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장기화·中 물량공세 여파···수익성 악화 사업 매각
롯데케미칼, 6분기 만에 흑자전환 하나···SKC·효성화학도 적자 규모 축소 전망
한계사업 매각 자금, 신사업·고부가 소재 생산설비에 투자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석유화학업계 영업이익 추이.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올해 석유화학업계가 수익성이 떨어진 기존 사업을 매각하는 등 뼈를 깎는 자구 노력을 펼친 결과 3분기부터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LG화학을 비롯해 롯데케미칼, SKC 등은 한계사업 매각을 통해 마련한 자금을 신사업에 투자하고 있어 향후 수익성 개선 폭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13일 시장 및 업계에 따르면 LG화학, 롯데케미칼, SKC, 효성화학 등 국내 석유화학 업계는 지난 분기 대비 3분기 수익성이 다소 개선될 것으로 추정됐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LG화학의 3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 컨센서스(추정치)로 각각 14조5770억원, 7961억원을 제시했다. 지난 2분기에 비해 매출은 0.24%(355억원) 상승에 그치지만 영업이익은 57.7%(2915억)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5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인 롯데케미칼은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됐다.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의 올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194억원이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2분기부터 적자를 면치 못하면서 작년에만 762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외에도 SKC, 효성화학 등 적자를 면치 못했던 석유화학 업체 다수가 3분기부터 수익성이 개선될 전망이다. SKC는 지난 분기 영업손실 369억원에서 올 3분기 90억원으로, 효성화학은 1033억원에서 21억원으로 각각 적자 규모가 줄어들 것으로 추정됐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에틸렌 스프레드(에틸렌-나프타 가격차이)가 손익분기점 절반 수준에서 머물고 있고 중국 업체 증설 영향으로 공장을 돌릴수록 손해가 나는 구조”라면서 “사업 매각 등 체질개선을 통해 적자 폭이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SKC 투자사 SK넥실리스의 정읍 공장 전경 / 사진=SKC
SKC 투자사 SK넥실리스의 정읍 공장 전경 / 사진=SKC

이들 업체는 그간 한계사업 정리를 통해 포트폴리오 재편을 추진해왔다. 석유화학 불황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올해 들어 수익성이 낮은 사업에 대한 구조조정 움직임이 더욱 두드러졌다. 특히 중국 업체들이 범용 제품을 생산하는 기초 석유화학 사업에 투자를 늘리면서 해당 사업에 대한 매각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달 중국 현지 공장인 롯데케미칼자싱의 지분을 현지 파트너사에 전량 매각하면서 중국에서 범용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을 모두 팔아치웠다. 지난 6월 롯데삼강케미칼 지분을 정리한 데 이은 추가 구조조정이다. 중국 업체의 공격적 증설에 따라 제품 가격이 내려가면서 롯데케미칼 중국 공장은 수년째 손실을 기록해왔다.

LG화학은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비화학부문 매출 비중을 약 60%까지 높였다. 지난 8월 IT(정보기술)사업부 내 디스플레이용 필름 공장을, 9월에는 편광판 및 편광판 소재사업을 중국 기업에 팔았다. 올 초 철거한 충남 서산 대산공장 내 스티렌모노머(SM) 공장 부지에는 바이오 원료인 수소화 식물화 오일(HVO) 생산 공장을 짓기로 했다.

필름 등 화학을 주력 사업으로 영위해온 SKC는 사업 구조를 완전히 바꿨다. 이차전지·반도체·친환경 등 3대 성장축을 설정하고 지난해 회사의 모태였던 필름 사업을 매각했다. 지난달 SKC는 자회사 SK엔펄스의 반도체 전공정 기초소재사업을 중국 기업에 처분한 데 이어 지난 12일에는 SK피유코어 지분 100%를 글렌우드PE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효성화학은 지난달 25일 나일론 필름을 생산하는 대전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공장 매각을 통해 확보한 자금은 신사업 및 고부가 제품 생산시설 투자에 쓰인다. 새로운 성장 동력을 키워나가는 한편 범용 석유화학 제품 생산을 줄이고 중국이 만들 수 없는 친환경 제품을 수출하는 방향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것이다. 

LG화학은 이차전지와 친환경 소재를, 롯데케미칼은 이차전지, 수소, 친환경 사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삼을 계획이다. SKC는 이차전지와 친환경 소재와 더불어 반도체 소재 사업도 확대하기로 했다. 최근 SKC는 글로벌 반도체 테스트 솔루션 기업인 ISC를 인수했다. 이 회사를 반도체 소재사업의 핵심축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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