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이차전지 수출액 98억3000만달러···전년比 1.6% 감소
전기차 수요 둔화·해외 생산거점 증가 등 원인

LG에너지솔루션 오창 에너지플랜트 전경. / 사진=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 오창 에너지플랜트 전경. / 사진=LG에너지솔루션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국내 배터리 산업이 역성장을 기록하며 연간 ‘100억달러’ 수출액 달성에 실패했다.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이 배터리 생산거점을 유럽과 미국 등으로 옮긴 이유도 있지만, 전기차 수요 둔화에 따른 배터리 판매가 감소가 수출액 감소에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4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이차전지 수출액은 98억3000만달러로 전년보다 1.6% 감소했다. 연간 이차전지 수출액이 전년 대비 감소한 것은 지난 2015년 이후 처음이다.

이차전지 수출은 지난 2017년 50억달러를 돌파한 뒤 지난 2022년 99억8000만달러를 기록하며 5년 동안 2배 가까운 성장세를 보였다. 하지만 지난해 수출 감소로 ‘수출액 100억달러 달성’을 목전에 두고 국내 배터리 산업의 성장세가 꺾인 모양새다. 

올해 들어선 이차전지 수출 부진이 더욱 악화하고 있다. 1월 이차전지 수출은 5억9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26.2%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분류하는 15대 주력 수출품 중 반도체를 비롯한 13개 품목이 일제히 상승하며 전반적 수출 회복세가 뚜렷했지만, 무선통신 기기(-14.2%)와 이차전지만 수출이 감소했다.

반면 이차전지 수입은 크게 증가했다. 지난해 이차전지 수입액은 1년 전에 비해 48.7% 큰 폭으로 늘어난 84억6610만 달러로 나타났다. 

이에 이차전지 무역수지 흑자도 크게 줄었다. 지난 2019년 58억3000만달러로 정점에 달한 이차전지 무역수지 흑자는 지난해 9억달러로 줄었다. 업계는 중국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수요가 커지면서 중국산 배터리 수입 역시 증가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차전지 수출이 한국의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작아졌다. 이차전지 수출 비중은 지난해 1.6%로 가전(1.3%)보다 높았지만, 지난 1월에는 1.1%로 떨어져 가전(1.2%)보다도 낮아졌다.

SK온 미국 조지아주  1공장 모습. / 사진=SK
SK온 미국 조지아주 1공장 모습. / 사진=SK

8년 만에 이차전지 수출 성장세가 꺾인 데에는 전기차 수요 둔화라는 경기 요인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기차 판매 둔화는 배터리 업계 수익성과 직결된다. 국내 1위 배터리 업체인 LG에너지솔루션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3382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53.7% 급감했다.

올해도 전기차 수요 둔화 여파가 배터리 업계에 직격탄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달 26일 열린 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전기차 수요는 연간 성장률이 30%를 넘었던 과거보다는 일시적으로 둔화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국내 배터리 3사를 중심으로 해외 생산거점을 본격 가동한 요인도 수출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대응을 위해 북미 생산기지 설립을 가속하고 있다. 해외 공장에서 생산된 물량이 현지 고객사에 공급되면서 국내 수출 물량이 감소했다는 설명이다.

중국 업체들과 경쟁 격화도 수출에 영향을 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내수 시장을 중심으로 성장해오던 중국이 저렴한 배터리를 무기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면서 K배터리 성장세가 주춤했다”고 말했다.

실제 중국화학 및 물리전원업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배터리 수출금액은 708억달러에 달한다. 중국 배터리 수출금액은 2018년 164억달러에서 2023년 708억달러로 4배 넘게 늘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 CATL은 점유율 37.4%로 1위를 차지했다. 중국 업체 6곳이 글로벌 10위권에 진입했다. 중국 업체의 합계 점유율은 63.7%로 국내 배터리 3사의 합계 점유율 23.1%을 크게 따돌렸다.

산업부는 장기적으로 전기차 시장이 지속 확대될 것으로 보고 이차전지 수출을 끌어올리기 위한 정책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원스톱 수출, 수출지원단을 통해 업계의 애로사항을 살피고 급변하는 통상 환경에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또 올 한 해 동안 이차전지 분야에 5조9000억원의 정책금융을 공급, 수출 경쟁력 강화를 지원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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