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입금 규모 2조1000억원…영업이익률 4.8%로 업계 최저 수준

 

기아자동차 재무 상태가 위험하다. 즉시 돈을 갚을 수 있는 능력은 떨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아차가 갚아야 하는 차입금은 늘어나고 있다. 기아차가 1년 이내 갚아야하는 차입금 규모는 2조1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산을 현금으로 전환할 수 있는 능력을 좌우하는 단기 차입금도 증가하는 추세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기아차가 공시한 3분기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말 기준 1조3898억원이었던 기아차 단기 차입금은 작년 1조5000억원을 넘었다. 3분기 기아차 단기 차입금은 1조5683억원에 달한다.

재고자산을 제하고 즉시 현금화가 가능한 자산의 경우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유동부채와 비교해 현금화 가능 자산 비율은 79.4%에 불과하다. 자금사정이 우수한 기업에 속하는 일본 자동차 브랜드 토요타와 독일 자동차 브랜드의 유동부채 대비 자산 비율이 각각 100% 넘는 것과 비교하면 아쉬운 수준이다.

◇ 생산차질, 원화강세 여파에 트럼프 악재

기아차는 3분기 실적에서도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기아차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노조 파업 등 영향으로 전년동기 보다 20% 넘게 감소했다. 기아차는 올해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12조6989억원, 영업익 5247억원, 순이익 6644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1%, 22.5% 감소했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기준으로 매출액은 39조7982억원, 영업이익은 1조9293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각각 8.4%, 4.9% 증가했다. 다만 3분기 3개월을 기준으로 2분기와 비교하면 영업이익이 크게 감소했다.

파업으로 인한 생산차질과 원화 강세로 인한 환율 하락 탓이다. 해외에서 판매된 차량들은 달러 등 국제통화로 수익을 결산하는데 원화강세가 이어지면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한 이익규모가 줄어들게 된다.

3분기 기아차가 출고한 차량 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3.9% 증가한 68만4302대를 기록했다. 국내공장 출고량은 내수와 수출의 동반 하락으로 전년 대비 14.6% 감소했지만, 멕시코 신공장 가동 등의 영향으로 해외 출고량이 늘며 전체 출고량은 증가했다. 3분기 누적기준으로는 전년 대비 2.1% 감소한 214만893대를 기록했다.

문제는 멕시코 공장의 가동률 확대를 통해 중남미를 비롯한 신흥시장 판매 확대에 나선다는 기아차 계획이 트럼프발 악재로 인해 차질이 생겼다는 데 있다. 기아차는 현재 연산 30만대 수준인 멕시코 공장 가동률을 40만대 생산까지 끌어올리려다 트럼프의 관세 강화 예상에 일단 보류했다.

통상임금에 따른 충당금 부담도 큰 상태다. 향후 관건은 2011년 기아차 노조가 제기한 기아차 통상임금 소송으로, 1심 판결이 이르면 연말에 나올 예정이라는 점이다. 통상임금은 각종 근로 가산금과 유급 휴가 시 지급될 임금 산출 기준이 되기 때문에 노조가 소송에서 이기면 사측 부담이 크게 늘어난다.

◇ 현금성 자산 회복, 그러나 늘어나는 판관비

지난해 한국전력 용지 매입 분담금으로 크게 떨어졌던 현금성 자산 회복이 현재로선 가장 다행인 점이다. 기아차 현금성 자산은 2014년 2조4784억원에서 지난해 1조1049억원으로 급감했다가 올해 2조5646억원 수준으로 올라갔다.

올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라인업 판매량 증가가 기말 현금성 자산 회복에 도움이 됐다. 그동안 기아차 주력이었던 소형차 판매가격과 비교해 SUV는 차량 한 대당 판매가격이 수익성이 높기 때문이다. 영업이익률이 5%라고 가정할 때 100만원짜리 차량 한 대를 팔면 5만원이 남지만, 200만원인 차량을 팔면 10만원이 남아 현금 확보에 유리하다.

기아차 영업이익률은 지난해에 비해 0.2%포인트 감소한 4.8%로 집계됐다. 3분기 누계기준 영업이익은 글로벌 판매량이 증가로 소폭 확대했지만, 주요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비교하면 최저 수준이다. 비효율의 대명사로 불렸던 미국 제너럴모터스(GM)보다 영업이익률 6.6%보다 나빠졌다.

이 같은 상황에서 늘어나는 채무는 부담일 수밖에 없다. 기아차는 내년 돌아오는 단기 채무의 상당 부분이 자연스러운 현금 흐름에서 발생하는 것이며 회사채를 포함한 6000억원가량의 채무는 만기 연장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주요 시장 경쟁 격화로 마케팅 비용이 커지고 있어 부담이 가속화되는 모양새다.

기아차 전체 매출에서 판촉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4.6%에서 4.8%로 높아졌다. 투자활동 현금흐름은 2조166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4조7808억원과 비교해 절반 넘게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 브라질 등 신흥국 경기 부진, 엔화의 상대적 약세, 트럼프 보호무역주의 등 악재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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