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온, 올 1분기 롯데쇼핑 이익기여도 ‘–19%’
월간롯데‧내일온다로 이커머스 경쟁력 확대 나서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롯데가 박익진 대표를 중심으로 롯데온을 ‘롯데 대표 이커머스’로 안착하는 것에 주력하고 있다. 롯데온은 출범 이후 이커머스 업계서 이렇다 할 존재감을 내비치지 못한 채 대표만 세 차례 교체됐다. 박 대표는 취임 이후 롯데온을 살리기 위해 여러 대안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적자 확대’라는 첫 성적표를 받았다.

1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올해 이커머스 경쟁력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를 중심으로한 일명 ‘C-커머스(중국 이커머스)’의 영향력이 커지는 상황에서 롯데 역시 이커머스 경쟁서 틈새 공략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박익진 롯데온 대표. / 사진=롯데그룹
박익진 롯데온 대표. / 사진=롯데그룹

올해부터 롯데온 수장에 오른 박익진 대표는 ‘재무통’으로 불린다. 박 대표는 롯데온 출범 이후 세 번째 수장이다. 첫 대표였던 조영제 전 대표는 롯데온 론칭 첫 해 조직을 이끌다 1년 만에 자리에서 내려왔고, 이베이코리아에서 영입된 나영호 전 대표도 임기 연장에 실패했다.

이번 롯데온 수장인 박 대표는 롯데의 외부 인사다. 지난해 롯데는 정기 임원 인사를 통해 각 비즈니스 분야의 외부 전문가를 영입했다. 박 대표는 맥킨지 프로젝트 매니저를 시작으로 한국시티은행 카드사업본부 최고재무책임자(CFO)‧최고전략책임자(CSO)를 지냈다. 이후 현대카드 캐피탈 전략 담당 전무를 지냈고 ING 생명 마케팅 본부장과 부사장을 거쳐 MBK 롯데카드 마케팅 디지털 부사장을 지냈다. 최근까지는 어피니티 오퍼레이션 총괄 헤드였다.

박 대표의 이력만 놓고 보면 유통업계와는 거리가 멀다. 그만큼 롯데그룹이 롯데온의 재무적인 부분을 집중 개선하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분석된다. 롯데온은 지난 2022년 3분기부터 매출을 키우고 영업 적자 폭을 줄이는데 성공했다. 지난해 롯데온은 매출 1351억원, 영업적자 856억원으로 1년 사이 적자를 703억원가량 줄였다.

올 1분기도 롯데온은 매출 29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 성장했다. 그러나 영업 적자는 224억원으로 전년 동기(200억원) 대비 적자 폭이 커졌다. 특히 롯데온은 올 1분기 롯데쇼핑 전체 매출의 1%에 불과했고, 이익기여도는 19%나 갉아먹었다.

롯데쇼핑 이커머스 사업부(롯데온) 최근 실적 추이. / 표=김은실 디자이너
롯데쇼핑 이커머스 사업부(롯데온) 최근 실적 추이. / 표=김은실 디자이너

재무 전문가인 박 대표는 올해 롯데온의 누적 적자를 줄이는데 공을 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온의 기조도 내실 다지기로, 지속적으로 영업손실을 줄이면서 매출은 성장시키겠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롯데온은 ‘월간롯데’와 익일배송 ‘내일온다’를 올해 수익 개선책으로 삼았다. 특히 월간롯데는 박 대표의 야심작으로, 올해 1월에 도입했다. 월간롯데는 롯데온이 롯데그룹 계열사의 인기 상품을 단독 혜택과 최대 50% 할인 등 다양한 혜택으로 선보이는 행사다. 박 대표는 월간 롯데를 계열사 대표들에게 설득하며 그룹 내 시너지를 내는데 노력하고 있다.

현재까지 월간롯데 성과 지표는 긍정적이다. 월간롯데 도입 후 고객 인지도가 높아졌고, 3월 행사에서는 고객 방문이 전월 대비 3%나 신장했다. 같은 기간 앱 설치수도 40%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온 관계자는 “2022년 3분기부터 7개 분기 연속 매출액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고 월간롯데 행사를 통해 롯데 계열사와의 시너지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면서 “이커머스는 앞으로도 계열사 간 시너지 강화를 바탕으로 실적 개선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롯데온이 성과를 낼 만한 핵심 사업이 없다는 점이다. 롯데온은 최근 시장 내 입지 확대를 위해 익일배송 내일온다를 시작했다. 내일온다는 평일 오후 4시까지 롯데온에서 가공식품, 생활용품 등 상온식품을 구매하면 전국 어디든지 다음 날 모든 상품을 한 번에 택배로 받아볼 수 있는 서비스다. 롯데온은 현재 1만여개 상품을 판매 중이며, 김포 온라인 전용센터에서 출고하고 있다.

내일온다는 롯데온이 수익성 개선을 위해 1시간 바로배송을 철수한지 14개월 만에 다시 재개된 배송 서비스다. 앞서 롯데온은 새벽배송도 접은 바 있다. 특히 익일배송의 경우 쿠팡, 컬리 등이 시장을 꽉 쥐고 있는 상황이라 롯데온이 틈새 공략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유통업계에서도 롯데온이 다시 배송을 시작하는 것에 의아해하는 분위기다.

롯데온이 든든한 수익원으로 기대하는 물류센터 ‘오카도(Ocado)’ 역시 현재로서 요원한 상황이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11월 영국 리테일테크 기업 오카도와 국내 온라인 식료품 사업 관련 협력을 위한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했다. 롯데쇼핑은 2030년까지 오카도 스마트 플랫폼을 적용한 고객 풀필먼트 센터(CFC)를 전국에 6개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최근 롯데가 기공식을 연 부산 CFC는 오카도 첫 번째 물류센터가 될 전망이다. 부산 CFC는 기존 온라인 물류센터 대비 상품 구색이 2배가량 증가한 4만5000여종, 배송 처리량도 약 2배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현재로서 롯데쇼핑과 언제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미지수다.

롯데온 관계자는 “올해는 롯데 계열사와 시너지를 내는 것에 초점을 맞춰 온‧오프라인의 경계를 허문 롯데 대표 온라인몰로 거듭나겠다는 전략”이라며 “롯데 계열사 고객이 롯데온에 방문할 수 있도록 차별화 상품을 선보여 고객이 플랫폼을 통해 자유롭게 넘나들며 쇼핑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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