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계열사 실적 저조, 재계 순위도 밀려
신 전무 승진, 유통 등판 가능성 높아져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롯데그룹 재계 순위가 13년 만에 5위에서 6위로 밀려났다. 롯데는 일부 계열사들마저 저조한 성적표를 받자 희망퇴직 카드까지 꺼냈다. 조직 슬림화에 속도를 내는 신동빈 롯데 회장은 수익성을 강조한 내년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롯데는 김상현 부회장과 정준호 부사장 투톱 체제로 사업을 이끌면서 핵심 사업들의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6일 롯데는 롯데지주를 포함한 38개 계열사의 이사회를 열고 각 사 별로 2024년 정기 임원인사를 준비했다. 이번 롯데 인사는 혁신 지속을 위한 젊은 리더십 전진 배치에 초점이 맞춰졌다.
올해도 유통업계는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무게 중심이 이뤄졌다. 쿠팡이 기존 유통 공룡들을 장악한 반면 전통적인 유통기업들은 저조한 실적을 냈다. 롯데쇼핑의 경우 올해 1~3분기 누적 기준 매출 10조9230억원으로 전년 대비 6.5% 줄었고, 영업이익은 3060억원으로 4.4% 증가했다. 앞서 신세계와 현대백화점 등 주요 유통기업들은 핵심 계열사 대표를 교체하며 인적 쇄신에 나섰다. 롯데 역시 주요 계열사들의 CEO 14명을 교체하며 미래 사업을 위한 인재를 재배치했다.
롯데쇼핑의 올 3분기 누계 기준, 백화점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6.7% 감소했고 이커머스(롯데온) 부문은 640억원으로 적자를 지속했다. 2020년 출범한 롯데온은 2021년 1558억원, 2022년 1559억원으로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경쟁사 대비 이커머스 진출이 늦었던 것도 있지만, 롯데온 자체가 뚜렷한 차별점을 두지 못해 인지도를 확대하지 못한 영향이 컸다.
따라서 롯데는 롯데쇼핑의 아픈손가락이였던 롯데온 대표가 교체됐다. 롯데온 대표에 내정된 박익진 어피니티 에쿼티 파트너스 글로벌 오퍼레이션그룹 총괄헤드는 커머스 플랫폼 기업 관리 및 마케팅, 상품, 신사업 등 다방면의 컨설팅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롯데쇼핑의 주력 계열사 실적 부진이 이어지자 유휴자산 매각도 이어지고 있다. 롯데쇼핑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최근 2년 사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지난 2021년만 해도 롯데쇼핑은 1조8281억원의 현금을 벌었지만, 지난해 1조6278억원으로 11%가량 감소했다. 올 3분기에는 1조1060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20.3%나 쪼그라들었다.
결국 롯데는 백화점 관련 유휴자산 중 분당 물류센터, 안산 공장, 청주 영플라자 등 8곳, 마트 부문에서는 고양 중산점, 양주점 등 총 10곳을 매각하기로 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해당 자산을 모두 매각할 경우 롯데쇼핑은 5000억원에 달하는 현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롯데쇼핑은 2019년에도 롯데리츠에 롯데마트 계양점·의왕점·장유점 등을 매각해 대규모 자금을 유입한 바 있다.
이처럼 롯데가 현금 자산을 확보하는 데는 오카도가 있다. 오카도는 영국 리테일 테크기업이다. 롯데쇼핑은 2030년까지 자동화물류센터 관련 약 1조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롯데는 온라인 그로서리 사업 강화를 위해 전날 부산에 첫 물류센터 착공을 시작했다.
김상현 부회장은 2021년 11월 롯데쇼핑 유통군HQ 총괄대표에 선임된 후 롯데를 ‘유통 1번지’로 만드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며 체질 개선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김 부회장은 “부산은 롯데의 새로운 온라인 그로서리 사업의 초석이 되는 첫 번째 핵심 인프라”라면서 “롯데쇼핑은 국내 건설될 6개의 고객 풀필먼트 센터를 바탕으로 국내 온라인 그로서리 쇼핑 1번지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롯데는 김상현 부회장과 정준호 부사장을 필두로 롯데쇼핑의 미래인 오카도, 백화점을 강화해 사업 개선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신유열 전무가 유통 등판을 위한 초석 다지기에 나섰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신유열 전무는 다양한 글로벌 투자 경험을 토대로 이날 글로벌 및 신사업을 전담하는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으로 선임됐다. 신 전무는 그간 롯데케미칼 일본지사에서 상무로 근무했다가 이번 연말 인사를 통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 전무로 승진 이동했다.
재계에서는 신 전무의 본격 경영수업이 시작됐다고 분석한다. 신 전무는 최근들어 신동빈 회장과 함께 국내외 사업장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앞서 지난 9월 신 전무가 베트남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 개장식에 찾은 만큼, 신 전무의 유통 등판 가능성도 제기된다. 일단 그룹의 성장 동력인 헬스케어와 바이오 부문 등을 신 전무에게 맡겨 능력 정검에 나서겠다는 전략이다.
실제 신 회장은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에서 신 전무의 유통업 진출에 대해 “앞으로 생각하고 있다”면서 “(신 전무가) 여러 가지로 공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힌 바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롯데지주로 신 전무가 옮기면서 국내 롯데와 관련된 경영수업이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면서 “미래성장실에서 국내 문화와 경영을 익히는데 집중하면서 유통쪽으로 자리를 옮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