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산유국 원유 감산 조치 연장에 치솟는 유가
정제마진↑·에틸렌 스프레드↓···유가에 엇갈린 정유·석화 수익지표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국제유가가 주요 산유국의 원유 감산 조치 연장에 연중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고공행진 중이다. 최근 3개월 동안 약 20% 오르며 100달러 돌파가 코앞이다. 이 과정에서 국내 정유업계는 수익지표인 정제마진의 동반 상승으로 ‘미소’를 짓고 있지만, 석유화학업계는 원재료의 가격 급등으로 ‘울상’인 모양새다.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거래 중인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7일(현지시간) 기준 배럴당 86.87달러다. 올해 최고치이자 지난해 11월 15일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3개월 전인 올해 6월 8일(71.29달러) 대비 21.9% 올랐다.
같은날 영국 런던 선물거래소의 북해산 브렌트유는 89.92달러다. 전날인 6일 90.60달러를 기록해 올해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랐지만 최근 기름값이 지나치게 올랐다는 인식이 많아지며 0.68달러 하락했다. 브렌트유 역시 3개월간 20.2% 상승했다.
유가 급등의 원인은 공급축소 때문이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요 산유국은 본격적인 감산 조치에 나서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일평균 산유량을 1000만 배럴에서 900만 배럴로 줄였다. 최근 이 조치를 10월까지 연장하겠다고 발표하며 국제유가가 출렁이는 주요 배경이 됐다.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감산 연장 조치로 국제유가가 계속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의 공격적 감산조치를 풀지 않을 경우 100달러 선을 넘을 것으로 봤다.
유가급등으로 원유를 원료로 활용하는 정유 및 석유화학업계에는 상반된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정유업계의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은 유가와 함께 빠르게 오르는 중이다. 올해 8월 평균 정제마진은 12.7달러로 손익분기점인 4~5달러의 2배를 넘어섰다. 월병 평균 정제마진이 10달러를 넘은 것은 올해 1월 이후 처음이다.
정제마진 상승에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 GS칼텍스, HD현대오일뱅크 등은 하반기 들어 실적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유가와 정제마진이 언제 어떠한 변수에 의해 변화할지 알 수 없다”며 “하지만 현재 상황에선 실적 개선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반면 최악의 부진을 겪고 있는 석유화학업계는 유가상승으로 인한 원료비 부담 증가라는 악재까지 만났다. 석유화학기업 원가의 약 70%를 차지하는 나프타 가격은 올해 2분기 배럴당 50달러대까지 내렸다가 이달 들어 70달러를 넘어섰다.
석유화학기업은 원유에서 정제한 나프타로 에틸렌을 생산하는데, 원유값이 오르면 나프타 가격도 상승해 원가부담이 커지는 구조다. 이로 인해 8월 마지막주 에틸렌 스프레드(에틸렌에서 나프타 가격을 뺀 것) 톤(t)당 170달러 안팎을 기록 중이다.
일반적으로 300달러를 손익분기점으로 보는데, 현재 상황에서 에틸렌 생산 자체가 손해인 셈이다. 더욱이 유가 상승세가 계속될 전망이 지배적인 상황이어서, 석유화학업계의 수익성 개선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관측된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국제유가 상승시기에 수익성이 크게 악화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올해 상반기처럼 생산량 감축 등으로 시장 수요가 반등할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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