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글로비스, 올해 성과급 ‘연봉의 35%+500만원’ 지급안 확정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 등 다른 계열사와의 성과급 격차에 임직원 불만 고조···"내년 초 특별 격려금 지급 예정"

현대글로비스 자동차운반선(PCTC) '글로비스 센추리'호. /사진=현대글로비스)
현대글로비스 자동차운반선(PCTC) '글로비스 센추리'호. / 사진=현대글로비스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그룹 내 찬밥 신세가 된 기분이다.”

현대글로비스가 올해 들어 해운업황 악화로 지난해보다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일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최근 발표한 성과급 지급안을 두고 사내 분위기가 술렁이고 있다. 현기모(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 등 주요 계열사와 성과급 지급 격차가 커지면서 “차를 만들어 판매하는 데 모든 계열사들이 고생했는데, 성과급 차등 지급은 불합리하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어서다.

22일 현대글로비스에 따르면 전날 오후 사내 공지를 통해 올해 성과급으로 ‘연봉의 35%+500만원’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도와 동일한 성과급 지급안이다. 현대글로비스 관계자는 “올해 실적을 기반으로 성과급 지급안을 마련했다”면서 “올해 실적이 작년에 비해선 다소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작년과 동일한 수준의 성과급을 지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기록한 현대글로비스는 올해 들어 해운업황 부진에 따라 실적도 함께 감소했다. 현대글로비스는 연결기준으로 올해 1~9월 누적 매출 19조1657억원, 영업이익 1조2034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은 5%, 영업이익은 11% 줄었다. 특히 3분기 영업이익(3842억원)은 전년 동기보다 19.6% 쪼그라드는 등 부진한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회사는 역대급 성과를 낸 지난해와 동등한 수준의 성과급을 지급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직원들의 불만은 거세다. 성과급 지급안이 사내 게시판에 올라온 직후 일부 직원들은 온라인 익명 게시판에서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그룹 ‘맞형’인 현대차가 올해 역대급 인상안에 합의하면서 현대차그룹 계열사 직원들 사이 올 연말 희비가 크게 엇갈리는 모양새다. 올해 현대차 노사는 임단협에서 성과금 300%+800만원, 격려금 100%+250만원, 전통시장상품권 25만원, 주식 15주 지급을, 기아 노사는 경영성과금 300%+800만원, 생산판매목표 달성 격려금 100%, 특별 격려금 250만원 지급 등에 각각 합의했다.

현대글로비스에 재직 중인 A씨는 “주요 계열사 사이 성과급 규모 차이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했다. 그는 “사원 기준으로 특별격려금 등을 합친 성과급 규모는 현대차와 비교하면 상당 부분 못 미친다”면서 “이는 현기모 등 주요 계열사를 비롯해 현대제철, 현대로템 등 다른 계열사에도 못 미치는 대우”라고 토로했다.

노조가 없어 자동차 부품 계열사처럼 단체행동에 나서지 못하니 특별격려금 등의 지급 규모도 상대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일례로 지난해 최대 실적을 거둔 현대차와 기아가 올해 초 전직원에게 특별 격려금 400만원을 지급하자 부품 계열사인 현대모비스 노조는 “현대·기아와 차별하지 말라”며 사장실 옆 회의실을 점거하고 농성을 펼쳤다.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0.7%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특별 격려금 300만원을 지급했다.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내년에는 현대글로비스가 수익성을 회복하고 실적이 반등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성과급을 둘러싼 내부 논란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주요 계열사와 성과급 격차가 커진 가운데 실적 상승에 따른 통 큰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는다면 직원들의 성과급 불만이 누적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증권은 내년 현대글로비스가 매출 27조5230억원, 영업이익 1조748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했다. 올해 대비 각각 6.52%, 8.64% 증가한 규모다. 최근 현대글로비스는 글로벌 선사와 손잡고 최대 10척의 자동차선 계약을 체결하는 등 선대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이르면 오는 4분기부터 글로벌 완성차 고객사와 협상을 통해 비용인상분을 운임에 반영, 수익성을 끌어올릴 것이란 전망이다.

한편 현대글로비스는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한 특별 격려금 지급을 준비하고 있다. 현대글로비스 관계자는 “구체적인 지급 시기, 격려금 규모 등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내년 초 중으로 특별격려금을 지급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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