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노조 “역대급 실적에 맞는 특별성과금 지급해야···쟁취 위해 총력”
올해도 높은 수준 임금 인상률 합의할 경우 차량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듯
지난해 현대차 평균 가격 2년 전 대비 11% 증가···기아도 22% 올라
김필수 교수 “임금 부담으로 국내서 경차 생산 못해···임금 인상에 따른 차 가격 인상 불 보듯 뻔해”

현대차 노조 대의원대회. / 사진=연합뉴스
현대차 노조 대의원대회.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현대자동차·기아가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기록한 가운데 양사 노조의 특별성과금 요구가 새해부터 거세지고 있다. 또 올해 노조가 임금 및 단체협약(이하 임단협)에서도 임금 인상 수위를 높일 가능성이 커, 이에 따른 차량 가격 상승도 예상된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조는 지난달 소식지를 통해 특별성과금을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 노조는 “역대 최대 실적을 낸 현대차 성과는 조합원 피땀 어린 노력이 밑바탕 된 결과물” 이라며 “경영진은 시간을 끌지 말고 특별 성과금을 즉각 지급하라”고 강조했다. 이어 노조 노고를 외면한다면 조합원 힘을 모아 돌파할 것이라고 사측을 압박했다.

기아 노조도 “역대 최대 실적에 맞게 최대 성과에 따른 공정한 성과 배분 쟁취를 위해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해 특별성과금으로 600만원을 지급한 바 있다.

지난해 현대차와 기아가 사상 최대 매출을 내면서 노조 특별성과금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현대차는 영업이익 15조1269억원으로 전년대비 54% 늘었고, 기아는 11조6079억원으로 전년대비 60.5% 증가했다.

특별성과금에 이어 올해 노조는 임단협에서도 임금 인상을 강하게 주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올해 현대차 노조 지부장이 새로 들어선 만큼 요구 강도를 높일 가능성이 크다. 새 지부장에 당선된 문용문 현대차 노조 지부장은 지난해 선거 공약에서 성과급 900% 지급, 특별성과금 쟁취 등을 약속한 바 있다.

문제는 노조 임금 인상이 이뤄질 경우 차량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미 현대차·기아는 최근 인건비 및 원재료비 상승 등을 이유로 차량 가격을 꾸준히 올려왔다. 신형이 나올 때마다 많게는 500만원 이상 가격이 상승했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SK증권에 따르면 현대차 평균 판매가격(ASP)은 지난 2021년 2만1152달러(약 2818만원)에서 지난해엔 2만3634달러(약 3150만원)으로 11.7% 상승했다. 같은 기간 기아의 ASP도 2021년 2만627달러(약 2751만원)에서 지난해 2만5335달러(약 3379만원)로 22.8% 올랐다.

1년마다 진행되는 임단협에서 임금을 대폭 인상하면서 차량 가격에도 반영된 결과다.

앞서 지난해 현대차 노조는 임단협에서 기본급 4.8% 인상(11만1000원, 호봉승급분 포함), 성과금 400%+1050만원, 주식 15주, 전통시장상품권 25만원 등에 합의했다. 이를 실질 임금 인상분으로 계산하면 약 12%대다. 기아도 같은 수준에서 임금협상을 마무리했다.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낸 만큼 올해 노조 인상 요구 수준은 더 올라갈 가능성이 높고, 인건비가 차량 가격에 반영돼 가격이 상승하는 연쇄 작용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임금 인상에 따른 차량 가격 상승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는 현대차와 기아가 저렴한 경차를 자체 생산이 아닌 위탁 생산을 맡기는 것이다.

현대차는 캐스퍼를 광주글로벌모터스에 위탁 생산하고 있으며, 기아 모닝과 레이 등은 동희오토가 담당하고 있다. 광주글로벌모터스의 경우 반값 연봉을 통해 캐스퍼 생산이 가능해졌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평균 연봉 1억이 넘는 현대차 노조 임금을 고려하면 경차를 생산해서는 도저히 수익이 나지 않아 결국 위탁생산을 맡기게 된 것”이라며 “현재 국내 현대차·기아 노조 임금을 고려하면 절대 싼 차를 만들 수 없고, 기존 차들 가격도 임금 인상에 따라 갈수록 올라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까지는 현대차와 기아 실적이 좋아 노조 요구안을 돈으로 무마했지만, 결국 실적이 악화되면 양 측 갈등을 봉합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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