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 재고자산, 반년새 9.6% 증가···쌓여가는 창고 물량
中 리오프닝 효과 미미, 가동률 조정하며 재고 줄이기 안간힘

롯데케미칼 여수 공장 전경. /사진=롯데
롯데케미칼 여수 공장 전경. / 사진=롯데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글로벌 경기침체 및 중국발 물량 공급과잉에 국내 석유화학업계가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롯데케미칼과 금호석유화학은 경쟁사인 LG화학 석유화학부문이나 한화솔루션 케미칼 부문보다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급변하는 시장의 예측에 실패해 재고자산이 늘어나면서 관리·유지비라는 추가 부담까지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재고자산은 한 기업이 구매한 원재료 및 판매를 위해 생산한 제품 등의 가치다. 판매를 모적으로 보유 중인 상품과 제품, 원자재, 부재료 등이 해당한다.

미래 시장 변화를 예측해 재고자산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것은 기업 경영의 기초 덕목 중 하나다. 수요가 공급을 넘어서 판매량이 많아지면 재고가 빠르게 소진돼 실적향상에 큰 도움이 된다.

그러나 재고가 적정 보유량을 넘어선다면 판매가 부진하거나 구입한 원·부재료와 생산에 쓰이는 자재에 균형이 맞지 않아 재고평가손실까지 발생한다. 그만큼 현장 및 시장 상황을 파악해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수요를 예상해, 원자재 구입이나 제품 생산량을 조절해야 예기치 못한 손실을 줄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재고자산이 늘어나 창고에 물량이 쌓이면 예상하지 못한 관리·유지비까지 부담해야 한다”며 “안정적으로 영업이익을 실현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추가 비용이 발생해 재무 상태에도 악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LG화학과 한화솔루션은 어려운 대내외 환경에서도 우수한 예측력으로 재고자산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글로벌 시장 수요가 개선되지 않을 것이란 관측에 기반해, 원자재 구입량을 줄이고 제품 생산량을 조절해서다.

LG화학 석유화학 부문의 지난해말 기준 재고자산은 2조5779억원이었는데, 올해 상반기말에는 2조2596억원으로 12.3%가 줄었다. 한화솔루션 케미칼 부문도 비슷하다. 같은 기간 7567억원에서 7307억원으로 3.4%가 감소했다.

반면 롯데케미칼과 금호석유화학은 재고자산이 늘어난 모양새다. 롯데케미칼의 재고자산은 지난해말 2조5487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2조7925억원으로 9.6%(2438억원) 증가했다. 금호석유화학은 8265억원에서 8405억원으로 1.7%(140억원) 늘었다.

원재료 등을 포함한 재고자산 뿐만 아니라, 오로지 ‘판매 목적’으로 올해 상반기에 생산한 제품의 재고 현황은 더욱 심각하다. 롯데케미칼의 상반기 제품 재고자산은 8348억원으로 지난해말(1330억원) 대비 19.0% 증가했다. 금호석유화학은 277억원(6.0%) 늘었다.

시장에선 두 기업이 감산을 통한 생산량 조절로 재고자산을 하루 빨리 줄이지 않으면 유동성에 큰 문제가 나타날 것으로 관측한다. 아울러 시장 회복 시기를 예측할 수 없어 재고 소진 및 불황 탈출이 ‘가시밭길’이 될 것으로 본다.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리오프닝에 대한 기대 효과로 제품 생산량을 크게 늘렸지만 수요 회복 효과가 크지 않아 재고자산이 많아졌다“며 ”중국 석화기업 역시 재고 보유량이 상당해 롯데케미칼 등 국내 기업 제품을 구매하는 데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롯데케미칼과 금호석유화학은 대내외 수요 악화에 현재 제품 재고를 빠르게 판매하는 것이 어려운 만큼, 시장 상황 모니터링을 더욱 강화할 예정이다. 또한 감산 등의 제품 생산량 조절로 상반기보다 공장 가동률을 더욱 낮추겠다는 방침이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