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증가·영업이익률 감소 …무차입 경영 속 자산은 증가

국내 화장품 업계 1위 아모레퍼시픽이 3분기 보고서 분석 결과 덩치는 커지고 있지만 실속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은 증가했지만 영업이익률은 줄었다. 가습기 살균제 성분 치약회수 등 일회성 비용으로 순이익도 감소했다.

아모레퍼시픽 자산은 지난해말 4조4431억원에서 3분기말 5조150억원으로 증가했다. 2014년말 자산 3조8545억원보다 30.1% 늘었다. 경쟁사인 LG생활건강 자산이 2014년 이후 10.8% 증가하는데 그쳤다.


◇ 매출은 늘었지만 영업이익 증가율은 둔화


아모레퍼시픽은 덩치 키우기에 몰두하고 있다. 3분기 매출은 1조400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조1410억원보다 22.9% 증가했다. 3분기 누적매출은 4조3294억원으로 지난해 3조5408억원보다 7886억원 늘었다. 3분기 누적매출은 2014년 한해동안 벌어들인 매출 4조7666억원 수준에 근접했다.


중국 매출 증가가 성장을 이끌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3분기 중국에서만 매출 8005억원을 올렸다. 지난해 중국 매출 5427억원보다 47.5% 늘어났다. 특히 설화수, 라네즈, 이니스프리 등 중화권에서 인기가 많은 화장품 브랜드를 중심으로 성장을 이어갔다. 이 브랜드들 3분기 해외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7% 성장했다. 이외에도 북미, 유럽 시장 등에서도 매출 증가가 이뤄졌다.


영업이익도 늘고 있다.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745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6495억원보다 14.8% 증가했다. 다만 3분기만 따로 떼놓고 보면 영업이익은 167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 늘어나는데 그쳤다. 매출 원가와 판매 관리비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증가하면서 영업이익 증가폭이 줄었다. 이로인해 수익성 지표인 영업이익률도 지난해 3분기 14.32%에서 올해 3분기 11.96%로 낮아졌다.


3분기 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 줄어든 1170억원에 그쳤다. 영업외 항목에서 216억원 손실이 발생했다. 지난해 영업외 부문에서 38억원 이득이 난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는 앞서 언급한 가습기 살균제 성분이 함유된 치약 브랜드 메디안 등 11종을 회수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손실 때문이다.


줄어든 당기순이익 탓에 아모레퍼시픽은 자본이 늘었음에도 자기자본이익률(ROE)이 지난해보다 4.9%포인트 떨어진 12.3%를 나타냈다. ROE는 투입한 자기자본이 얼마만큼의 이익을 냈는지를 나타내는 이익창출능력 지표로 당기순이익을 자기자본으로 나눈 값이다.


◇ 유동자산 지난해 대비 19.2% 증가


만기 1년 이하 유동자산이 2014년말 1조1427억원에서 지난해말 1조8331억원으로 늘더니 이번 3분기가 되어서는 2조1852억원으로 2조원을 넘어섰다. 유동자산 세부항목인 현금 및 현금성 자산도 2014년말 3425억원에서 이번 3분기말 7785억원으로 증가했다. 금융 기관 예치금 역시 1600억원 수준이던 2014년말에 비해 3분기 들어 2477억원으로 증가했다. 매출채권도 지난해 2798억원에서 3441억원으로 늘었다.


만기 1년 이상 비유동자산도 지난해 2조6099억원에서 이번 분기 2조8297억원으로 증가했다. 투자부동산이 지난해말 3161억원에서 이번 분기 2589억원으로 줄었다. 유형자산은 같은 기간 1조8705억원에서 2조988억원으로 2282억원 증가했다. 유형자산은 정상적인 기업의 영업활동에 사용할 목적으로 취득한 자산으로 토지, 건물, 구축물, 기계장치, 비품 등이 해당된다.


자본도 지난해말 3조3723억원에서 이번 분기말 3조8392억원으로 증가했다. 이익잉여금이 지난해말 2조6230억원에서 3조932억원으로 늘어난 영향이 컸다. 이익잉여금은 기업의 영업활동에서 생긴 순이익으로 배당이나 상여 등의 형태로 사외로 유출시키지 않고 사내에 유보한 부분을 말한다. 그만큼 영업활동에서 생긴 이익이 많았다는 뜻이다.


3분기 부채는 1조1757억원으로 지난해말 1조707억원보다 1049억원으로 소폭 늘었다. 유동부채가 지난해말 8719억원에서 1조244억원으로 증가한 영향이 컸다. 유동부채에서 기타충당부채 항목이 74억원에서 1196억원으로 늘어난 점이 눈에 띈다.

 

충당부채는 지출 시기와 금액이 불확실하지만 어떤 의무를 수행하기 위해 유출 가능성이 큰 부채를 말한다. 아모레퍼시픽은 9월말 자사 치약에 가습기 살균제 성분(CMIT·MIT)이 함유됐다는 논란이 발생하면서 일부 제품 회수 및 소비자 보상을 실시하기로 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이와 관련된 예상 비용 350억원을 충당부채로 계상했다. 이밖에 이익분배 및 상여금 명목으로도 700억원이 기타충당부채로 올려졌다.


부채부문에서 3분기말 기준 단기 차입금이 1040억원 수준이라는 점은 주목된다. 더구나 장기 차입금은 없다. 차입금 의존도가 2.7% 수준으로 아모레퍼시픽은 사실상 무차입 경영을 하고 있는 셈이다. LG생활건강 차입금 의존도는 30% 수준이다. 아모레퍼시픽은 과거 태평양 시절 높은 부채 수준으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은 이후 최소한의 차입을 경영 기조로 삼고 있다.


◇ 투자와 재무활동으로 인한 현금 유출 증가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은 올해 3분기말 기준 547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4839억원보다 635억원 더 유입됐다. 세부적으로 보면 이자, 배당금 수취 등을 제외한 순수 영업활동으로 창출된 현금은 3분기 764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6474억원보다 1167억원 증가했다. 하지만 법인세 납부가 지난해보다 552억원 늘어나면서 영업활동으로 유입된 총 현금 규모가 작아졌다.     


투자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은 지난해 3분기말과 대동소이 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올해 3분기까지 투자활동으로 3252억원의 현금을 썼다. 지난해 같은 기간엔 3160억원이 투자활동에 쓰였다. 다만 올해가 지난해와 다른 점은 투자활동으로 인한 현금 유출입 규모가 커졌다는 점이다. 3분기가지 투자활동으로 인한 현금유입액은 1604억원으로 지난해 804억원의 두 배 규모였다. 반대로 현금 유출액은 지난해 3965억원이었지만 올해엔 4856억원으로 891억원 늘었다.


재무활동으로 인한 현금 유출은 지난해보다 늘었다. 3분기말 기준 재무활동으로 인한 현금 유출은 128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694억원보다 594억원 증가했다. 재무활동으로 인한 현금 유입은 19억원으로 미미한 수준이었다. 현금흐름에서도 아모레퍼시픽의 차입 최소화 경영 방침이 묻어난다. 다만 재무활동으로 인한 현금 유출은 1307억원으로 단기차입금 상환에 362억원, 배당금 지급에 945억원이 들었다.


아모레퍼시픽 현금은 올해초 6871억원에서 3분기말 7759억원으로 증가했다. 투자활동으로 인한 현금유출은 지난해와 큰 차이가 없었고 재무활동으로 인한 현금 유출은 늘었지만 규모가 적었다. 대신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 유입이 증가하면서 전체적인 보유 현금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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