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가정, 아이 1명 더 낳는 것이 출산율 끌어올리는 방법”

저출산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대한민국이 위기를 맞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우리나라 출산율은 0.66명까지 감소했다. 이대로 가면 2750년에는 대한민국이란 나라가 세계지도에서 지워질 것이란 전망도 있다. 아이가 태어나지 않는 나라, 대한민국에서 다시 우렁찬 아이들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100명의 입을 통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되살릴 방법을 들어본다. [편집자 주]

선종외시(先從隗始), 전국시대 연나라의 소왕이 천하의 어진 이를 모으려하자 곽외가 한 말이다. 소왕 곁에 있는 본인의 대우를 더욱 후하게 한다면, 이를 보고 뛰어난 인물들이 스스로 연나라에 찾아올 것이라는 얘기다. 즉, 큰 뜻을 이루기 위해 기존에 있던 이들부터 먼저 챙기라는 뜻이다.

결혼 3년차 정민철(36세)씨는 저출산시대 출산을 늘릴 수 있는 대책에 대해 ‘선종외시’ 사례를 들었다. 출산 가정에 대한 지원을 늘려야 결혼해도 아이를 낳지 않는 ‘딩크족’이나 결혼을 하지 않은 이들이 출산 및 육아에 대한 두려움을 줄일 수 있단 것이다. 

정 씨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려면 기출산가정부터 우선해야 한다”며 “출산 가정에 대한 정부 지원을 현재보다 크게 늘린다면 많은 이들에게 ‘출산=지옥’이란 편견을 해소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고 했다.

Q. 기출산가정을 우선해야 한다는 이유는 무엇인가

“아이 낳는 사회의 조성보다 키우는 환경의 완성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 정책은 양육보다 출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임신 기간 지급되는 바우처 등 다양한 혜택이 있지만 낳은 후에는 육아수당 외에 딱히 지원되는 것이 없다. 올해 1월부터 만 1세 미만 아이에 매달 100만원의 양육비가 지원되고 있지만, 이 금액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에 많은 가정이 공감할 것으로 본다.”

Q. 육아수당 등 양육비 외에 추가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항목은 어떤 것인가

“지난해까지 만 1세 미만 아이의 육아수당은 70만원이었는데 올해 30만원이 늘었다. 수당 지급규모를 늘리는 것이 첫 번째 항목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를 낳을 생각이 없는 이들을 위해 쓰이는 ‘눈먼 돈’을 기출산가정에 투입한다면 국가 재정도 아낄 수 있을 것이다. 출산율을 높여 우리나라를 존속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면 미혼 청년이나 딩크 가정에 출산을 장려하기보다 기출산가정이 아이를 1명 더 낳는 것이 더 빠른 방법일 수 있다.”

결혼 3년차 정민철씨의 아이(윗쪽)의 지난해 10월 출생 직후의 모습. / 사진=시사저널e 
결혼 3년차 정민철씨의 아이(윗쪽)의 지난해 10월 출생 직후의 모습. / 사진=시사저널e 

Q. 기출산가정에 지원 혜택이 늘어난다고 출산율이 높아질 것이란 생각의 근거는 무엇인가

“아이를 1명 이상 키우는 가정의 경우 출산과 육아에 대한 두려움이 아이가 없는 가정에 비해 작지 않겠는가. 또 ‘외동’으로 홀로 자랄 경우 아이가 외로울 수 있어 둘째를 고민하는 가정도 많다. 이들에게 안정적으로 양육할 수 있는 환경과 지원책 등을 마련한다면 출산율을 끌어올리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Q. 지원 규모가 늘어난다면 둘째 계획이 있는가

“첫 아이를 얻은지 아직 반년밖에 지나지 않아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현재 가정 형편과 지원금을 생각하면 둘째를 갖는 것은 언감생심이다. 지금보다 혜택이 많아진다면 둘째에 관해 고려해볼 생각이다.”

Q. 저출산 시대가 도래한 배경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요즘 아이를 낳기 위해서는 세가지 조건이 필수라고 한다. 아이 조부모님 네 분의 생존 여부와 건강, 재력 등이 있어야 아이를 출산·양육할 수 있다는 얘기다. 아빠·엄마 둘이서 키우는 것은 어렵다. 부부 모두 출근할 경우 아이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초등학교를 마친 후 퇴근 전까지 비는 시간을 조부모님이 맡아줄 수밖에 없다. 연로한 어른들께는 죄송하지만 현실이 이런 상황인 것을 어떻게 하겠나.

또 미디어의 영향도 크다고 본다. 개그맨 유재석이 90년대 후반 출연했던 ‘남편은 베짱이’란 개그 코너가 있다. 이는 IMF 시절 직업을 잃은 가장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는 이유로 폐지된 바 있다. 이처럼 최근 결혼 및 육아에 대한 혐오를 조장하는 TV 프로그램도 폐지되거나 어느 정도 제재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 친구들끼리 우스갯소리로 말한다. 나혼자 살면 편하고, 결혼은 지옥이라고 말이다. 유명 예능에 빗댄 표현이다. 결혼지옥이나 금쪽상담소 등은 결혼 및 육아에 대한 혐오가 만연한 사회를 만들고 있다.

Q. 아이가 태어나기 전으로 돌아간다면 또 출산할 것인가

“답이 없는 질문이다. 짧은 인생 살아오며 ‘행복’이 무엇인지 잘 알지 못했다. 그런데 아이의 웃는 모습을 보면 무언가 마음에 따뜻한 바람이 부는 묘한 감정을 느낀다. 이것이 행복이라고 한다면 이 감정을 반드시 경험하고 싶다.

그러나 세상 돌아가는 뉴스나 기사를 보면 갑갑할 뿐이다. 요즘 ‘아이러니’란 공익광고가 나온다. 출산을 진흥하기 위한 광고인데 듣다 보면 ‘왜이러니’라는 생각부터 든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아이를 낳아 키우는 부모의 모습을 극화한 것인데, 아이가 없다면 이 광고를 보고 출산을 하지 않을 것 같다. 잘 키울 수 있을까란 고민부터 들게 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왕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된 이상 최선을 다해 키우고 사랑할 뿐이다. 내일이 없을 수 있는 세상에 와준 이 아이를 위해서 말이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