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SK해운, 꺾이는 업황 속 매각 여부 주목···몸값, 해상 환경규제 등 각각 걸림돌 산적
화물 수요 적어 운임 상승 제한적···2분기도 실적 회복 불투명
현대글로비스 등 유력 인수 후보군 "매수 의사 없다" 밝혀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호황을 누리던 해운사들이 업황이 꺾이는 국면에 인수합병(M&A) 매물로 나와 쉽게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해운업계의 올해 2분기 실적 또한 급격히 악화할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HMM, SK해운 등 새 주인을 기다리는 업체들의 몸값이 너무 높아 이에 접근할 수 있는 국내 기업들이 많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는 지난달 10일 HMM 매각 자문 킥오프 회의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매각 절차에 착수했다. 정부기관(산업은행 20.7%, 해진공 20.0%, 신용보증기금 5.0%) 지분 45.7%가 매각 대상이다.
산은은 HMM이 '한창 좋을 때' 매각하기 위해 서두르고 있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통상 두 달가량 걸리는 컨설팅 기간도 기다릴 수 없다는 판단에서 매각 컨설팅 절차도 생략한 채 매물을 내놨지만 시장의 반응은 차갑다.
유력 인수자로 거론되던 현대글로비스, 포스코홀딩스, LX인터네셔널, 대한통운 모두 인수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 이 가운데 현대글로비스와 포스코홀딩스는 지난달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을 통해 인수 의사가 없음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인수 후보군으로 불리는 기업들 모두 변동성이 큰 해운업 업황과 HMM의 몸값 때문에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것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며 “매각 가격이 7조원 이상이라는데 이를 지불할 능력이 되는 기업도 드물다”고 했다.
‘꺾이는 업황’과 ‘몸값’은 HMM 매각의 걸림돌로 평가된다. 최근 국제해상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3주 만에 다시 1000 밑으로 떨어지면서 다시 내림세를 보였다. SCFI는 지난달 28일 기준 999.73으로 전주 대비 37.34포인트(3.6%) 내렸다. 5000선을 넘었던 지난해 1월과 비교하면 5배 이상 떨어졌다. 업계는 통상 SCFI 1000을 해운사들의 손익 분기점으로 평가한다.
업계는 업황 회복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최근 선사들이 일괄 운임 인상(GRI)에 나서는 등 운임 상승을 꾀했으나 화물 수요가 늘지 않아 운임 오름세로 이어지기는 힘들다는 분석이다.
호황기에 커진 몸값도 문제다. HMM의 주가는 코로나19 특수를 겪으면서 두 배 가량 껑충 뛰었다. 하지만 좋지 않은 업황에 실적이 나빠질 것으로 보이는 기업을 인수할 매수자 찾기가 힘든 상황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HMM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745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74.6%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SK해운을 매물로 내놓은 사모펀드 한앤컴퍼니도 비슷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관측된다. 한앤컴퍼니는 지난달 국내외 매각 주관사를 선정하고 알짜 사업인 탱커선 사업부를 인수할 후보군을 접촉 중이다. SK해운은 탱커선을 주로 취급하는데 탱커선 평균 운임은 정제마진 하락에 따라 약세가 이어지고 있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5월 첫째 주 탱커선 평균 운임은 지난주보다 23% 하락한 3만7531달러를 기록했다.
국제해사기구(IMO)의 해상 환경규제 강화에 따른 운송능력 저하 가능성도 SK해운의 매력을 낮추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SK해운이 보유한 선박들의 상당수가 노후화돼 IMO의 탄소배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다. IMO는 올해부터 탄소집약도지수(CII)를 시행하는데 탄소배출 기준에 따라 선박 등급을 A~E까지 부여하고 D·E등급 선박에 대해 운항 제한 조치를 내릴 수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SK해운의 보유 선박 52%가 2012년 이전에 건조된 노후 선박이며 이 중 16%가 D등급을, 15%가 E등급을 부여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현대글로비스, HMM 등 인수 후보군으로 꼽히는 기업들도 현재까지 매수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 한앤컴퍼니는 매각가로 2조원 이상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업황과 기업 가치를 고려했을 때 매각이 쉽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현대글로비스 관계자는 “HMM 인수 의사가 없는 것처럼 SK해운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라며 “모빌리티 운반 등 회사가 잘 하는 사업에만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 '빅딜' 앞둔 HMM, 업황 내리막에 OPEC+ 감산까지 '엎친 데 덮친 격'
- 해운 운임 하락 지속 위기···HMM 매각 영향은
- 조선 3사 ‘수익성’에 방점···中 리오프닝 따른 물동량 증가도 기대
- ‘정의선 지배구조 개편 핵심’ 현대글로비스···‘이차전지’로 기업가치 끌어올릴까
- 해운업 ‘혹한기’ 속 암울한 HMM·팬오션 실적 전망···반등 전략없나
- '최대 8조' 몸값에 현대차,포스코 등판설 나오는 HMM 인수전···SM그룹 완주 여부 주목
- 현대글로비스, 불황 모르는 車운반선으로 반등 노린다
- 해운사 머스크, 최소 1만명 구조조정···다시 가라앉는 컨테이너 업계
- “현대차그룹 계열사간 차별?”···‘성과급 논란’ 불거진 현대글로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