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부모들, 닮고 싶지 않을 정도로 희생적”
“경력 단절된다면 아이 낳고 후회할 것 같아”

저출산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대한민국이 위기를 맞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우리나라 출산율은 0.66명까지 감소했다. 이대로 가면 2750년에는 대한민국이란 나라가 세계지도에서 지워질 것이란 전망도 있다. 아이가 태어나지 않는 나라 대한민국에서 다시 우렁찬 아이들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100명의 입을 통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되살릴 방법을 들어본다. [편집자 주]

“진로 결정을 할 때부터 결혼 생각을 접었다. 나중에 생각이 바뀌어 결혼하게 되더라도 한국에서는 출산하지 않겠다는 생각은 변치 않을 것 같다.”

우리나라 초혼 연령이 높아졌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남성 초혼 연령은 2000년 29.3세에서 2022년 33.7세, 같은 기간 여성은 26.5세에서 31.3세로 높아졌다. 특히 20대 미혼율은 92.8%다. 20대 출산율도 덩달아 감소하는 추세다.

대학생 김명인씨(21세)는 결혼하게 되어도 한국에서는 출산하지 않을 생각이다. / 사진=한다원 기자
대학생 김명인씨(21세)는 결혼하게 되어도 한국에서는 출산하지 않을 생각이다. / 사진=한다원 기자

대학생 김명인씨(21세)는 결혼과 출산은 먼 일로 느낀다. 그는 진로를 결정하는 과정에 있다. 아직 결혼 생각은 반신반의한 상태다. 그러나 결혼해도 한국에선 아이를 갖지 않겠다는 생각은 확고하다.

Q. 결혼, 출산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결혼하고 싶은 상대가 생긴다면 결혼은 하고 싶다. 그러나 출산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좋은 직장에 들어가 커리어를 쌓다가 마음에 맞는 상대와 결혼하고 싶은 생각이 크다. 만약 상대 의견에 따라 아이를 갖게 된다면, 외국에서 아이를 갖고 출산하고 싶다. 아이가 태어나면 한국보다는 외국에서 살면서 교육시키고 싶다. 한국에서 2세에게 행복을 기약하기엔 경제적 요건과 환경을 갖추기 어렵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Q. 왜 출산에 대한 생각이 부정적인지

“주변 사람들뿐 아니라 미디어에서 비춰지는 부모의 모습은 닮고 싶지 않을 정도로 희생적이다. 물론 모든 부모들을 존경한다. 그러나 대다수 한국 부모들은 본인의 삶을 일부 포기하고 스스로를 돌보지 못하면서 아이를 키우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이에게 본인 삶이 맞춰져 있다. 그런 모습을 마주할 때마다 2세에 대한 생각이 신중해지는 것이 사실이다. 또 아이를 낳으면 상대적으로 여성들은 신체적인 변화가 생기고, 일정 기간 일을 하지 못하게 돼 경력 단절되는 경우가 많다. 여성들에게 불리한게 많은거 같다. 아이를 낳으면 후회할 것 같다.”

Q. 언제부터 출산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했나

“현실적으로 진로를 고민하고 스스로 바라는 목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했을 때부터다. 사촌 언니가 지난해 출산하고 육아휴직에 들어가 최근 복직했는데, 무사히 복직한 것에 감사하다고 했다. 한국에서 여성은 아직도 출산하고 일하는 것에 눈치를 봐야하는 듯하다. 대학 졸업하고 원하는 회사에 입사했는데 임신, 출산이란 이유로 오랜 기간 고민한 일, 직업을 중단하게 된다면 허무할 것 같다. 아직 어리기 때문에 결혼, 출산에 대한 생각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고 보지만, 한국에서 출산하지 않겠다는 생각은 바뀌지 않을 것 같다.”

Q. 그렇다면 어떤 결혼 생활을 꿈꾸고 있나

“결혼하게 된다면 삶의 방향성이 비슷한 배우자와 각자의 일을 하면서 살고 싶다. 상대가 아이를 원한다면, 외국에서 교육을 시킬 수 있는 경제적 여유와 환경이 마련될 때 그때 아이를 갖고 싶다. 부모님도 결혼보다 자신을 먼저 생각하며 살라고 말씀하시며 저의 가치관을 지지해주신다.”

Q. 주변 20대 친구들은 출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10대 때를 떠올려보면 비혼주의인 친구들도 있고, 결혼하고 빨리 아이를 낳고 싶어하는 친구들도 있었다. 반반 갈렸다. 그러나 대학생이 되고서는 결혼해도 아이는 낳지 않겠다는 친구들이 더 많아졌다.”

Q. 어떤 지원책이 생기면 한국에서 출산하게 될 것 같은지

“일반적으로 회사에서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사용하기엔 눈치 보이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다. 사촌 언니도 임신 사실을 회사에 최대한 늦게 알렸다고 했다. 남녀 모두 눈치 보지 않고 육아휴직을 사용하고, 육아휴직 기간에도 정부에서 여러 혜택을 마련해주면 아이를 낳을 수 있을 것 같다. 현실적으로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아이가 있는 경우엔 유연근무제를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일하면서 아이를 키우기 어려운 환경인 사람들이 많다. 국가 차원에서 아이를 돌봐주는 인력을 보강하고, 부모들이 본인의 커리어를 이어가면서도 아이를 키우기에 좋은 상황이 조성되면 한국에서 출산하고 싶은 마음이 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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