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중고차 잔존가치 80%대로 가장 높아···신차 구매 유도 선순환
KGM·르노, 액티언과 그랑 콜레오스 대상 잔존가치 보장 프로그램 실시
전기차 포비아에 신차 구매 줄자 중고차 가격 보장해 판매 회복 노려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국내 자동차 업계에서 차량 잔존가치를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신차를 구매할 때 중고차 가격 보존이 중요해지면서 잔존가치를 보장해 신차 구매를 유도하겠다는 전략이다.

최근 완성차 업체들의 기술력이 향상되면서 신차 상품성이나 디자인 등이 상향평준화된 가운데 신차를 구매할 때 ‘중고차 가격 방어’ 중요도가 올라가면서, 잔존률을 높여 신차 판매를 확대할 방침이다.

10일 국내 자동차 거래 플랫폼 엔카닷컴에 따르면, 이달 국내 완성차 대표 모델 중 잔존가치가 가장 높은 차량(2021년식·주행거리 6만㎞ 기준)은 기아 쏘렌토 4세대 1.6 하이브리드 모델로 집계됐다. 쏘렌토 하이브리드의 경우 중고차 잔존가치가 87.16%에 달했다.

자료=엔카닷컴(2021년식·무사고·6만㎞ 기준).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자료=엔카닷컴(2021년식·무사고·6만㎞ 기준).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쏘렌토 외에도 기아 스포티지 5세대(86.59%), 제네시스 GV80(83.21%), 현대차 더 뉴 싼타페(79.44%), 제네시스 G80(77.13%), 현대차 더 뉴 그랜저IG(76.95%) 등으로 현대차와 기아, 제네시스 차량이 상위권을 모두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기아 주요 차종 잔존가치가 약 75~85% 수준인데 비해 다른 완성차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10% 가량 더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KGM 티볼리는 68.14%,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는 72.93%, 르노코리아 더 뉴 QM6는 67.45% 등으로 집계됐다. 수입차의 경우 벤츠 E클래스는 66.77%, BMW 5시리즈 66.03%, 아우디 A6 55.35% 등으로 70%를 넘지 못했다.

즉, 중고차로 팔 때 현대차·기아의 경우 신차 가격 대비 70% 이상을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에 추후 중고차를 팔고 신차를 다시 구매할 때 소비자들 부담이 낮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에선 아무리 예쁜 색상의 차량을 출시한다고 하더라도 흰색, 검은색, 회색 외에는 상대적으로 인기가 없는 편이다”라며 “무채색 차량의 경우 중고차 시장에서 인기가 많지만, 유채색은 감가상각이 심해 중고차 가격을 제대로 받을 수 없어 신차를 살 때 꺼리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 KGM·르노, 중고차 가격 높여 현대차·기아 독주 견제

앞서 언급한대로 현대차와 기아는 중고차 시장에서도 높은 인기를 얻으며 가격 방어가 수월하기 때문에 신차 구매까지 선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중견 3사도 중고차 가격 보장 프로그램을 통해 신차 시장을 넓히겠다는 전략이다.

KGM은 최근 출시한 액티언과 관련해 ‘액티언 슈퍼 보장 프로그램’을 실시하기로 했다. KGM의 강점인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와 더불어 중고차 잔존가치를 높여 판매량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프로그램의 경우 액티언을 KGM에 중고차로 판매할 때 실제 차량 구입 가격을 기준으로 3년 이내 60% 및 5년 이내 45%의 잔존가를 보장받을 수 있다.

르노코리아도 그랑 콜레오스 하이브리드 중고차 가격보장 서비스를 실시한다. 그랑 콜레오스 하이브리드를 구매한 고객이 추후 차량을 반납하고 르노코리아 신차를 재구매하면 잔가보장율을 보장하는 방식이다. 잔가보장율은 최대 80%에서 시작해 최장 5년까지 차등 적용한다.

1년 내 1만~1만5000㎞를 탄 차량의 경우 75%를, 3년내 4만~4만5000㎞를 주행한 차량은 64% 잔존가를 보장해준다. 여기에 최소 주행 거리에 도달하지 않은 차량에 대해서는 5000㎞ 구간 당 0.5% 추가율을 더해준다.

KGM과 르노코리아 뿐 아니라 다른 완성차 기업들도 최근 전기차 화재로 인해 전기차 수요가 급감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기차 잔존가치를 높여 신차 구매를 유도하는 전략도 나오고 있다.

현대차는 배터리 잔존가치를 선반영해 리스 가격을 인하하는 새로운 구매방식을 결합한 캐스퍼 EV 전용 금융 상품을 내놨다. 배터리 가격 할인분은 캐스퍼 EV 평균 수명을 10년으로 가정해 잔존가치를 산정하고 현대차, 현대글로비스, 배터리제조사에서 선도구매 방식으로 부담한다. 신차 리스가 종료되면 해당 차량은 5년 동안 중고차 리스로 판매 후 폐차되고 선도구매한 회사에서 배터리를 수거한다.

또한 EV 에브리케어+ 프로그램을 통해 전기차를 중고로 매각할 경우 구매가의 55%를 보장하기로 했다.

기아도 전기차를 대상으로 ‘e-라이프 패키지’를 선보인다. 전기차 구매 후 3년 내 기아 신차 구매할 때 중고 전기차 잔존가치를 최대 60%까지 보장해주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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