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매출 넘어선 쿠팡, 올해 첫 연간 흑자 예상
중국 이커머스 맹추격에 이커머스 판도 뒤집힐 가능성도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올해 이커머스 시장은 쿠팡이 우위를 점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쿠팡은 로켓배송을 시작한지 8년 만인 지난해 3분기 첫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올해 쿠팡은 연간 첫 흑자 달성을 확실시하고 있다. 이커머스 시장은 쿠팡의 독주 아래 큐텐 연합군과 중국 플랫폼들로 구성돼 경쟁을 더하고 있다. 내년에도 쿠팡의 독주가 예상되는 동시에 이커머스 전반에 지각변동도 예고됐다,

쿠팡은 이커머스 기업 중에서 유일하게 뚜렷한 성과를 냈다. 쿠팡이 지난 11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 3분기 영업이익은 8748만달러(약 1146억원)로 지난해 동기(7742만달러) 보다 13% 증가했다. 같은 기간 매출도 61억8355만달러(8조1028억원)을 내며 분기 매출 8조원을 넘어섰다. 이로써 쿠팡은 사업을 시작한지 10년 만에 올해 첫 연간 흑자를 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쿠팡 연도별 실적 추이. / 표=김은실 디자이너
쿠팡 연도별 실적 추이. / 표=김은실 디자이너

빠른 성장세를 보인 쿠팡은 전체 유통 시장의 지형도를 뒤바꿨다. 쿠팡은 지난해 이마트와 롯데쇼핑을 잇는 3강으로, 유통업계 다크호스로서 ‘이마롯쿠(이마트·롯데쇼핑·쿠팡)’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올해는 쿠팡이 1분기부터 처음으로 이마트 분기 매출을 줄곧 넘어서며 유통 시장은 ‘쿠이마롯(쿠팡·이마트·롯데쇼핑)’로 재편되는 분위기다.

쿠팡은 로켓배송뿐 아니라 쿠팡플레이, 쿠팡이츠 등 다양한 사업과의 시너지를 내면서도 각각을 업계 1위 자리에 올리는데 집중하고 있다. 유통업계에서는 쿠팡이 그동안 내세웠던 ‘계획된 적자’가 통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특히 쿠팡은 지난해 10월부터는 대만 시장으로 사업을 확대했다. 대만에서는 2분기부터 쿠팡이 대만 쇼핑 부문 다운로드 1위를 달성했고, 지난 9월 말 기준으로는 쿠팡을 통해 대만으로 수출하는 한국 중소기업은 1만2000여곳에 달했다.

여기에 쿠팡은 세계 최대 규모의 명품 플랫폼 ‘파페치(Farfetch)’를 인수하며 명품 시장에 본격 뛰어들었다. 쿠팡이 글로벌 기업을 인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쿠팡Inc는 파페치에 5억달러(65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했다. 파페치는 샤넬·루이비통·생로랑 등 글로벌 명품을 판매하는 부티크 스통과 백화점 매장 등이 입점해있고 명품 브랜드를 190개국 이상의 소비자에게 연결시키고 있다.

내년에도 쿠팡은 괄목할만한 성과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김범석 쿠팡Inc 의장은 앞서 실적 발표 후 “쿠팡의 시장점유율은 여전히 한 자릿수로 우리의 여정은 이제 시작이다”고 밝혔다.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로는 쿠팡이 24%대를 기록한 것으로 점쳐진다. 다만 김 의장의 발언은 전체 유통 시장을 언급한 내용으로 읽힌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전체 유통시장 규모는 약 602조원으로, 쿠팡은 전체 유통시장의 4.4%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 / 표=김은실 디자이너
국내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 / 표=김은실 디자이너

이진협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쿠팡이 파페치를 인수한 배경에는 쿠팡이 국내 비즈니스를 캐시카우로 활용하면서 글로벌 비즈니스 확장에 본격화하기 시작했다고 판단되며, 이는 최근 대만 등 해외 진출 본격화와 궤를 같이 한다”면서 “쿠팡으로 인해 국내 유통 시장 경쟁 환경이 과거처럼 과열되는 일은 재현되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고 밝혔다.

쿠팡이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낸 것과 달리 주요 이커머스들은 올해 어려움을 겪었다. 올 초부터 기대를 모았던 이커머스들의 IPO는 줄줄이 연기되거나 무산됐고, 매각 또는 합병 이슈도 잇따랐다.

컬리는 지난해 3월 유가증권시장에 예비심사를 청구하고 상장을 추진했지만, 지난 1월 투자심리 위축을 이유로 상장을 연기했다. 오아시스마켓 역시 국내 이커머스 상장 1호를 추진했다가 일정을 연기했다. SSG닷컴은 지난해 상장 절차를 잠정 연기하고 내년 상장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11번가는 매각 이슈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SK스퀘어가 콜옵션(우선매수청구권) 행사 포기로 주도권을 쥔 재무적투자자(FI) 나일홀딩스컨소시엄은 11번가 매각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아울러 싱가포르 이커머스 기업 큐텐은 지난해 9월 티몬을 인수한데 이어 올해 4월 위메프, 5월 인터파크커머스까지 인수했다. 큐텐은 일명 ‘티메파크(티몬·위메프·인터파크커머스)’로 묶어 큐텐 물류 자회사인 큐익스프레스를 활용해 해외직구 공략에 나섰다. 여기에 중국 알리익스프레스, 테무까지 가성비로 국내 시장에 진출하며 전반적인 이커머스 시장 지각 변동이 일었다.

현재 유통업계에서는 내년에도 이커머스 시장은 올해와 비슷한 흐름을 유지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다만 변수는 중국 이커머스들의 추격이다.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는 국내 시장에 진출한지 초기 단계에 불과하지만, 알리와 테무는 올해 국내 사용자 수가 가장 많이 증가한 모바일앱으로 꼽힌다. 일각에서는 알리익스프레스가 쿠팡을 넘어선다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내년 이커머스 시장의 변화도 감지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쿠팡의 성장세에 맞춰 이커머스 기업들의 인수합병 소식이 이어지며 판도가 크게 뒤바뀌었다”면서 “전반적인 이커머스 시장 성장세가 둔화되는 만큼, 내년에는 수익성을 개선하는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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