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출시 전 환경부 인증 完, 기존 최장 ‘EV4’ 추월
현대차, 판매 둔화 속 가격 고심···“변경많아 오를 듯”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현대자동차가 하반기 중 출시할 전기 세단 아이오닉6 부분변경모델(FL)의 1회 충전 주행거리를 국내 최장 수준으로 달성했다. 현대차가 현재 국내 전기차 판매 확대를 추진하는 가운데 아이오닉6 FL 흥행 관건인 차량 가격에 업계 관심이 모인다.
9일 환경부 자동차 배출가스 및 소음 인증시스템(KENCIS)에 따르면 현대차는 최근 아이오닉6 FL ‘더 뉴 아이오닉6’의 1회 충전 주행거리를 최장 568㎞(이하 상온 복합 기준)로 인증받았다.
이는 항속형(롱레인지) 이륜(2WD) 18인치 휠 모델로 달성한 수치다. 기존 최고치를 달성한 기아 EV4(롱레인지 2WD 17인치 휠, 549㎞)를 넘어섰다. 아이오닉6 FL이 최장 주행거리를 기록한 것은 배터리 용량을 기존 77.4㎾h에서 84㎾h로 확대한 결과로 분석된다. 롱레인지보다 더 짧은 주행거리에 낮은 가격대로 출시되는 기본형(스탠다드)의 배터리 용량도 53㎾h에서 63㎾h로 확대됐다.
현대차가 환경부로부터 인증받은 아이오닉6 FL 모델별 주행거리는 기본형(스탠다드) 2WD 18인치 모델이 442㎞에 달한다. 롱레인지 라인업은 2WD 20인치 N-라인 475㎞, 2WD 20인치 488㎞, 사륜구동(AWD) 20인치 N-라인 431㎞, AWD 20인치 448㎞, AWD 18인치 549㎞다.
현대차는 지난해 3월 출시한 아이오닉5 FL의 배터리 용량을 확대한 데 이어 아이오닉6 FL를 늘렸다. 현대차를 비롯한 완성차 업체들은 통상 전기차를 부분변경 이상 수준의 상품성 개선 모델로 출시할 때 배터리 용량을 늘린다. 배터리 용량을 늘리면 전기차 주행거리가 늘어 상품성 개선폭이 커질 뿐 아니라, 배터리팩 규모가 확장되고 배터리 진단방식도 변경돼서다.
현대차는 아이오닉6의 배터리 용량뿐 아니라 경량화를 통해 주행거리를 크게 늘릴 수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아이오닉6 FL의 공차중량은 1930kg에서 1925kg로 5kg 줄었다. 아이오닉5 FL이 배터리 용량을 동일하게 확대한 후 이전 모델(1945kg)보다 70kg 무거워진 것과 대조된다. 아이오닉6의 최고출력은 2WD 기준 229마력으로 기존과 동일하다.
현대차는 이밖에 아이오닉6 FL의 조명, 전면부, 측면부 색상, 후면부 스포일러, 휠 등 실외 부위와 실내 디자인을 변경했다. 내비게이션에 더해 각종 전자제어 기능을 무선(OTA) 업데이트 할 수 있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커넥티드카 내비게이션 콕핏(ccNC)도 신규 탑재할 예정이다. 모델에 처음으로 고성능 디자인 패키지 N-라인이 추가되고, 고객 선호도 높은 사양을 기본 탑재해 상품성을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 작년 출시한 아이오닉5 FL 가격은 동결
아이오닉6 FL의 가격이 출시 성과 관건으로 꼽힌다. 현대차는 상품성을 개선한 아이오닉6의 가격을 인상해야 이윤을 창출할 수 있지만, 경기 불확실성 속 소비자들의 가격 민감도가 높아져 고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 1~5월 현대차 국내 전기차 판매대수는 전년동기(1만3217대) 대비 67.5%나 증가한 2만2138대로 집계됐다. 캐스퍼 일렉트릭(3902대), 아이오닉9(2841대) 등 신모델 2종이 출시돼 전체 판매량을 늘렸다.
또한 1톤 전기 트럭 포터Ⅱ 일렉트릭(4383대)를 제외한 승용·소상용 전기차 모델 모두 작년보다 더 많이 판매됐다. 정부의 전기차 판매 촉진책을 비롯해 현대차의 할인 판매, 저사양 트림 출시 등 전략이 수요를 늘렸단 분석이다. 아이오닉6 판매량(2280대)도 전년 대비 24.2% 증가했다.
현대차가 아이오닉6 FL의 출시 효과를 거두려면 가격을 동결하는 등 구매 부담을 낮춰야 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현대차는 작년 아이오닉5 FL의 가격을 동결한데 이어 올해 구매 혜택을 더한 결과 판매 성과를 높였다. 기아도 작년 5월 출시한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EV6의 가격을 유지했다. 최근 국내 중앙금리가 인하했지만 차량 할부금리에 즉각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신차 수요가 늘어날지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 해외 실적 주춤해 내수 개선 절실
현대차 내수 실적 확대는 최근 더욱 절실해졌단 관측이다. 올해 미국 관세 정책에 대응해 현지 생산 확대를 진행하는 동안 판매 성장세가 둔화했고, 유럽에선 경쟁 격화와 소형 전기차 인기 등으로 인해 아이오닉5, 아이오닉6 등 기존 주력 모델의 판매가 감소했다.
현대차는 글로벌 수요 감소를 감안해 아이오닉5, 코나 일렉트릭의 생산을 올해 세차례 일시 중단하기도 했다. 내수 판매 증가세를 유지하는 것이 글로벌 실적 기복을 보완할 수 있는 방안의 하나로 꼽힌다. 아이오닉6 FL의 가격에 대한 시장 관심이 지속되는 이유다.
수도권 소재 현대차 전시장 관계자는 “새로 나올 아이오닉6에 대한 정보가 아직 영업 일선에 공유되지 않은 상황”이라면서도 “아이오닉6는 작년 출시된 아이오닉5 부분변경모델과 달리 디자인도 대폭 개선되기 때문에 가격 인상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