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기임원 선임, 이사회 합류로 권한 강화되지만 민·형사상 책임도 져야
신유열·이선호, 경영능력 입증 시간 아직 부족···사내이사→대표이사 코스는 ‘아직’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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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재계의 지난해 임원인사의 특징은 오너 3·4세로 분류되는 신세대 3040세대의 약진이다. 김동관 한화 부회장을 중심으로 다수의 젊은 총수 일가가 주요 요직을 꿰찼다. 이들 중 일부는 사내이사로 등재되면서 책임경영의 첫 발을 내딛었다. 이를 통해 올해 3월 정기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다른 신세대 오너들도 기업경영을 책임지는 위치인 등기임원에 선임될지 이목이 집중된다.

구자열 LS 이사회 의장의 장남인 구동휘 LS일렉트릭 비전경영총괄 부사장(41)은 최근 사내이사로 내정됐다. LS일렉트릭은 최근 이사회를 열고 구동휘 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하는 안견을 결의했다. 다음달 28일 열리는 주주총회에 이 안건을 상정해 구 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구 부사장은 LS일렉트릭 경영전략실과 중국 산업자동화 사업부 등에서 근무했다. 2021년 LS그룹의 핵심 계열사로 꼽히는 E1에서 COO(최고운영책임자)를 맡기도 했다. 이후 올해 1월 1일자로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LS일렉트릭으로 이동했다. 그가 사내이사로 내정되면서 시장에선 구자은 LS 회장의 바통을 이을 다음 인물로 구 부사장이 유력할 것으로 본다.

구 부사장 외에도 신세대 오너 일가 중 사내이사로 등재된 대표적인 인물들은 김동관 한화 부회장(41)과 정기선 HD현대 사장(40) 등이 있다. 김동관 부회장은 현재 ㈜한화와 한화솔루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에서 사내이사를 맡고 있다. 정기선 사장은 HD현대와 한국조선해양의 사내이사다.

사내이사 등 등기임원은 이사회에 참여해 기업의 주요 경영사안을 결정하는 권한을 갖는다. 비등기 임원은 이사회의 구성원이 아니어서 경영과 관련된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없다.

권한 강화와 함께 이에 따른 책임도 무겁다. 상법 399조에는 ‘이사가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 또는 정관에 위반한 행위를 하거나 그 임무를 게을리한 경우 그 이사는 회사에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명시돼 있다. 즉, 기업 운영과 관련해 잘못을 저지를 경우 민·형사상 책임을 진다는 얘기다. 비등기 임원은 법적 책임을 지지 않지만 사내이사 등 등기임원은 다르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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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대 오너들이 속속 사내이사진에 합류해 책임경영에 나서면서, 다른 기업집단의 후계자들도 등기임원으로 등재될지 관심이 쏠린다. 특히 최근 인사에서 핵심 계열사에 배치된 신유열 롯데케미칼 상무(37)와 이선호 CJ제일제당 경영리더·실장(33) 등이 주목을 받는다.

신유열 상무는 일본 노무라증권에서 근무한 후 2020년 일본 ㈜롯데 유통기획부 리테일 담당 부장으로 입사했다. 이후 지난해 5월 롯데케미칼 일본지사에서 상무보로 승진해 임원진에 합류했고, 연말 인사에선 상무로 승진했다. 부장부터 상무까지 2년이 채 걸리지 않은 ‘초고속 승진’이어서, 사내이사진에도 합류할 가능성이 있다.

롯데케미칼의 현재 사내이사는 신동빈 회장과 김교현 대표, 황진구 대표, 이영준 대표 등 4인이다. 이 중 이영준 대표를 제외한 3인의 임기가 올해 3월 만료돼, 신 상무가 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CJ제일제당의 사내이사는 손경식 회장과 최은석 대표, 김소영 AHN사업본부장 등 3인이다. 이 중 최은석 대표의 임기가 올해 만료된다.

단, 재계는 신유열 상무와 이선호 실장이 각 기업에서 근무한 시간과 경영수업 기간 등이 짧아 사내이사진에 합류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고 본다.

한 재계 관계자는 “사내이사로 등재된다는 것은 기업의 운명을 책임진다는 의미”라며 “숫자 등 실적으로 경영능력을 증명한 후 사내이사를 거쳐 대표이사가 되는 것이 후계자 코스의 정석이다. 신유열 상무와 이선호 실장의 경우 아직 뚜렷한 성과가 없어 올해 사내이사 등재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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