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에 역전 당한 석유화학 매출 기여도
‘3대 신사업’ 전지·친환경·신약에 집중···연간 투자 비중 80%↑

LG화학 전남 여수 NCC 2공장. /사진=LG
LG화학 전남 여수 NCC 2공장. / 사진=LG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LG화학이 선통 사업부문인 석유화학 분야에 대한 매각 및 정리 작업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글로벌 경기침체에 석유화학제품에 대한 수요가 크게 줄면서, 더 이상 예전 수준의 수익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란 판단에 관련 사업을 빠르게 정리하는 것이다.

19일 LG화학에 따르면 올해 들어 비주력 사업을 정리하고 신사업 투자를 확대하는 등 포트폴리오 개선을 통한 체질개선에 집중하고 있다. 석유화학 중심의 사업구조에서 벗어나 신사업으로 중장기 성장성을 확보한다는 목표에서다.

이를 위해 충남 대산공장에 위치한 스티렌모노머(SM) 공장을 철거했다. SM은 스티로폼의 핵심 원료로 고부가합성수지(ABS) 등의 제조에 필요한 범용성 원자재다. 중국이 SM을 대량 생산하면서 시장에 공급과잉이 나타나 이익을 얻기 힘든 구조가 계속되면서 생산을 중단했다.

아울러 전남 여수 나프타분해시설(NCC) 2공장의 매각도 추진 중이다. LG화학 관계자는 “석유화학 사업의 경쟁력 및 사업가치 제고를 위해 여수 2공장 매각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단, 구체적인 계획이 결정되지는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여수 2공장은 ‘석유화학의 쌀’로 꼽히는 에틸렌만 연 80만톤(t)을 생산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며, 2021년 지어졌다. 하지만 현재는 가동을 중단했다. 올해 4월 실시한 정기보수부터 지금까지 생산라인이 ‘개점휴업’인 상태다.

NCC에서 생산되는 에틸렌은 플라스틱·비닐·합성고무·건축자재 등의 기초 원료 물질이다. 업계의 수익성 지표인 에틸렌 스프레드(에틸렌과 나프타의 가격 차이)의 손익분기점은 300달러다. 그러나 오랜 기간 200달러대를 벗어나지 못하며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큰 이익을 얻지 못하면서 매출 기여도도 낮아졌다. LG화학의 2021년 석유화학 매출 비중은 전체의 47.3%, 배터리(LG에너지솔루션)는 41.8%였는데, 지난해부터 역전됐다. 지난해 매출 비중은 석유화학 40.8%, 배터리 49.3%엿다. 올해 상반기에는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 석유화학과 배터리 비율은 각각 30.4%, 60.3%다.

LG화학은 석유화학에 대한 수요감소 및 경기침체는 일시적 현상이 아닌 산업구조 변화에 따른 것이라고 판단했다. 향후 관련 사업 비중을 빠르게 줄이는 동시에 전지 소재 및 친환경 소재, 신약 제조 등 3대 신사업 추진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김호섭 한국신용평가 연구위원은 “LG화학은 국내 석유화학 기업 중 배터리 사업 등을 기반으로 한 사업다각화 수준이 가장 우수한 곳”이라며 “연간 설비 투자금 5조원 중 3대 신사업에 배정된 금액이 대부분인 만큼, 해당 부문에서 높은 수익성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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