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10~12월 단행하는 정기 임원인사 해 넘겨도 여전히 ‘조용’
조직 개편에 따라 숙고 이어지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서울 중구 CJ 사옥. / 사진=연합뉴스
서울 중구 CJ 사옥.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엄민우 기자] CJ그룹의 인사가 늦어지는 가운데 그 배경과 이유, 또 이재현 회장의 장남 이선호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장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0일 현재 대기업 중 2024년 임원인사를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곳은 사실상 CJ가 유일하다. 대다수 기업들이 지난해 이미 인사를 마무리 짓고 새 진용을 꾸려 새해를 시작했지만, CJ그룹은 여전히 숙고하는 모습이다.

CJ그룹에 오래 몸 담아온 계열사 임원들은 “특별한 이유도 보이지 않는데, 이렇게 인사가 미뤄지는 경우는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2023년 정기임원인사는 2022년 10월 24일부로 실시했고, 그 전해 인사 역시 2021년 12월 27일에 단행했다. CJ그룹 인사는 ‘최순실 게이트’ 및 특검이라는 변수가 있었던 2017년을 제외하면 일반적으로 10~12월 사이 단행해 왔다.

이 같은 상황을 두고 갖가지 해석이 나온다. CJ올리브영의 과징금 리스크와 부진했던 계열사들의 경영실적 등이 거론되는데, 그 중 유력한 것은 조직개편에 따른 지연이라는 분석이다.

CJ그룹 지주사인 CJ는 지난해 12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전략기획과 사업관리 조직을 통합하고 재무운영실과 재무전략실도 재무실로 합쳐 운영키로 했다. 조직 개편 과정에서 경영지원 업무를 맡았던 강호성 대표가 사임하고 2인 체제 중 또 다른 대표인 김홍기 대표가 해당 업무까지 함께 맡게 된 바 있다. 이 같은 조직 개편은 이재현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전해진다. 지주사 조직개편과 더불어 각 계열사들도 차례로 조직 개편에 나서면서 이에 맞게 인력을 배치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걸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선호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장. / 사진=CJ
이선호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장. / 사진=CJ

이번 인사에서 관심을 모으는 포인트 중 하나는 이선호 실장이 보폭을 넓힐지 여부다. 우선 큰 변화는 없을 것이란 시각이 있다. 이 실장은 한화 김동관 한화 부회장이나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등과는 상황이 다르다. 경영에 복귀한 것 자체가 불과 3년 전 일이다. 임원급인 ‘경영리더’로 승진하고 본격적으로 글로벌 시장 공략을 이끈 지는 2년 밖에 되지 않았다.

현재 맡고 있는 ‘실장’ 위치는 사실상 부사장급에 준하는데 여기서 더 몸집을 키우면 CJ 직급체계를 감안할 때 본부장이나 부문장급이 된다. 본부장급은 사업에 대한 책임을 오롯이 져야 하는 위치다. 임원이 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1990년생인 그가 곧바로 책임경영에 준하는 위치까지 맡게 되진 않을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까닭이다.

3세 경영 체제에 있는 한 그룹사 고위 관계자는 “나이가 어린 오너 3세의 경우 너무 초고속 승진을 하게 되면 외부 평가 문제 등 여러가지 리스크가 뒤따를 수 있어 스스로 꺼리기도 한다”며 “경쟁력을 보이는 부분에서 점차 책임을 늘려가며 성장하는 방식이 추세”라고 전했다.

다만 최근 분위기로 볼 때 맡은 분야 및 역할을 확대하는 변화는 있을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대기업들이 저마다 속속 3세 경영에 나서고 있고, CJ와 비교되는 유통기업 롯데가(家) 3세 신유열 전무는 상무 승진 1년 만인 지난해 전무로 승진했다. 이런 점을 감안해 이 실장의 승진까지 점치는 분석들도 나오는 형국이다.

한편 CJ그룹 정기임원 인사 시점은 여전히 불투명한 가운데 늦어도 구정 연휴 전에는 이뤄질 것이란 분석이 힘을 얻는다. CJ그룹 관계자는 인사와 관련한 각종 해석에 대해 “아직까지 정해진 사항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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