 당시 판매되지 않았기 때문에 올해 같은 기간 판매 증가폭이 더욱 커졌다.
두 모델은 현지에서 인기 있는 차급으로 이같은 판매실적을 거둘 수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캐스퍼 일렉트릭과 EV3는 각각 A-세그먼트, B-세그먼트로 분류된다. 두 차급은 A~F 6가지 세그먼트로 분류되는 유럽 신차 시장에서 21%(이하 2023년 기준)로 가장 높은 판매 비중을 차지한다. 차종을 기준으로 판매 비중 과반(51%)을 차지하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라는 부분도 인기 요인이다.
양사는 앞서 내연기관차 시장에서 축적해온 브랜드 인지도와 신뢰성을 바탕으로 전기차의 상품성을 어필해 시장 입지를 끌어올렸단 평가다. EV3는 최근 유럽 안전성 평가(EURO NCAP)에서 CHLR 최고 등급(별 5개)을 획득했다. EV6, EV9에 이어 거둔 기록이다. 기아는 앞서 지난달 EV3로 글로벌 자동차 전문기자가 시상하는 ‘세계 올해의 자동차’를 수상했다. EV3는 영국, 핀란드, 덴마크 등 유럽 각국에서 ‘올해의 차’에 선정되기도 했다.
캐스퍼 일렉트릭도 지난달 ‘세계 올해의 전기차’에 올랐다. 포르쉐 최신 전기차 마칸 일렉트릭을 제치고 거둔 성과다. 캐스퍼 일렉트릭은 현지 출시된 지 1년도 채 안된 시점에 상품성으로 주목받고 있다. 두 모델 외에 현대차 준중형 전기 SUV 아이오닉5도 전년 대비 26.7% 증가한 5695대 판매돼 실적 증가에 일조했다.
◇ 폭스바겐·BYD 등 글로벌 브랜드 상승세에 ‘촉각’
아이오닉6, EV6 등 일부 기존 모델의 판매 성과는 비교적 저조한 점은 숙제다. EV6(6194대), 아이오닉6(979대), 니로EV(3436대) 등 기존 볼륨 모델의 올해 판매대수가 작년보다 두자리수 비율로 감소했다. 각 모델이 상품성 개선 모델로 출시된 지 1년을 초과해 구형 차량으로 여겨지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유럽, 중국 브랜드의 전기차 공세가 이어짐에 따라 판매 경쟁이 더욱 치열해진 점도 현대차, 기아 모델에 대한 고객 관심을 분산시킨 것으로 해석된다.
자동차 시장조사업체 자토 다이내믹스에 따르면 지난달 유럽 28개국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모델은 폭스바겐그룹 브랜드 스코다의 엘로크(Elroq, 7998대)다. ID.3(6932대), ID.7(6776대), ID.4(6297대), EV3(5680대) 등으로 그 뒤를 이었다. EV3가 5위권에 진입했지만 폭스바겐그룹 브랜드들이 선두권을 다수 차지했다. 폭스바겐 3종은 아이오닉6, EV6과 동등한 차급 모델이라는 점에서 위협적인 상대로 분석된다. 르노5(5662대), BMW iX1(5518대) 등 유럽 브랜드 모델들이 EV3를 바짝 추격했다.
브랜드 순위에서 중국 업체들의 약진이 주목된다. 지난달 BYD(7231대) 10위, MG(3443대) 18위, 샤오펑(1649대) 24위를 기록했다. 기아(9101대) 6위, 현대차(7346대) 9위에 비해 낮은 순위지만 유럽 시장 후발주자인 점을 고려하면 상승세가 가파르단 평가다.
현대차, 기아는 향후 유럽 신차 라인업을 늘리는 한편 현지 생산을 확대하는 전략으로 유럽 공략을 강화할 계획이다. 기아는 기존 라인업 판매에 힘쓰는 동시에 승용, 상용으로 다양하게 판매되는 첫 전기 목적기반모빌리티(PBV) PV5를 하반기 유럽에 출시할 예정이다. EV4 해치백과 EV2 등 신차를 각각 올 하반기와 내년에 슬로바키아 공장에서 양산해 유럽 전역에 보급할 예정이다.
현대차는 캐스퍼 일렉트릭을 비롯한 기존 모델의 판매 확대에 주력하는 한편 아이오닉9을 연말 이후 순차 출시해 기아 EV9과 함께 대형 전기차 수요를 공략한다. 내년 하반기엔 튀르키예 공장에서 내연기관차 i20 대신 컴팩트 전기차 모델을 양산할 예정이다. 해당 모델에 관한 정보는 공개하지 않았다.
현대차·기아 관계자는 “유럽에서 EV 볼륨 모델 확대를 통해 환경규제에 대응해나갈 것”이라며 “기존 역량을 바탕으로 전기차(EV) 경쟁력 강화를 통한 전동화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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