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마트·슈퍼, 이커머스사업부의 e그로서리사업단과 조직 통합
온·오프라인 통합 시너지 창출···그로서리 시장 내 독보적 입지 구축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롯데쇼핑이 이커머스 사업부 내 e그로서리사업단을 롯데마트로 통합한다. 출범 이래 단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한 롯데온은 오카도 사업마저 롯데마트에게 빼앗기게 됐다. 롯데마트는 기존 오프라인 사업부에 온라인까지 롯데 유통 계열사 그로서리 사업 전체를 책임지게 됐다.

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마트는 이달부터 롯데 그로서리 조직을 통합했다. 그로서리는 롯데쇼핑의 핵심이다. 그간 마트·슈퍼·창고형 할인점 등 오프라인 채널은 롯데마트사업부에서, 온라인 채널인 롯데마트몰은 이커머스사업부에서 담당해왔다. 이번 조직 개편으로 롯데마트는 온·오프라인 그로서리사업 전체를 전담한다.

롯데쇼핑 오카도 부산 CFC 조감도. / 사진=롯데쇼핑
롯데쇼핑 오카도 부산 CFC 조감도. / 사진=롯데쇼핑

◇롯데마트, 이커머스 사업 담당 ‘오카도’까지 도맡아

통계청에서 발표한 ‘온라인 쇼핑 동향’에 따르면 올해 1~7월 온라인 식품 거래액은 27조7896억원이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1.9% 늘어난 규모다. 연간으론 50조원을 돌파할 가능성이 높다. 이같은 시장 환경에 맞춰 온·오프라인 사업부간 시너지를 창출해 온라인 식품 시장 내 경쟁력을 구축하고자 이번 조직 통합에 나섰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롯데마트는 성장이 정체된 오프라인 유통 산업에서 ▲마트 슈퍼 사업부 통합 시너지 창출 ▲그로서리 전문점 전환 ▲신선 및 PB(자체 브랜드) 등 그로서리 상품군 경쟁력 강화 ▲해외 사업 지속 확대 등 다양한 전략을 통해 회사의 지속적인 성장을 도모 중이다.

강성현 롯데마트·슈퍼 대표는 “이번 e그로서리사업단과의 조직 통합으로 롯데 그로서리 사업이 완전한 원팀으로 거듭나게 됐다”면서 “통합 시너지를 발판 삼아 수익성과 효율성 개선은 물론, 고객에게 혁신적인 온·오프라인 쇼핑 경험을 제공해 국내 넘버원 그로서리 마켓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목할 점은 롯데마트가 오카도 사업까지 맡는다는 것이다. 오카도는 롯데그룹 유통군HQ 총괄대표인 김상현 부회장이 주도한 신사업이다. 김 부회장은 2022년 취임 이후 영국 리테일테크 오카도와 온라인 그로서리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오카도 스마트 플랫폼을 적용한 CFC(Customer Fulfillment Center) 설립을 본격화했다.

특히 김 부회장은 지난해 롯데쇼핑 정기주주총회에서 “중장기적으로 온라인 그로서리 사업에 1조원을 투자해 시장 점유율 30%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또 같은해 9월 최고경영자 기업 설명회(CEO IR DAY)에선 2026년 영업이익 1조원을 내겠다고 밝혔다.

이번 조직 통합을 통해 롯데마트는 구체적인 사업 방향성도 제시했다. 롯데마트는 내년 상반기 차세대 e그로서리앱 론칭을 시작으로 CFC 오픈까지 오카도 스마트 플랫폼 기반의 온라인 그로서리 전문 포맷을 단계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아울러 롯데마트는 오카도 스마트 플랫폼 도입을 통해 고객 맞춤형 온라인 그로서리 쇼핑 환경을 구축하고 온라인 장보기의 불편함을 개선한다. 특히 부산 고객 풀필먼트 센터 건립 이후엔 상품 구색을 기존 온라인 물류센터보다 2배가량 많은 4만5000여종까지 늘려 고객 선택지를 넓힌다.

◇배송은 쿠팡, 가격은 네이버···롯데온 경쟁력은?

오카도 사업은 롯데쇼핑 이커머스사업부인 롯데온이 맡아왔다. 롯데쇼핑 IR자료에 따르면 올 1분기부터 오카도 사업 관련 비용이 이커머스사업부에 반영되기도 했다. 오카도 투자 비용은 올 1분기와 2분기 각각 11억원 발생됐다.

통상 이커머스의 경쟁력은 상품과 가격, 배송에 있다. 대표적으로 이커머스 투톱인 쿠팡은 익일배송(로켓배송)으로, 네이버는 실시간 최저 가격 비교로 우위를 점했다. 롯데온은 버티컬로 차별화를 뒀었는데, 이번 조직 개편으로 롯데마트를 통해 식료품에 경쟁력을 더할 전망이다.

롯데온 실적 추이. / 표=김은실 디자이너
롯데온 실적 추이. / 표=김은실 디자이너

롯데온은 올해 박익진 대표를 새 수장으로 맞고 수익성 개선에 힘써왔다. 지난해 12월 롯데온의 새 수장으로 영입된 박 대표는 취임과 동시에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섰다. 창사 이래 처음으로 권고사직과 희망퇴직을 단행했고 새벽배송·바로배송 등 비효율 사업도 정리했다.

롯데온은 올 상반기 매출 576억원, 영업손실 423억원을 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가량 줄고, 영업손실은 되려 늘었다. 따라서 롯데온의 누적 영업손실은 5000억원을 훌쩍 넘겼다. 롯데온은 롯데쇼핑 전체 사업군의 이익기여도도 마이너스 25%에 달하며, 매출 구성비 역시 1%에 불과하다.

일각에선 “롯데온이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한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고 분석한다. 롯데온은 티메프 사태로 지난 7월 신규 가입자수를 늘리며 반사이익을 누렸다. 7~8월은 여름 휴가시즌으로 이커머스 비수기지만, 7월과 8월 신규 고객수는 각각 전월 대비 10%, 16%나 늘었다. 다만 이 역시 단기적인 효과에 불과하단 지적이다.

아울러 롯데온이 선보인 익일배송 역시 이미 여러 이커머스들이 운영하고 있다. 그간 롯데온은 경쟁사 대비 물류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오카도가 롯데온의 경쟁력을 심어줄 것이란 기대감이 나왔지만 롯데마트에게 빼앗겨 롯데온을 이끌 장기적 성장 발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티메프 사태 이후 이커머스가 크게 재편되는 분위기”라면서 “롯데온이 티메프로 반짝 수혜를 입긴 했지만 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해선 롯데온만의 중장기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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