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테슬라 등 공정 간소화·자동화 추진
“반값 전기차도 가능”···中 업체 저가 공세 대응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전기차(BEV) 경쟁력 강화의 일환으로 가격 인하를 위한 원가절감을 적극 추진한다. 가격 인하로 전기차 수요를 창출, 확대해 시장 점유율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는 전략이다. 업체들의 원가절감 방식은 최근 제조공정 혁신에 초점이 맞춰졌단 분석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국 소비자들은 여전히 가솔린, 디젤을 연료로 움직이는 내연기관차를 선호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회계법인 딜로이트가 작년 국가별 소비자들에게 ‘다음 구매할 차량의 엔진 종류 선호도’를 설문한 결과 순수 내연기관차를 꼽은 비중이 미국 62%, 인도 54%, 독일 53%, 한국 39%, 중국 38% 등으로 집계됐다. 모터와 엔진이 함께 장착된 하이브리드차를 꼽은 비중을 더하면 70~80%까지 높아진다. 반면 전기차를 꼽은 비중은 독일 11%, 한국 9%, 미국 5%로 소수에 그쳤다.
중국 소비자들은 전기차를 선택한 비중이 27%로 비교적 높았다. 내연기관차와 동등한 가격대를 갖춰 전기차를 비교적 쉽게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가격이 전기차 수요 창출의 주요 관건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딜로이트는 “전기차 선호도가 낮은 이유는 여전히 높은 가격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며 “반면 저렴한 전기차를 생산하는 중국에서는 내연기관차 선호 비중이 가장 낮았다”고 분석했다.
◇ 현대차그룹 신공장, 스마트폰처럼 업데이트 “원가 30%↓”
현대자동차그룹을 비롯한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은 현재 제조 공정 혁신을 통한 전기차 원가절감 방안을 시행 중이다. 제조 공정 혁신은 차량 생산 작업을 간소화하거나 생산시설을 통합하는 등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에 준공한 공장 HMGMA에 적용한 소프트웨어 중심 공장(SDF)이 최근 사례다. 현대차그룹이 도입한 SDF는 공장 운영 현황을 실시간 파악하고 내부 설비의 성능과 품질, 생산성을 소프트웨어로 신속하게 업데이트할 수 있다.
스마트폰처럼 공장에 적용된 소프트웨어를 변경, 개선하고 이에 맞춰 장치(하드웨어)도 별도 개발해 적용할 수 있다. 와이어 같은 비정형 제품을 수작업으로 조립하는 과정을 로봇팔로 자동화하거나, 신차마다 새롭게 제작해야 하는 자동차 부품 고정장치(픽스처)를 단일화하는 등 신기술이 SDF에 적용된다. 현대차그룹은 SDF로 전기차를 만들면 기존 공장에 비해 생산 원가를 30%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현대차그룹은 “SDF가 구축되면 제조지능이 고도화되고 유연성이 확보돼 데이터와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한 의사결정 및 공장 운영이 가능해진다”며 “이를 통해 생산 준비기간 단축, 생산 속도 향상, 신차 투자 비용 절감, 품질 향상 등 효과를 일으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 테슬라, 용접 줄인 모듈조립 내년 도입 “반값 생산”
테슬라는 차량을 모듈 단위로 조립하는 언박스 조립기술(unboxed process)을 개발하는 중이다. 거푸집에 액체 형태의 소재를 부어 굳히는 주조 방식으로 생산 단가를 획기적으로 낮춘 기가캐스팅 방식과 결합된다. 차량 전면·후면, 하부 패널을 기가캐스팅 방식으로 제작하는 동시에 다른 하위 공정에서 제작한 루프, 탑승문, 보닛 덮개 등을 최종 조립한다.
테슬라는 언박스드 조립기술을 통해 스탬핑, 용접 등 작업과 투입 인력을 줄여 공장 면적 40%, 생산 비용 50%씩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내년 양산 개시할 자율주행 택시 사이버캡을 만드는 공정에 언박스 조립 기술(unboxed process)을 처음 적용할 계획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21일(현지시간) 임직원들과 가진 전체 회의(all-hands meeting)를 통해 “한 번에 여러 구성 요소를 생산할 수 있도록 지금보다 훨씬 큰 주조 기계가 필요하겠다”며 “라인이 매우 빨리 움직일 것이고 궁극적으로 5초 이내 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스텔란티스도 모듈화 제작 방식을 바탕으로 신개념 제조 공정을 연구 중이다. 스텔란티스는 스웨덴 도심형 EV 스타트업 러블리(Luvly)와 파트너십을 맺고 모듈형 부품 배송 후 구매자 인근 소형 공장에서 용접 없이 최종 조립하는 방안의 타당성을 검토하고 있다. 스웨덴 업체 이케아(IKEA)가 조립식 제품으로 물류, 조립에 드는 비용을 절감한 것과 비슷한 방식이다.
유력 업체들의 제조공정 혁신 배경엔 가성비 공세를 펼치는 중국 업체들에 대한 위기의식도 담긴 것으로 분석된다. 작년 유럽연합(EU) 28개국에서 판매된 중국산 신차의 점유율은 4.9%로 1년만에 10위에서 6위로 급상승했다. 글로벌 업체들은 전기차 수요 둔화 속 풍부한 자국 자원을 기반으로 공세를 펼치는 중국차 업체에 맞서 원가절감 혁신을 이어갈 전망이다.
박연희 HMG경영연구원 주임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개발-생산-운송 등 전기차 밸류체인 전반에 걸쳐 새로운 원가 혁신 시도들이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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