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채양 대표, 이마트·이마트에브리데이·이마트24 맡아
실적 저조·주가 하락···이마트 본업 경쟁력 강화 집중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올해 경기 둔화로 대형마트가 외형 성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내 대형마트 1위 이마트는 업황 부진에 실적마저 감소했다. 이마트는 신용등급마저 위태로워진 가운데 이마트 새 수장에 오른 한채양 대표가 본업 살리기에 나섰다. 주춤했던 이마트가 신규 점포 출점, 기존 점포 리뉴얼로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15일 이마트에 따르면 한채양 대표는 지난 9월 대표직에 앉은 후 오프라인 외형 확대를 위한 투자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이는 강희석 전 대표의 이마트 투자 축소, 온라인 중심 전략과는 대조적이다.

한채양 대표가 이마트 창립 30주년 기념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이마트
한채양 대표가 이마트 창립 30주년 기념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이마트

한 대표는 최근 열린 이마트 창립 30주년 기념식에서 “대한민국 유통업을 혁신 해온 이마트의 일등 정신과 자부심을 되살리자”면서 “본업 경쟁력 강화에 모든 힘을 쏟겠다”고 강조했다. 이마트는 신규 출점 등 외형 성장과 동시에 경영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신세계에서 한 대표는 ‘재무통’으로 통한다. 그는 지난 2019년 조선호텔앤리조트 대표를 맡으면서 팬데믹 상황에서도 흑자전환을 일군 바 있다. 이번 인사로 한 대표는 이마트·이마트에브리데이·이마트24 유통채널 통일 과제도 맡게 됐다.

올해 이마트는 ‘기본’을 강조하고 있다. 여기서 기본은 이마트의 본업 경쟁력 강화를 의미한다. 정용진 부회장도 신년사에서 “기본과 본질에 충실할 때 위험과 위기는 도약을 위한 자산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같은 이마트의 행보에는 실적 저조가 있다. 이마트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29조3324억원, 영업이익 1357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7.6% 상승했지만, 영업익은 57.2%나 줄었다. 올해 이마트는 3분기 누적 연결 기준 매출도 22조116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8% 신장했지만, 영업이익은 38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8.6%(843억원) 감소했다. 특히 이마트 영업이익률은 0.2% 수준에 불과하다.

유통업계에서는 올해 이마트 매출이 29조792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 오르고, 영업이익은 32.6% 줄어든 915억원을 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마트는 3개 분기 연속 쿠팡에 1위 자리를 내줬다. 정 부회장은 결국 오프라인 실적 부진 타개를 위해 그룹 내 변화와 혁신을 추진했다. 과거 일해 온 방식을 질책하면서도 지금과 완전히 다른 새로운 방식으로 변화하고 혁신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마트 실적 추이. / 자료=이마트, 표=김은실 디자이너
이마트 실적 추이. / 자료=이마트, 표=김은실 디자이너

설상가상 이마트는 신용등급마저 하락할 위기에 처했다.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이마트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A로 유지하되, 전망치를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는 지금 추세가 계속되면 이마트 신용등급이 하락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신평은 이마트의 전망치 하향 이유로 이익창출력 약화, 영업현금창출력 약화, M&A 등에 따른 투자 자금 증가로 인한 재무부담 확대, 현금흐름 개선 불투명 등을 꼽았다.

특히 이마트는 가양점, 성수점 등 주요 점포를 매각했다. 온라인 분야에서도 지마켓 인수로 사업 확장 의지를 드러냈지만, 오히려 이마트 적자가 늘면서 수익성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주가 역시 내려앉았다. 이마트 주가는 지난 2018년만 해도 32만원선까지 올라갔으나, 최근에는 7만원대에 머무르고 있다. 시가총액도 이마트는 한때 5조원대에 달했지만, 지금은 2조489억원으로 집계됐다.

결국 이마트는 본업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기로 했다. 이마트는 올해 3분기까지 총 12개의 점포를 리뉴얼했다. 이마트는 매장보다는 고객 관심을 끌 수 있는 외부 임대 매장을 늘려 체류시간을 늘렸다. 대표적으로 최근 이마트가 리뉴얼한 하월곡점은 이마트 직영 매장 면적을 30%가량 줄이는 대신 다이소, 니토리 등 소비자 관심이 높은 브랜드로 채웠다.

신규 이마트는 내년까지 5개 부지를 확보할 예정이다. 실제 한 대표는 매각을 추진하던 이마트 중동점과 문현점을 포함해 앞으로 점포 매각도 중단했다. 여기에 이마트는 자회사 이마트24에 1000억원을 출자했다. 신규 출점 확대에 따른 투자 여력 확보 때문이다.

유통업계에서는 임영록 신세계프라퍼티 대표가 개편된 경영전략실 초대 실장으로 임명된 것도 이마트가 본업 강화에 의지를 드러냈다고 보고 있다.

임 대표는 2016년부터 7년간 신세계프라퍼티를 이끌며 국내 최대 규모의 복합쇼핑몰 스타필드를 안착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스타필드는 임 대표 재임 시절 규모를 키워 취임 2년 만에 2018년 연간 흑자를 달성하며 성장을 지속했다.

스타필드는 올해 말 수원점을 오픈하고 2025년 창원, 2027년 인천 청라, 2030년 광주 등으로 점포를 확대할 계획이다. 정 부회장이 임 대표에게 신세계프라퍼티 대표와 경영전략실장을 겸임하도록 한 것도 임 대표를 중심으로 오프라인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유통 소비 트렌드가 팬데믹을 겪으며 온라인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면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결합이 중요한 시점에서, 이마트는 오프라인 점포를 강화해 온라인 부문이 뒷받침하는 구조로 실적 개선에 집중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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