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동차 수출량 증가에 자동차 운반선(PCTC) 수요 증가···용선료 지난해 3배 뛰어
현대글로비스, 올해 2분기 선대 규모 7척 줄어···컨테이너선 이용으로 기회비용 발생하기도
2024~2025년 최대 12척 용선 도입 계획···사선 도입도 검토 중

/사진=현대글로비스
/사진=현대글로비스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선박 부족에 따른 기회비용이 아쉽다.”

이규복 현대글로비스 대표는 지난 28일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자동차 해상 운송 물량은 늘었으나 이를 실어 나를 선박이 부족한 상황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글로벌 완성차 수출 물량 증가에 따라 자동차운반선(PCTC) 시장이 살아나면서 해운업계가 다시 PCTC를 먹거리로 키우고 있다. 특히 현대글로비스는 오는 2024년 PCTC 선대 규모를 대폭 확장하는 등 자동차 운반사업 확장에 나서는 모습이다.

◇귀해진 자동차 운반선(PCTC)···해운업계 “선박 확보 어려워”

31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월 3만5000달러(약 4400만 원)였던 자동차운반선(PCTC)의 하루 용선료(6500CEU 기준)는 지난해 말 기준 11만 달러(1억4000만원)로 3배가량 급등했다. 1CEU는 완성차 1대를 운반할 수 공간을 의미한다.

전 세계 자동차 수출량이 크게 늘면서 PCTC 용선료도 함께 증가한 것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전 세계 자동차 수출량은 중국을 비롯해 독일, 미국 모두 전년 대비 50%이상 증가하며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PCTC 용선료 추이.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용선료가 치솟으면서 운반선도 귀해졌다. 특히 중국의 자동차 수출량이 증가하면서 PCTC 부족 사태는 장기화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이 개선되고 친환경차 수요가 확대되면서 PCTC 확보 경쟁이 치열하다”면서 “지난해부터 자동차 운송시장이 과열돼 완성차 업체뿐만 아니라 해운사 역시 선박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자동차 해상 운반 분야 1위 업체인 현대글로비스는 선박 계약 기간 종료로 올해 2분기 기준 지난 분기 대비 7척 줄은 72척의 선대를 운용 중이다. 수요는 늘었는데 실어 나를 배는 줄었다. 용선료 상승으로 선대 규모를 급격히 늘리기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PCTC의 빈자리가 모자라자 컨테이너선에 자동차를 싣는 현상도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현대글로비스는 500억원가량의 기회비용이 발생했다. 컨테이너 운임이 상대적으로 자동차 운반선보다 저렴하지만, 선적 과정에서 비용이 증가해 결과적으로 수익성이 감소한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현대글로비스는 운송단가 현실화를 통해 수익성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용선료가 급격히 오른 만큼 올해 하반기부터는 완성차 업체와의 운송계약 갱신 시 운송비를 올려받겠단 얘기다. 

선대 규모도 늘린다. 단기적으로 기존 6000CEU급 선박보다 자동차를 2000대 더 실을 수 있는 8000CEU급 PCTC선을 최대 12척 도입한다. 현대글로비스는 오는 2024년 6척의 PCTC 용선을 추가 운용할 계획이며 2척의 추가 용선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2025년에는 4척의 용선을 추가로 도입한다. 

직접 배를 발주해 건조하고 자가로 선박을 운항하는 사선도 도입을 검토 중이다. 현대글로비스 관계자는 사선 추가 운용에 대해 “확정된 사안은 아니지만,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현대글로비스는 용선 40척, 사선 32척을 운용 중이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현대글로비스 자동차 운반선(PCTC) 규모 확장 계획.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향후 선대 규모가 늘어나면 계열사 외 고객사에 대한 매출 증가를 노릴 수 있다. 현대차·기아 등 계열사 물량은 운임 대부분이 고정계약으로 용선료를 크게 올리기 어렵다. 현대글로비스는 올해 들어 자동차 운반선 관련 계열사 매출 의존도가 절반을 넘어섰다.

현대글로비스는 올해 2분기 매출 6조 5348억원, 영업이익 4126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매출액은 4.8%, 영업이익은 8.0% 감소한 수치로 해운사 가운데에선 그나마 견조한 실적을 낸 것으로 평가된다. 주력 부문인 자동차 운반선 매출액은 증가하면서다.

류제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올해 2분기 시황 둔화에도 해외 법인, 완성차 운반선 등 핵심 부문의 외형은 성장했다”며 “일시적인 감익 효과가 반영됐던 완성차 운반선 부문 역시 하반기에는 운임 전가, 환율 영향 완화로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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