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3사 작년 영업익 3.6兆, CAPEX는 20兆↑
1000조원 넘어선 수주잔고···“설비투자, 예정대로 집행”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가 전방산업인 전기차 시장의 수요악화 등에도 설비투자(CAPEX) 규모를 지난해 수준으로 유지할 방침이다. 고부가가치 생산은 물론 생산설비 확충으로 다시 찾아올 시장 회복 시기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3사의 CAPEX는 20조원을 넘어섰다. LG에너지솔루션은 11조원, SK온 7조원, 삼성SDI는 3조원 등을 투자했다. 이들 기업의 같은해 영업이익은 LG 2조5292억원, 삼성 1조6334억원, SK온은 -5164억원(증권가 예상치) 등으로 합산하면 3조6462억원이다. 설비투자에 연간 영업이익의 약 6배가 투입된 셈이다.
글로벌 전기차 수요 감소 및 경기침체 등의 여파로 업황이 좋지 않은 시기에도 CAPEX 규모는 위축되지 않았다.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2024년 경제산업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이차전시 산업의 수출 증감률은 전년 대비 4.9% 줄었다. 상반기까지는 6.4%의 증가세를 보였지만 하반기 들어 15.2% 줄어서다.
이로 인해 국내 대표 배터리 기업인 LG에너지솔루션의 영업이익은 ‘반토막’이 났다. 올해 도 실적 반등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신대현 키움증권 연구원은 “유럽 전기차 성장세가 주춤한 동시에 리튬 및 메탈 등 원재료 가격의 약세로 배터리 판가도 낮아져 수익성 개선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단, 불안한 시장 상황에서도 배터리 3사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CAPEX에 나설 방침이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최근 전기차 시장에 수요 조정기가 찾아왔지만 중장기 설비투자 계획에는 변함이 없다”며 “시장과 고객사 상황을 예의주시해 투자 속도는 조절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설비투자를 앞으로 운영될 신규 생산 거점을 중심으로 집행할 계획이다. 아울러 유연하고 효율적으로 집행해 작년 수준으로 운영할 예정이라고 알렸다.
삼성SDI 역시 전기차 시장의 성장 회복을 관측해 CAPEX를 계획대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삼성SDI는 “2025년 이후 본격화될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에 대응하기 위해 신규 거점 설비 증설을 차질 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SK온도 경쟁사와 비슷한 입장이다.
배터리 3사가 수조원 규모의 CAPEX를 지속할 수 있는 배경은 1000조원 규모의 수주잔고 덕분이다. 지난해 기준 누적 수주액은 ▲LG 470조원 ▲SK온 290조원 ▲삼성SDI 260조원 등이다.
추가 계약 물량이 없어도 2030년까지 생산라인을 가동할 수 있는 수주잔고다. 6~7년치 일감을 이미 확보한 셈이다. 이를 통해 원재료 가격 변동으로 인한 판가 하락 등의 리스크에도 설비투자를 예정대로 진행할 수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따른 세액공제 혜택이 본격화되면서 현지 생산거점을 더욱 확대해야할 시점”이라며 “CAPEX를 계획대로 집행해 전기차 시장 회복시기에 공급량이 부족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할 방침”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