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차전지 핵심광물 원자재 트레이딩 신사업 준비···폐배터리 재활용까지 신사업 다각화
청정 암모니아·수소 생산·운송 서비스, 스마트물류솔루션 등 미래 먹거리 확보 나서
정의선, 지배구조 개편 위해선 현대글로비스 통해 핵심계열사 지분 늘려야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의 물류 계열사인 현대글로비스가 이차전지 관련 신사업을 추진하며 기업가치 높이기에 나섰다. 현대글로비스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지분율이 높아 향후 그룹 지배구조 개편에 핵심적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된다. 이에 현대글로비스가 추진하는 신사업 성패 여부에 따라 정 회장의 지배구조 개편 속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현대글로비스는 이차전지 원자재 트레이딩(무역)·투자 사업진출을 위한 준비 작업에 착수했다. 배터리를 싣고 나르는 것뿐만 아니라 배터리의 핵심광물인 리튬, 니켈, 코발트 등을 직접 구매하고 판매한다는 구상이다. 

현대글로비스는 최근 해당 신사업을 기획·개발할 인력 채용에도 나섰다. 이 사업을 통해 핵심광물 공급망을 확보, 현대차그룹 내 전기차 사업과 연계할 계획이다. 유지웅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배터리셀 JV(합작법인)를 늘리고 있는 현대차그룹은 원자재 확보가 시급한 상태”라며 “그룹 내에서 비철금속 트레이딩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현대글로비스의 역할이 주목받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진출도 예고하면서 이차전지 관련 신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을 위한 TF를 구성했다. 물류 역량을 갖춘 현대글로비스가 중심이 돼 사업을 전개 중이다. 

현대글로비스는 기존 업종인 물류 사업과 더불어 다양한 신사업을 통해 기업가치를 높이려는 모양새다. 특히 이차전지 관련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의 경우 가치를 높게 평가받는 경향이 있다. 이날 기준 유기증권시장에 상장된 항공화물운송과물류 분야 기업의 평균 PER(주가수익비율)은 6.5배지만 LG에너지솔루션, 포스코퓨처엠 등 이차전지 관련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들의 평균 PER는 30~60배 이상으로 평가된다. 

현대글로비스가 찾아 나선 미래 먹거리는 이차전지 관련 신사업 외에도 더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청정 암모니아·수소 전반에 걸친 생산·운송 서비스 사업을 추진 중이다. 지난 2021년에는 친환경 신사업 브랜드 ‘에코(ECOH)’를 내세우며 수소 유통과 인프라 운영 사업을 지속해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또 물류 자동화 솔루션 기업 알티올을 인수하는 등 스마트물류솔루션 사업도 시작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신임회장. / 사진=현대차그룹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 사진=현대차그룹

현대글로비스의 다양한 신사업을 벌이는 행보를 두고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변화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나온다. 현재 국내 10대그룹 가운데 현대차그룹만 유일하게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3달간 현대글로비스의 주가도 급등했다. 지난 3월 21일 종가 15만7300원이던 주가는 이날 종가 기준 약 20% 오른 18만8600원을 기록했다. 최근 KB증권이 발간한 보고서를 보면 “현대글로비스 주가 급등 배경에는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변화에 대한 일부 기대가 있다고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현대글로비스는 정 회장의 지분율(20%)이 가장 높은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 계열사다. 정 회장의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를 위해서는 현대차그룹의 순환출자구조(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 해소가 필수적이다. 정 회장은 순환출자구조 중심에 있는 현대모비스 지분을 확보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가장 많은 지분을 소유한 현대글로비스가 주요 역할을 할 수 있다. 

결국, 현대글로비스의 주가 부양 여부가 정 회장 경영권 승계 작업의 핵심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현대글로비스의 기업가치가 높아지면 정 회장은 주식을 팔아 현대모비스 주식을 직접 매입하거나 현대글로비스와 현대모비스 자회사 합병 등을 통해 지배구조를 공고히 할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글로비스가 신사업을 성공적으로 꾸려나가야 정 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에 속도가 붙을 수 있다”며 “이규복 현대글로비스 대표가 자사주 매입에 나선 것도 주가 부양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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