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마련 고민·양육비 부담, 저출산 원인”
“프랑스 ‘팍스’ 제도 참고해야”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대한민국이 위기를 맞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우리나라 출산율은 0.65명까지 감소했다. 이대로 가면 2750년에는 대한민국이란 나라가 세계지도에서 지워질 것이란 전망도 있다. 아이가 태어나지 않는 나라 대한민국에서 다시 우렁찬 아이들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100명의 입을 통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되살릴 방법을 들어본다. [편집자주]

“남녀 모두가 육아휴직을 실제로 쓸 수 있게 법적으로 강제화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육아수당 확대도 필요합니다. 육아하면서 지출액은 더 커지는데 출산지원금, 육아지원금, 부모 수당 명목으로 현재 국가에서 지원하는 금액은 턱없이 모자랍니다. 신혼부부가 자녀 계획을 세우는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직장 생활 6년 차인 박성민(33·남, 가명)씨는 연내 결혼을 계획 중이다. 교사란 비교적 안정적인 직업을 가진 예비신부와 논의해 자녀 출산 계획도 세웠지만 구체적인 시점은 정하지 못했다. ‘내 집 마련’, ‘사교육비 지출’ 등 경제적인 부담이 상당할 것으로 에상되기 때문이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제도로 육아수당과 육아휴직이 있지만, 모두 실효성이 부족한 것 같다. 집값과 육아비용도 부담이다.

박씨는 프랑스의 ’팍스(등록동거제)‘와 같은 제도를 도입하거나, 미혼모·한부모 가정 등에 대한 최소한 인식 전환이 출산율 상승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콘텐츠업계 종사자인 박성민(33·남, 가명)씨가 업무 중인 모습 / 사진 = 김용수 기자
콘텐츠업계 종사자인 박성민(33·남, 가명)씨가 업무 중인 모습 / 사진 = 김용수 기자

Q. 결혼을 계획 중인 것으로 아는데, 자녀 계획은. 자녀 계획 논의 시 고려사항은

“자녀는 한 명을 낳을 계획이다. 자녀 계획은 부부 양쪽이 같이 결정하는 것이기에 배우자가 될 상대와 같이 상의했다. 육아 부담을 어떻게 나눌지, 육아휴직 기간 등을 어떻게 사용할지가 고려 대상이다. 여자친구가 교사이다 보니 육아 휴직을 비교적 자유롭게 쓸 수 있단 점 등은 감안했다.”

Q.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긴다면, 자녀 계획에 변동이 있을지

“확정적으로 답할 순 없는 문제라고 본다. 단순히 자녀가 늘어나면 그만큼의 육아 비용 상승 외에도 부모로서 자녀에게 관심을 쏟거나, 지원할 수 있는 능력의 한계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만 경제적으로 풍요로워지고, 첫째를 키우고 자녀가 늘어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하면 배우자와 다시 논의해보지 않을까 싶다.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다.”

Q.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는데, 원인을 무엇으로 보는지

“크게 집값과 육아 비용 탓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 필수불가결한 세 가지는 '의·식·주'인데, 내 집 마련을 위한 최소한의 비용이 노도강 기준 5억~10억원이다. 물론 아파트가 아닌 주거 공간도 있고 전·월세로 시작하는 신혼부부도 있겠지만, 그래도 사람 심리라는 게 '내 집‘이 있는 것이 안정감이 있지 않겠나.

육아 비용도 한 축으로 보는 이유는 사교육 때문이다. 특히 서울은 대치동, 목동, 중계동 등 사교육 중심지가 타지역보다 많은 편인데, 중계동 학원가의 초등생이 사교육비로 월 150만원 내외를 지출한다고 알고 있다. 작년 40대 평균 연봉이 5000만~6000만원이라고 한다. 적잖은 비중이 사교육비로 지출된단 점을 고려하면, 사교육비를 포함한 육아 비용이 저출산의 원인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Q. 서울이 아닌 지방에서 생활한다면 앞서 말한 ‘의식주’ 비용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을 텐데, 결혼 후 지방 거주는 염두에 두고 있지 않은지

“비용이 줄어든다고 해도 지방 소멸 얘기가 있다 보니 자녀교육 관점에서 (지방 거주는) 크게 고려하지 않는다. 사교육은 사실 부모의 욕심이기도 하다. 자녀들이 나보다 잘살았으면 하는 것이 부모의 마음 아니겠냐. 자식을 키운다면 지방에서 지내다가도 올라올 것같다. 지방에도 학원은 있겠지만 서울 일부 지역들에 비해 열악하지 않겠나.”

Q. 합계출산율이 계속해서 하락하면서 인구 감소 위기론이 나오는데, 저출산 문제에 대한 인식은

“심각하다고는 보고 있다. 당장 현재의 청년 인원들이 피부양 인원이 됐을 때 부양 인원들의 부담이 지금보다 클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또 새로이 생기는 사회문제와 더불어 인구 절벽의 악순환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 들어 저출산 문제를 체감하게 된 것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 당시 영유아였던 피해자들에게 입영 영장이 나왔단 소식을 들으면서다. 폐 질환 등을 앓고 있으니 면제나 보충역을 지내야 하는데, 입대 자원이 없어서 현역 판정을 받은 것이다. 20대만 놓고 봐도 이렇게 인구 감소가 체감되는데, 우리가 부양인구가 되면 인구 감소가 조금 더 심하지 않을까 싶다.”

Q. 출산 장려를 위해 필요하다고 보는 제도가 있나.

“집값 안정과 보다 실질적이고 타깃층이 넓은 양육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 육아하면서 지출이 더 커지는데, 출산지원금 및 육아지원금, 부모 수당 명목으로 현재 국가에서 지원하는 금액은 신혼부부가 자녀 계획을 세우기에 이점이 없다.”

Q. 제22대 국회의원 총선을 앞두고 있다. 출산 또는 결혼 문제와 관련해 정치권에 바라는 것은

“보다 실질적인 양육 지원 정책을 약속하고 또한 실천해주기를 바란다. 기본적으로 육아휴직을 남녀 모두가 실질적으로 쓸 수 있게 법적으로 보장하는 것이 필요하다. 육아수당 확대도 필요하다.  수당을 조건에 따라 차등 지급하더라도, 모든 계층의 사람들이 기본적인 육아 용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저귀값이나 분유값이 없어서 도둑질하는 경우는 없어야 하지 않겠나. 즉 최저 수준을 보장해주는 데 초점을 맞추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또 프랑스의 ‘팍스’와 같은 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시민연대협약이라고도 불리는 팍스 제도는 미혼 커플도 결혼한 부부와 마찬가지로 가족수당과 사회보장급여, 소득세 산정 등 사회·경제적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사실혼’을 법적으로 보장한 제도다. 사회적인 시선이나 법적 제도에서 우리나라보다 덜 강제적이라 프랑스의 출산율 상승에 기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같은 제도 도입에 어느 정도 동의한다. 우리는 미혼모나 한부모 가정에 대한 차별적인 시선이 있는데, 프랑스는 그렇지 않다고 한다. 현실적으로 쉽진 않겠지만, 우리나라 역시 프랑스와 같은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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