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희생 등 기존 육아에 대한 편견 사라져야

저출산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저출산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부모 모두의 육아휴직을 의무화해 남성과 여성 구분 없이 육아 책임을 다하는 사회가 돼야 한다. 여성의 육아 부담이 줄어들면 출산율이 높아질 수 있다.”

올해 결혼 5년차를 맞은 박도윤 씨(가명)는 남성이 육아할 수 있는 환경이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기업에 다니는 14년차 직장인으로 30대 후반이지만 아직 아이가 없다. 

안정적인 직장에 14년간 연애하던 여자 후배와 결혼에도 성공했지만 아이는 갖지 않기로 했다. 부모의 희생을 강요하는 사회에서 육아가 힘든 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Q. 아이를 낳지 않기로 결정한 것은 언제인가

“당시 여자친구였던 현재 아내와 진지하게 결혼을 생각하면서 자연스럽게 아이를 낳지 말자는 얘기가 나왔다. 아내 생각이 중요한데 둘이서만 살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 말을 듣고 고민한 결과 둘만 살면 시간적으로 육아에 구속될 일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결정했다. 당시 여동생이 먼저 결혼해 육아를 하고 있었다. 4살 아들인데 여동생 부부는 현재도 맞벌이를 하고 있다. 여동생은 일주일에 3~4일 가량 재택근무하고 매제는 대학교 교직원이다. 근무 여건과 근로시간 등 일과 가정의 양립이 가능한 환경이다.”

Q. 아내가 아이를 갖지 않기로 한 이유는 무엇인가 

“결혼 직전이나 신혼 초에는 노후에도 여유 있는 삶을 희망했다. 아내는 한국에서 육아휴직은 여자가 희생해야 한다는 암묵적 합의가 있다고 판단했다. 여성의 경력 중단은 당연하다는 문화가 있고 육아휴직도 어렵다고 본 것이다. 남자인 저도 마찬가지다. 제가 육아휴직으로 수개월 자리를 비운다면 남은 사람들이 애매한 것도 사실이다. 충원하기도 그렇고 다른 부서 직원을 임시 발령내기도 고민스런 상황에 처할 것이다. 팀에 눈치가 보여 어떻게 육아휴직을 쓰겠나는 생각이 먼저 들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육아휴직을 결정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은 급여다. 스웨덴의 경우 남녀 양쪽 합해 총 480일 육아휴직 기간이 있고 이 중 상당기간 원래 받던 급여의 80% 가량을 국가가 보상해준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상한선이 첫 3개월 250만원, 이후 150만원으로 돼 있다.) 이같은 사항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아이를 낳지 않기로 결정했다. 결혼 후 부모님께 이같은 결정을 말씀 드리니 이해해주셨다. 장모님의 경우 육아를 도와주겠다며 아이를 갖기를 바랐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 결정을 존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박도윤 씨(가명)가 인터뷰 후 사무실에 복귀하고 있다. / 사진=이상구 기자
박도윤 씨(가명)가 인터뷰 후 사무실에 복귀하고 있다. / 사진=이상구 기자

Q. 최근 낮은 출산율이 사회문제가 됐는데 자녀를 갖지 않는 것에 대해 부담이 있는가

“친구 중 60% 정도는 결혼했고 모두 1명씩 자녀가 있다. 육아 환경에 대해 친구들은 별점 두 개 반 혹은 세 개 정도로 평가했다. 별점 세 개 영화면 누군가에겐 볼만한 거겠지만 나는 보지 않기로 결정한 것 뿐이다. 사회 변화를 인정해야 한다.”

Q. 현재 자녀가 없는 생활에 만족하는가

“현재 생활에 매우 만족하는 편이다. 주변 지인들을 봐도 애가 있으면 평일 저녁이나 주말에 자기만의 시간이 아예 없다.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어 좋다. 매일 저녁 퇴근하면 운동이나 독서 등 취미생활을 한다. 아마 애를 낳았으면 지금쯤 서너살이 됐을 텐데 취미생활 할 틈이 없었을 것이다. 현재는 매분기별로 1번 국내 여행을 다녀온다. 1년에 2번 정도는 해외여행을 나간다. 경제적으로도 여유가 있다. 구체적 내용을 말하긴 그렇지만 우리 부부는 각자 재테크를 할 수 있을만큼 여유가 있다.”

Q.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있을까 

국가는 맞벌이 부부를 위해 기업에 육아휴직을 적극 독려해야 한다.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 육아휴직도 3~6개월 이상 의무화해 남성이 육아에 더 잘 참여할 수 있는 문화가 마련돼야 한다. 특히 육아휴직을 간 남자 직원 공백을 메우기 위해 기업들이 신규 충원을 하지 않는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 즉 기업이 잠재 육아휴직 가능성을 감안, 여유 있는 인적 자원을 운영해야 한다. 10명이 필요한 팀이라면 10명으로만 팀을 구성하는게 아니라 11~12명으로 여유있게 조직을 운영해야 한다. 

또 육아휴직 후 복귀 시 보직 문제 등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정부가 지도해야 한다. 정부가 자금으로 지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출산지원금은 효과가 적다고 판단한다. 중요한 핵심은 육아휴직은 여성이 희생해야 한다는 등 고리타분하고 고지식한 기존 관념 대신 새로운 사고방식이나 의식, 조직문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가 할 일은 너무 많다.”

Q. 아이를 갖는다면 정부가 어떻게 해주길 바라는가

“재차 강조하지만 남성 직원도 육아휴직을 자유롭고 당연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의무화해야 한다. 정책도 중요하지만 우리 사회 인식을 전면적으로 개선하는데 정부가 앞장섰으면 좋겠다. 일과 가정의 양립, 여성과 남성의 균형적 육아부담 등 사고방식 개조가 필요하다. MZ세대가 왜 결혼을 하지 않으려 하고 애를 낳지 않으려 하는지 그것만 연구해도 해답의 절반은 나온다고 생각한다. 정부가 그것을 파악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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