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만원 할인에 초장기·무이자 할부, 신차 가격인상 자제
정부 한시적 구매 촉진책 활용···수입 신차 러시에 대응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국내 자동차 업체들이 정부의 한시적 구매 지원책과 금리 인하 기조 등 여건을 십분 활용해 공격적인 전기자동차(BEV) 판매 전략을 단행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 기아 KGM은 전기차 할인폭 확대, 무이자 할부, 신모델 가격 인상 최소화 등 방식으로 판매 확대를 시도하고 있다.

국내 자동차 업체별 전기차 판매 전략. / 자료=각 사, 업계
국내 자동차 업체별 전기차 판매 전략. / 자료=각 사, 업계

현대차는 지난 분기 아이오닉5 500만원, 코나 일렉트릭 400만원 등 모델별 수백만원 상당의 현금할인 혜택을 제공해왔다. 기아는 EV3, EV6 등 모델에 일정 선수금을 제외한 차량 판매가를 무이자 할부 판매하는 프로그램을 시행 중이다. 고가의 주력(플래그십) 모델인 EV9 고객을 위해 5%대 금리로 최장 84개월(7년) 할부 상품을 마련했다.

양사는 앞서 작년 전기차 수요 둔화 추세 속에서 판매 확대를 통한 시장 입지 다지기에 주력했다. 현대차는 작년 고금리, 고물가 기조 속 출시한 아이오닉5 부분변경 모델의 가격을 동결하고 기아도 동급 최저 수준인 3000만원대에 구입 가능한 EV3를 내놓았다. 60%대의 높은 내수 점유율을 유지, 확대하려는 취지다.

최근 첫 국산 전기 픽업트럭 무쏘 EV를 출시한 KGM은 모델별 판매 전략을 마련해 수요를 노리고 있다. 이달 들어 토레스 EVX의 사양을 재구성하고 가격 인상폭을 줄인 부분변경모델 ‘토레스 EVX 알파’를 출시했다.

KG모빌리티가 8일 출시한 부분변경모델 토레스 EVX 알파. / 사진=KG모빌리티
KG모빌리티가 8일 출시한 부분변경모델 토레스 EVX 알파. / 사진=KG모빌리티

토레스 EVX 알파는 이전 연식모델과 비교해 1열 이중접합 유리, 배터리 용량 증가, 서스펜션 개선, 원격(OTA) 업데이트 탑재 등이 새롭게 이뤄졌다. 1회 충전 최장 주행거리가 기존 433㎞에서 452㎞로 19㎞ 연장됐고 주행성능과 편의성이 개선됐다. 하지만 최저 가격은 기존 4438만원에서 4602만원으로 164만원 인상하는데 그쳤다. 일부 누리꾼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KGM의 토레스 EVX 알파 가격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뿐 아니라 KGM은 지난달 출고 개시한 무쏘EV에 12개월 무이자 할부나 선수금 없는 장기 할부 프로그램을 적용했다. 최근 브랜드별 신차 출시 러시가 이어지고 고객 유치 경쟁이 치열해져, 신차 출시 직후 파격적인 프로모션을 단행하는 것은 예사란 분석이 나온다.

현대자동차 대형 전기 SUV 아이오닉9. / 사진=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 대형 전기 SUV 아이오닉9. / 사진=현대자동차

◇ 정부 보조금 최고 1100만원 활용···BYD 출고 개시에 촉각

국내 자동차 업체들이 전기차 판매에 힘 쏟는 것은 정부의 일시적인 전기차 구매 지원책을 최대한 활용하려는 행보로 분석된다. 정부는 지난 1월 15일 발표한 ‘친환경차·이차전지 경쟁력 강화 방안’의 일환으로 전기차 구매 혜택을 작년 대비 강화했다.

연말까지 추가 지급되는 제조사 할인 구간별 보조금의 비율은 500만원 이하 20%, 500만원 초과 40%다. 만 19세 이상 34세 이하 청년이 전기차를 생애 첫 차로 구입하면 보조금을 20% 추가 지급받는다. 예를 들어 청년이 5000만원 상당의 전기차를 생애 첫차로 사면 최종 구매비용이 3900만원으로 인하한다. 다자녀가구에 대한 혜택도 강화했다. 자녀 수에 따라 2자녀 100만원, 3자녀 200만원, 4자녀 이상 300만원 등 보조금이 차등적으로 추가 지원된다.

업체들이 우호적인 정책을 등에 업고 프로모션을 적극 단행한 결과 지난 1분기 유의미한 수준의 판매 성과를 거둔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3사의 지난 1분기 전기차 판매 실적은 2만4409대로 전년동기(1만5055대) 대비 62.1% 증가했다. 아이오닉5, 코나 일렉트릭이 상품성 개선 없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더 많이 판매됐다. KGM도 새로운 차종인 무쏘EV(526대)를 출시한 첫 달에 선방했단 평가다.

BYD 코리아가 지난 4일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개최된 2025 서울모빌리티쇼의 현장에 전시한 중형 전기 세단 씰(SEAL). / 사진=박성수 기자
BYD 코리아가 지난 4일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개최된 2025 서울모빌리티쇼의 현장에 전시한 중형 전기 세단 씰(SEAL). / 사진=박성수 기자

수입차 업체들이 신모델을 앞다퉈 출시하고 파격적인 구매혜택을 제공 중이어서, 국내 업체들이 판매확대 전략에 더욱 힘 실을 전망이다. BMW 코리아,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수천만원 규모로 고급 전기차 모델을 할인 판매하고, 테슬라 코리아와 볼보자동차코리아도 가격 경쟁력과 품질을 확보한 중국산 모델로 수요를 적극 창출하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수입 전기차 판매대수는 1만50대로 전년동기(1만237대) 대비 1.8% 감소했지만, 15% 넘는 신차 판매 비중을 유지하고 있다. 국산차 못잖은 가격대로 아토3, 씰 등 신차를 출시한 중국 BYD코리아의 공세도 국산 모델의 입지를 위협할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이 중 아토3는 시행착오를 거쳐 최근 출고 개시된 상황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BYD 진출로 전기차 시장 경쟁 구조가 더욱 다각화한 상황에서 브랜드 간 상품성 차별화, 가격 인하 경쟁도 치열해졌다”고 분석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