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L, 지난해 순이익 425억~455억위안 달성 전망···전년 대비 최대 48% 증가
4분기 수익성 '역성장'한 국내 업계와 대비
광물 소싱 능력 확보·해외 활로 개척·기술력 강화로 K배터리와 격차 줄여

중국 CATL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출처=연합뉴스
중국 CATL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출처=연합뉴스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중국 최대 배터리 업체인 CATL이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최대 48% 늘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전기차 시장 성장 둔화로 전년 대비 지난해 4분기 ‘역성장’한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등 한국 업체들과 달리 CATL은 폭발적인 성장을 이뤄내며 격차를 더욱 벌리는 모양새다. 

중국 CATL 이사회는 31일 선진증권거래소에 ‘2023년 연간 실적 전망’을 공시했다. 해당 공시에 따르면 CATL은 지난해 순이익으로 425억~455억위안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 돈으로 약 7조8700억~8조4200억원에 이른다. 이는 전년 대비 최소 38%에서 최대 48% 증가한 수치다. CATL 측은 “향후 2023년 연간보고서를 통해 구체적인 재무정보를 공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기차 시장이 ‘캐즘’(일시적 침체기) 시대에 접어들며 배터리 제조사인 CATL의 지난해 4분기 수익성이 악화할 것이란 일각의 예상도 빗겨나갔다. 지난해 3분기까지 CATL이 순이익으로 311억4500만위안을 달성한 점을 고려하면, 4분기에만 114억위안의 순이익을 낸 것으로 분석된다. 오히려 3분기(104억3000만위안)보다 영업이익이 늘었다. 

반면 국내 1등 업체인 LG에너지솔루션을 비롯해 삼성SDI는 지난해 4분기 시장 기대치를 크게 밑도는 성적을 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영업이익 3382억원을 달성해 시장 기대치(6000억원)에 한참 못 미쳤다. 삼성SDI는 영업이익으로 전년 대비 36.5% 감소한 3118억원을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에서 단기적으로 성장세 둔화가 나타나며 업황이 바닥을 찍었다”며 “배터리 광물 가격이 급락한 원인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 12일(현지 시각) 블룸버그와 로이터 등은 소식통을 인용해 포드가 CATL과 협력해 미시간주 마셜 지역에 LFP 배터리 공장을 세울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지난해 블룸버그와 로이터 등은 소식통을 인용해 포드가 CATL과 협력해 미시간주 마셜 지역에 LFP 배터리 공장을 세울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질주를 멈춘 국내 배터리 업계와 달리 중국 배터리 업체가 매출 확대는 물론 수익성 측면에서도 크게 선방한 이유는 무엇일까. CATL 측은 공시를 통해 ‘해외 시장 확장 가속화’ ‘협력사 다각화’ 등을 이유로 꼽았다. 과거 내수 시장을 중심으로 성장했던 CATL은 지난해부터 해외 시장 공략을 본격화했다. 

CATL은 내수 시장보다 비중국 시장에서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CATL은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시장 배터리 사용량 순위에서 2위(27.7%)를 기록했다. 배터리 사용량은 전년 대비 86.5% 성장률을 보이며 79.4GWh를 기록했다. 1위 LG에너지솔루션(79.5GWh)과 격차는 0.1GWh에 불과하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발효 등 서구의 중국 배터리 굴기를 저지하려는 움직임에도 중국 업체들은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시장을 개척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값싼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확보하기 위해 완성차 업체가 중국 배터리사들과 손잡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CATL은 지난해 포드에 기술을 이전해 미국 내 배터리 공장을 짓는 방식으로 IRA의 빈틈을 파고들었다. 최근에는 중국 이브에너지가 기술 파트너로 참여, 독일 다임러의 합작법인 지분을 보유하기로 했다. 해당 합작법인은 미국 미시시피주에 LFP 생산공장을 건설한다.

원자재 수급 능력도 국내 업체에 비해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평이다. CATL은 호주, 칠레 등 리튬 매장량이 많은 해외 광산 지분을 투자하는 방식으로 공급망을 확보해왔다. 이를 통해 핵심 광물부터 배터리까지 수직계열화를 구축, 가격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박철완 서정대 스마트자동차학과 교수는 “CATL은 지난해부터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에 제품 가격을 대폭 깎아주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면서 “저렴한 가격에 광물을 조달할 수 있다는 점도 수익성을 확보하는 데 유효하게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유럽 내 삼원계 배터리 시장 점유율.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유럽 내 삼원계 배터리 시장 점유율.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중국은 저가 배터리 시장 강자’라는 시장의 인식도 깨지고 있다. 국내 배터리 업체가 장악하고 있던 프리미엄 배터리 시장도 중국 업체들이 속속들이 진출하는 모양새다. 최근 포르쉐는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마칸 일렉트릭에 CATL의 하이니켈 배터리인 ‘NCM811’이 탑재된다고 밝혔다. 

지난해 1~7월 기준 유럽 전기차 배터리 시장 내 하이니켈 배터리 분야서 중국 점유율은 45%에 이른다. CATL이 유럽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판매하는 삼원계 배터리도 포르쉐 마칸에 탑재되는 하이니켈 배터리 ‘NCM 811’이다. CATL의 NCM 판매량은 전체 삼원계 배터리 판매량 중 57% 비중을 차지한다. 반면 국내 3사의 유럽 내 삼원계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지속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다. 

박 교수는 “CATL이 품질과 기술력 격차를 좁히며 국내 배터리업계가 자신하는 프리미엄 시장을 밀고 들어갔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증가했다는 것은 실적의 양과 질이 모두 개선됐다고 풀이할 수 있다”면서 “CATL이 가격 경쟁력과 기술력 등 모든 측면에서 장점을 갖추면서 국내 배터리 업계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리는 질적 성장을 가속화해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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