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주부 아내 육아 전담 고충에 퇴근 후 집안일 동참”
“아이에게 경제적 충족 부담감에 지방 교육·의료 아쉬움”
“세 아이 즐겁게 놀 때 행복···되돌아가도 다둥이 아빠”

저출산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대한민국이 위기를 맞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우리나라 출산율은 0.66명까지 감소했다. 이대로 가면 2750년에는 대한민국이란 나라가 세계지도에서 지워질 것이란 전망도 있다. 아이가 태어나지 않는 나라 대한민국에서 다시 우렁찬 아이들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100명의 입을 통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되살릴 방법을 들어본다. [편집자 주]

다둥이 가정의 부모는 어깨가 무겁다. 자녀를 올바르게 키우기 위해 경제적 부담과 육아를 함께 짊어져야 한다. 저출산시대 다자녀를 둔 부모를 애국자라 부르지만, 말 한마디로 퉁치기엔 ‘나’란 존재를 너무 많이 내려놓아야 한다. 

경기도 안성에 거주하는 이성진(42, 가명)씨는 지난 2013년 결혼해 초등학교 4학년과 1학년, 지난 2022년 태어난 갓난아이를 양육하고 있다. 결혼 초 재계 순위 10위권 대기업에 다녔던 이씨는 둘째아이가 태어나던 해 회사를 나와 자영업자가 됐다. 미래를 위한 결정이었다. 오전 7시부터 오후 9시까지 주유소, 렌트카, 정비공장 등 세가지 일을 병행하며 대기업 직장인 시절보다 더욱 바쁘게 일하고 있다. 

N잡러가 되면서 거둬들이는 소득은 대기업때보단 2~3배 가량 늘었지만 점심시간이나 휴가 없이 일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이 씨는 “처음엔 오전 7시부터 밤 10시까지 일했는데 셋째가 태어나면서 근무시간을 13시간 정도로 줄였다”며 “아이가 셋이다 보니 아내는 전업주부일 수밖에 없다. 그래도 아내 혼자 아이들 육아를 감당하기 어려워 함께 도와주고 있다”고 말했다. 

Q. 결혼 전부터 원래 자녀를 많이 키울 계획이 있나

“원래 아이를 좋아했다. 결혼 전에도 고아원 같은데 봉사다니고 했다. 여건이 되는 선에서 아이가 있었으면 좋겠단 생각은 했지만, 다둥이까지 고려한건 아니었다. 실제 부양가족이 늘어나니 현실적 고민을 더 해야하더라. 아이를 갖는게 점점 더 부담스러워졌다. ”

Q. 어떤 일을 하고 있나

“2017년까지 6~7년간 LS를 다니다 그만뒀고, 현재는 주유소와 렌트카, 부친이 하는 정비공장 일을 도우며 생활하고 있다.”

Q. 커리어를 바꾼 이유는

“대기업은 어쨌든 자녀 교육비는 지원이 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우리 세대가 늦게 입사를 하다 보니 혜택을 받기 어렵다. 학업, 어학연수, 휴학 등으로 졸업시기가 늦어지면서 입사시기도 당연히 더 밀리게 된다. 그러다 보니 직장에서 애들 고교, 대학교 등록금 지원한다 하더라도 내 아이가 교육비를 회사에서 지원받긴 어렵겠단 인식을 갖게 됐다. 

개인적으론 내 위 선배들이 50세 전후로 퇴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는 것을 보고 내 미래를 회사가 온전히 책임져주지 않겠구나, 우리 가족의 부양을 위해 회사를 다니는게 최선책은 아니겠단 느낌이 들었다. 이게 최선책이 아니라면 내가 미리 뭔가를 해서 준비해야 하지 않겠냔 생각을 해서 나오게 됐다.”

26일 다둥이 아빠 이성진(42, 가명)씨가 일하는 주유소 모습. 저녁 8시가 넘었지만, 사무실의 불은 여전히 켜져 있다. / 사진=시사저널e
26일 다둥이 아빠 이성진(42, 가명)씨가 일하는 주유소 모습. 저녁 8시가 넘었지만, 사무실의 불은 여전히 켜져 있다. / 사진=시사저널e

Q.  하루 일과는 어떻게 되나 

“원래는 오전 7시부터 저녁 10시까지 일을 했었다. 그런데 자녀가 늘어나고 커가면서 아내가 너무 힘들어하는걸 느껴서 일하는 시간을 좀 줄이게 됐다. 지금은 13시간 정도 일한다. 6시 30분 정도 일어나 7시 30분에 출근하면 그때부터 끊임없이 넘어오는 일을 처리한다. 자영업자이기에 정해진 쉬는 시간, 휴가 같은 건 전혀 없고, 일이 있으면 일단 처리해야 하기에 주말에도 자주 일한다.” 

Q.  직장인 시절보다 소득은 늘었나

“자영업자는 소득이 일정치 않다. 그래도 대략적으로 각각의 소득을 합치면 회사에서 받던 돈의 2~3배 정도 되는 것 같다.” 

Q.  자영업자로 자리잡은 것 같다  

“그렇지 않다. 회사는 내 의지로 퇴사를 하거나 어떤 여건에 의해 밀려나지 않는 이상 계속 다니지만 자영업은 주기가 있다. 작은 식당이나 심야시간에 일하는 자영업들은 코로나를 거치며 다 무너졌다. 주유소도 전기차 보급 등 산업 트렌드 변화로 불확실한 면이 있다. 5년 후에도 내가 이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은 없다.” 

Q.  아이들 육아는 어떻게 하나  

“아내가 전업주부로 주로 담당한다. 애가 셋이면 돌보는 것만으로도 너무 힘들어서 다른 일을 하기가 어렵다. 나는 큰 애나 작은애 학원 등하원을 돕거나 집에서 설거지, 청소를 간단히 돕는다. 아직 애들이 어려 부모와 잠을 같이 자는데 애들이 자고 일어나는 시간이 제각각이다보니 수면의 질이 좋지 않다. 애 셋을 혼자 데리고 자면 잠을 거의 못자는 경우가 많아서 셋 중 한 아이를 내가 데리고 다른 방에서 자는 식으로 도울 수 있는 부분은 도우려고 하는데, 그래도 아내가 육아의 대부분을 할 수 밖에 없다보니 힘들어한다.”

Q.  세 아이를 키우면서 힘든점은 

“경제적인 부분이 가장 크다. 소득이 워낙 많아 원하는 만큼 교육 시키고, 먹고 싶거나 갖고 싶은 것 다 사줄 수 있으면 좋겠지만, 사실상 거의 대다수 다둥이 가정들은 그렇지 않다. 요즘 사과나 딸기, 귤 등 과일은 작은 상자 하나만 사도 2만원 가까이 나온다. 

자영업자로 느끼는 어려움은 상대적 박탈감이 많이 있다. 요즘 육아휴직 등을 사회적으로 굉장히 권장하고 정부에서 기업에도 주문을 하지만, 사실상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들은 휴직이란 개념이 없다. 경제적으로, 제도적으로 도움이 있었으면 좋겠다. 대기업 다니는 회사원만 애를 낳는게 아니지 않나.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 아르바이트만 하는 프리터족 같은 사람들도 출산을 할 수 있는데 혜택은 제도권 안에 여력이 확실한 대기업만 누릴 수 있단 느낌이 있다.” 

Q.  다른 지원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부분은

“의료와 교육이다. 거주지가 지방이다 보니 돈이 있고 없고를 떠나 뭘 교육 시키고 싶어도 어려운 부분이 있고, 의료서비스도 애들이 감기나 간단한 질병에 걸리면 이쪽에서 진료를 받지만, 조금만 위중하거나 특별 검사가 필요한 경우는 지역 내 병원이 아닌 인근 지역이나 서울권 병원을 가야한다.” 

Q.  학교에서 하는 방과후 교육은 잘 이용하나 

“여건이 되는 대부분의 집들은 하나 이상의 학원을 보내는 게 현실이다. 방과후학교가 요즘은 예전과 달리 악기연주, 미술, 자연생태 공부 등 종류가 다양해진 건 맞지만, 부모 기준에선 여전히 사교육에 비해 질이 떨어진단 느낌이 좀 있다. 정말 아이에게 큰 도움이 되고 배우기 어려운 것을 배운단 느낌보단 학교의 일련의 교육과정 중 하나 정도로 인식하게 된다. 여러 경험을 해보긴 하는데 심도있게 배우는 건 아니라 아쉬운 부분이 있다.” 

Q.  지방에서 학원 등하원도 쉽지 않을 것 같다 

“학원이 많긴 하지만 특정 교육은 부족하다. 예를 들어 유아수영은 집에서 차로 30분 정도 가야한다. 걸어갈 수 없는 거리에 있으면 태워주거나 통원 버스를 이용해야 하는데 아직 어린 아이가 차타는 장소까지 길도 건너야 하고 많이 걸어야 한다. 그런 것에서 오는 불안감이 또 있다.” 

Q.  아이들을 키우면서 좋은점은

“셋이서 노는 걸 보면 너무 행복하고 좋다. 요즘은 외동이 많은데 우리 애들은 서로 지지고 볶고 자기들끼리 잘 논다. 그런 모습을 보면 어쨌든 잘 키우고 있단 느낌이 들고 나중에 우리 부부가 세상을 떠난 뒤에도 애들이 셋이 뭉쳐 살아가는데 서로 힘이 될 수 있겠단 생각이 든다.”

Q.  다시 결혼 전으로 돌아가도 다둥이 아빠를 택할 건가

“생활이 고되지만 아이들은 너무 예쁘다. 물론 삶의 질을 아이들이 원하는 수준이나 내가 원하는 수준까지 높이기는 어렵다. 그래도 똑같은 상황에 돌아가도 나는 아이들을 다시 낳고 키우고 싶다. 하지만 주변에 아이들 갖지 않은 딩크족 친구들 마음도 이해가 간다. 현실적으로 경제적인 부분이나 본인들외에 외적인 요소로 육아나 아이를 갖는 것에 대한 어려움을 갖는 사람들의 마음을 십분 이해한다. 그건 경제적 여력, 자녀 유무를 떠나 우리세대 전체가 공유하는 마음이기에 아이를 가지지 않은 사람들이 잘못하고 있단 생각은 전혀 없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