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5보다 작지만 실내규모 동급, 3000만원 중반대 구입 가능
구매자 “아이오닉6보다 EV4”···전기 세단 라인업 확장 예고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기아가 중형 전기 세단 EV4를 출시한지 2개월만인 지난달 국산 전기차(BEV) 판매 2위에 등극시켰다. EV4가 국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중심으로 형성된 전기차 시장에서 차별적인 상품성을 인정받았단 평가다.
4일 기아에 따르면 EV4는 지난달에 전월(831대) 대비 65.2%나 증가한 1373대 판매됐다.
같은달 판매된 국산 전기차 모델 중 EV3(1866대)에 이어 2번째로 높은 실적이다. 아이오닉5(1255대), 무쏘EV(1167대), EV6(957대), 아이오닉9(867대) 등으로 그 뒤를 이었다. 최근 기아 전기차 모델의 판매대수가 대부분 전년 동월 대비 감소한 가운데 EV4 판매 성과가 더욱 부각되고 있다.
◇ EV4, 현대차·기아 전기차 중 최장 주행거리 달성
기아는 내연기관차 시장 뿐 아니라 전기차 시장의 주류로 자리잡은 SUV와 구분되는 상품성을 EV4에 적용해 수요 창출을 시도했다. EV4는 EV3, EV6 등 기존 모델과 마찬가지로 현대차그룹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기반으로 개발됐다. E-GMP 기반 전기차는 레이EV, 니로EV와 같이 내연기관차와 플랫폼을 공유하는 전기차와 비교해 더 넓은 실내공간과 에너지 효율, 전기차 특화 기능 등을 갖췄다.
이에 따라 EV4의 전장은 4730㎜로 기아 준대형 세단 K5 4905㎜보다 175㎜ 짧지만, 실내공간 규모를 좌우하는 축거는 2820㎜로 K5(2850㎜)와 30㎜밖에 차이나지 않는다. EV4의 공인 에너지소비효율(전비)은 복합 기준 1㎾h당 최고 5.8㎞(17인치 휠 기준)에 달한다. 공차중량이 40㎏ 더 가벼운 니로EV(1705㎏)의 전비가 5.3㎞/㎾h인데 비해 EV4의 운행 효율이 더 높다. 이는 낮고 매끈한 외형과 하부구조 덕분에 SUV보다 비교적 높은 공기저항계수(0.23Cd)를 달성한 결과로 분석된다.
EV4는 또한 SUV보다 내부 공간이 협소한 단점을 극복하고 기아 대형 전기 SUV EV9(99.8㎾h), 고성능 모델 EV6(84.0㎾h) 다음으로 많은 81.4㎾h 용량의 배터리셀을 장착했다. EV4는 운행효율과 높은 배터리 용량을 바탕으로 현대차·기아 전기차 중 가장 긴 주행거리 533㎞(17인치 휠, 롱레인지 모델 기준)를 달성했다.
롱레인지보다 적은 배터리 용량 58.3㎾h의 스탠다드 모델의 1회 완전 충전후 주행거리도 382㎞로 국내 소비자들이 평균적으로 기대하는 전기차 주행거리 400㎞에 가깝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롱레인지보다 420만원이나 저렴한 EV4 스탠다드 트림을 출퇴근용 차량으로 고려하고 있단 소비자 반응도 확인됐다.
EV4 가격도 소비자 관심을 끈 요소로 꼽힌다. EV4 가격은 최저 4042만원(개별소비세 3.5%, 친환경차 세제혜택 적용, 스탠다드 트림)이다. 서울 시민은 국고 522만원, 시비 54만원 등 보조금 576만원을 지원받아 EV4를 3466만원에 구입 가능하다. K5 최상위 트림 시작가 3546만원보다 낮은 가격이다.
기아는 EV4에 무선 스마트폰 충전, 후방 모니터, 열선 스티어링 휠(운전대), 운전석 전자동 창문 등 고객 선호도 높은 사양을 기본 탑재하고도 가격을 낮게 책정했다.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이 인도네시아에 합작 설립한 배터리셀 제조사 HLI그린파워의 제품을 탑재해 EV4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경남 지역에 거주하는 EV4 고객 A씨는 “EV4는 최신 모델일 뿐 아니라 회생제동 3.0 등 신기술이 탑재됐다”며 “또한 재고 할인이 적용된 아이오닉6보다 더 저렴해서 EV4를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 첫차·세컨드카 수요 모두 공략···“EV4는 전기 세단 첨병”
기아는 ‘전기차 대중화’를 전략 지향점으로 내세운 가운데 EV4 출시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아는 내연기관 라인업에서 SUV, 미니밴(카니발) 뿐 아니라 세단 ‘K 시리즈’의 상품성을 지속 개선해 고객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해왔다. EV4는 규모, 설계 특성상 동급 SUV보다 저렴한 세단으로서 전기차 포트폴리오 확장의 첨병 역할을 맡았다.
기아는 EV4를 전기 세단 라인업의 기본(엔트리) 모델로 삼았기 때문에 향후 더 큰 전기 세단을 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선 향후 기아가 대형 전기 세단 EV8을 출시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기아는 EV8 출시 여부를 발표하지 않았지만, 2030년까지 매년 최소 1종의 신규 전기차를 출시해 라인업을 확장한다고 밝힌 상태다. 전기 세단을 통해 SUV와 차별화한 차량 이용 경험을 고객에게 제공한단 전략이다.
기아는 “EV4는 입문용 전기차, 소규모 가족용 패밀리카, 세컨드카 수요까지 모두 겨냥한 모델”이라며 “EV4는 기아 전동화 라인업에서 엔트리급 세단의 역할을 맡아 신차 포트폴리오를 한층 풍성하게 채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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