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 정기 인사, 내년 초 단행될 예정
승계 핵심 지렛대 CJ올리브영, IPO 나설 듯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올해 CJ올리브영이 대규모 과징금을 피하면서, CJ 승계 이슈가 재점화되고 있다. 아직 CJ그룹은 내년도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하지 않았다. 올해 유통가들이 오너가 3·4세를 전면 내세운 가운데 이선호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장(경영리더)의 거취에 눈길이 쏠린다.

2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CJ그룹의 정기 인사는 올해를 넘길 가능성이 높다. 통상 CJ그룹은 12월 정기 인사를 단행했다. 지난해 예외적으로 CJ는 10월 말 인사를 냈으나, 올해는 임원 평가가 지난달 초까지 진행되면서 정기 인사 일정이 늦춰지는 모양새다.

CJ그룹, CJ제일제당 지분율 및 CJ제일제당 실적 추이. / 표=김은실 디자이너
CJ그룹, CJ제일제당 지분율 및 CJ제일제당 실적 추이. / 표=김은실 디자이너

재계 안팎에서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실적이 부진한 그룹사를 중심으로 쇄신 인사를 낼 것이라는데 무게가 실린다. 그간 이 회장은 성과주의 원칙을 고수하며 신상필벌 인사를 낸 바 있다. 특히 최근 2년간 대표이사급 인사폭이 적었다는 점에서, 큰 폭 인사가 예상된다.

CJ 인사에서 주목되는 점은 단연 이선호 경영리더의 승진 여부다. 이 경영리더는 2016년 CJ제일제당 바이오사업관리팀장 겸 과장으로 입사했다. 2021년에는 CJ제일제당 글로벌비즈니스 담당으로 식품전략기획 1담당을 맡고, 지난해 식품성장추진실장 자리까지 올라왔다. 식품성장추진실은 이 실장 주도 하에 글로벌 공략 핵심 거점으로 신설된 부서다. 해외사업 확장, 대체육 대전환, MZ세대 사내벤처 육성 등 트렌디한 분야를 맡고 있다.

특히 이 경영리더는 비비고와 미국프로농구 LA 레이커스 글로벌 마케팅 파트너십 체결식 이후 올해 2월 태국 A-베스트사와의 파트너십 체결식에 등장하며 보폭을 넓혔다. 이로써 재계에선 이 경영리더가 그룹 경영 전면에 등장할지 주목하고 있다. 통상 오너가 그룹 승계권자는 특정 사업부서가 아닌 지주사 또는 그룹사의 전략실 등에 배치된다. 따라서 이 경영리더가 이번 인사에서 신사업 또는 미래성장 전략부서를 맡게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유통사들의 오너 3·4세의 등판이 이 경영리더 승진에 힘을 싣고 있다. 롯데그룹은 연말 인사에서 신동빈 회장의 장남 신유열 전무를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 겸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전략실장으로 승진시키며 본격 경영에 참여시켰다. 한화그룹의 김동선 갤러리아 전략본부장도 햄버거 브랜드 파이브가이즈의 도입을 성공시키며 성과를 내고 있다.

CJ제일제당 사내벤처 프로젝트가 개발한 '익사이클 바삭칩'이 홍콩 AEON몰 스낵코너 매대에 진열돼 있다. / 사진=CJ제일제당
CJ제일제당 사내벤처 프로젝트가 개발한 '익사이클 바삭칩'이 홍콩 AEON몰 스낵코너 매대에 진열돼 있다. / 사진=CJ제일제당

최근 CJ제일제당은 사내벤처를 해외 진출시켰다. 첫 번째 사내벤처 프로젝트로 개발한 제품 ‘익사이클 바삭칩’을 미국, 말레이시아, 홍콩 등 국가 유통채널에 입점시킨 것이다. 바삭칩은 깨진 조각쌀과 콩 비지 등 식품 제조 과정에서 발생한 부산물을 활용한 스낵이다.

정주희 CJ제일제당 사내벤처 마케터는 “푸드 업사이클링 콘셉트와 쌀을 주요 원재료로 만들어 건강을 생각한 스낵이라는 콘셉트가 글로벌 스낵 트렌드, 소비자 요구에 부합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CJ제일제당의 올해 성과도 두드러진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매출 30조795억원, 영업익 1조6647억원으로 1년 전 매출, 영업익을 새로 썼다. 이 경영리더가 중점을 두는 식품 부문 해외 매출은 2020년 4조1297억원에서 2021년 4조3638억원으로 늘었고, 지난해 5조1811억으로 5조원을 돌파했다.

아울러 이 경영리더의 승계 지렛대로 사용될 CJ올리브영이 공정위 리스크에서 벗어나며 지난해 7월 연기된 기업공개(IPO) 가능성이 높아졌다. CJ올리브영은 최대 쟁점이었던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 사업자(1개 사업자 시장점유율 50% 이상)가 맞는지에 대해선 판단 불가에 해당하는 심의절차 종료를 받았다.

현재 이선호 경영리더는 11.09%, 이경후 CJ ENM 경영리더는 4.26%의 CJ올리브영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이 경영리더가 CJ그룹을 승계받기 위해서는 현재 11%가량 소유한 CJ올리브영 지분을 활용해야 한다. 현재로서 이 경영리더가 승계를 이어받으려면 추가 자금이 필요하다. CJ올리브영의 IPO 과정에서 보유 지분 11%를 활용해 구주 매출을 일으키거나, 상장 후 주식을 파는 등 방법으로 캐시를 확보해 승계를 완성하는 방식이다. 앞서 2021년 CJ올리브영의 상장 전 지분투자(프리IPO) 과정에서도 이 경영리더는 CJ올리브영 지분 6.88%를 처분해 1018억원의 현금을 확보한 바 있다.

CJ올리브영은 아직 IPO에 대해 언급을 아끼고 있다. 다만 CJ올리브영은 내년에도 온오프라인 성장세를 거듭할 것으로 보여, CJ올리브영의 IPO와 함께 CJ그룹 승계 작업도 급물살을 타게될 전망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최근 세대교체, 책임경영 강화 차원에서 오너가 3·4세들이 경영 일선에 등장하고 있다”면서 “이선호 경영리더는 지주사로 자리를 옮겨 경영능력 입증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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