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명 "진정한 질적 성장을 이루는 엔솔 2.0의 시대를 만들어 가야"
올 3분기 누적 연구개발비 7303억원···경쟁사 삼성SDI(8364억원)에 못 미쳐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 ‘46 시리즈’ 양산 앞둬

LG에너지솔루션 오창 에너지플랜트 전경. /사진=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 오창 에너지플랜트 전경. / 사진=LG에너지솔루션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이 올해 연말 인사에서 새로 취임하면서 내년 LG에너지솔루션의 성장 전략은 ‘기술개발 중심의 내실 다지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선 중국 CATL 등 경쟁사 대비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이 낮다는 지적도 나왔으나, 내년부터는 ‘질적 성장’을 위한 R&D 투자 금액을 대폭 늘리는 등 기술 초격차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기 위해 외형 성장에 집중했던 국내 배터리업체들은 올 하반기 들어 공격적인 생산설비 투자를 멈추고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글로벌 전기차 수요 감소에 따라 전기차용 배터리 성장세도 주춤하면서 생산설비 투자 속도도 함께 조절에 들어간 것으로 풀이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2020년 제너럴모터스(GM)와의 합작법인을 시작으로 공격적 증설 행보를 이어왔다. 올해에만 북미에 87GWh 규모 생산설비 확충 계획을 발표한 LG에너지솔루션도 변화의 흐름에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 2년간 회사를 이끌어온 권영수 부회장이 물러난 자리에 선임된 김동명 사장은 권 부회장과 또 다른 경영 전략을 펼칠 방침이다. 

김 사장은 취임과 동시에 빠른 증설을 통해 점유율을 확대한 권 부회장과는 달리 기술력 강화에 초점을 맞춘 ‘질적 성장’을 꾀한다는 메시지를 내놨다. 그는 취임사에서 “지난 3년이 양적 성장과 사업의 기반을 다진 엔솔 1.0의 시대”라며 “이제는 압도적 경쟁 우위를 확보해 진정한 질적 성장을 이루는 엔솔 2.0의 시대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했다. 

김 사장은 ▲초격차 제품·품질 기술력 ▲구조적인 원가 경쟁력 확보 ▲압도적인 고객 충성도 확보 ▲미래기술과 사업모델 혁신 선도 등 구체적인 방안도 함께 제시했다. 압도적인 기술력과 원가 경쟁력을 갖춰 경쟁사와 초격차를 유지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초격차 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해선 대규모 연구개발(R&D) 투자가 필수적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매 분기 최대 매출을 경신하며 성공적인 양적 성장을 이뤄왔다는 평가를 받지만, 그만큼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을 높이지 못했다는 아쉬움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LG에너지솔루션의 올 3분기 누적 연구개발비는 7303억원이다.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2.8%로 집계됐다. 국내 배터리업계 경쟁사인 삼성SDI(8364억원, 4.9%)와 비교해도 낮은 수치다.

세계 무대와 비교하면 더 초라하다.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1위 업체인 중국 CATL은 매년 연구개발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한 결과 올 3분기 누적 연구개발비로 2조6700억원을 지출했다. LG에너지솔루션보다 연구개발비에 3배 이상 투자하는 셈이다.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도 5%가 넘는다. 이 회사의 연구인력은 올 상반기 기준 1만8000여명으로 LG에너지솔루션 전체 임직원수(1만2048명)을 뛰어넘는다.

다만 배터리 업황 둔화에도 불구하고 초격차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LG에너지솔루션 연구개발 투자 규모 기조는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리튬인산철(LFP) 등 저가 배터리부터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까지 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제품 다각화를 추진하기 위해서다.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인 ‘46 시리즈’ 개발도 가속화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완공되는 오창 에너지 플랜트를 통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46시리즈 양산에 돌입한다. 오는 2025년 양산이 목표인 미국 애리조나 공장서도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가 생산된다. 앞서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10월 애리조나 공장에서 생산하는 제품을 기존 ‘2170’에서 46시리즈로 변경한다고 밝힌 바 있다.

리튬메탈 배터리 등 다양한 차세대 배터리 개발도 한창이다. 지난 7일 LG에너지솔루션과 KAIST 공동 연구팀은 리튬메탈 배터리 원천기술 개발 소식을 알렸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회사 자체 개발을 비롯해 산학 공동연구 등 차세대 배터리와 관련해 다방면으로 연구개발을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업계에선 새 사령탑이 등장한 만큼 조만간 ‘질적 성장’을 위한 연구개발 조직개편, 연구인력 확충 등 변화가 뒤따를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박철완 서정대 스마트자동차학과 교수는 “앞으로 기술 경영을 어떻게 추진하냐에 따라 배터리업계 내 희비가 갈릴 것”이라며 “내년 1분기에는 추가 인력 확충 등 질적 성장을 어떻게 이뤄낼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이 제시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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