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 정기인사서 이선호 식품성장추진실장으로 승진
올해도 CJ제일제당, K-식품 글로벌 확대 추진 계획
올리브영 IPO는 시장 상황 보며 재추진 결정할 듯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CJ그룹이 이재현 회장의 장남인 이선호씨를 식품성장추진실장으로 승진시키며 오너 3세 경영을 전면 내세웠다. 그룹의 신사업을 총괄하고 CJ제일제당의 핵심인 비비고를 앞세워 해외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것이 이 실장의 핵심 과제다. CJ그룹은 이 실장의 존재감을 드러내면서 3세 승계를 염두에 둔 것으로 분석된다.

1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선호 CJ제일제당 경영리더는 올해 CJ그룹 임원 인사 및 조직개편에서 회사 식품성장추진실장으로 보직을 변경했다. 식품성장추진실장이 전략기획1담당과 2담당 조직을 총괄한다는 점에서 사실상 이 실장이 승진한 셈이다.

CJ그룹, CJ제일제당 지분구조 및 실적. / 자료=CJ, CJ제일제당, 표=김은실 디자이너
CJ그룹, CJ제일제당 지분구조 및 실적. / 자료=CJ, CJ제일제당, 표=김은실 디자이너

이 실장은 1990년생으로 미국 컬럼비아대 금융경제학과를 졸업하고 2013년 CJ그룹 공채로 CJ제일제당 신입사원으로 입사했다. 이 실장은 2017년 부장으로 승진해 바이오사업팀과 식품전략기획팀, 글로벌비즈니스를 담당해왔다.

식품성장추진실장은 CJ제일제당의 대표 브랜드인 비비고 등을 미국을 비롯해 유럽, 아태지역 등 글로벌 식품사업 확대를 위한 전략을 수립하고 신사업 투자, 인수합병(M&A) 등을 담당하는 보직으로 알려져있다. CJ제일제당이 미국, 유럽 등 해외에서 사업을 전개하고 있고 대체육, 건강식품, 바이오사업 등 신선장동력을 키우고 있다. 이 실장은 향후 이와 관련된 M&A나 투자업무를 맡게될 가능성이 높다.

CJ제일제당은 글로벌 식품 사업으로 지난해 3분기 누적 3조775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같은기간 영업이익은 227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9.4%, 영업이익은 38.8% 성장했다. 전체 식품 사업에서 글로벌 매출 비중은 46%에 달한다.

올해도 CJ제일제당은 캐나다·호주·태국·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에 도전한다. 미국에서는 비비고 브랜드 위상을 높이고, 2019년 인수한 대형 냉동식품 업체 슈완스를 통해 프리미엄 제품을 확대해 피자 시장 1위에 도전하겠다는 전략이다. 유럽에서는 독일·영국을 중심으로 만두, 김스낵 등 시장을 넓힌다.

이 실장의 성과가 중요한 시점에서 손경식 CJ그룹 회장이 올해 신년사에서도 그룹의 시가총액을 거론했다. 특히 손 회장은 2년 연속 신년사에서 시가총액을 언급한 가운데 CJ그룹 승계 작업의 재원이 될 CJ올리브영 기업공개 시점과 맞물려 주목받고 있다.

손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2년째 최고 실적을 달성하고 있음에도 그룹 시가총액이 정체된 것은 CJ그룹의 경쟁력에 대한 시장의 확신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의미”라면서 “새롭게 정립할 2025 중기전략을 성공적으로 실행해 글로벌 라이프스타일 기업으로 도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CJ그룹 계열사 보통주 시가총액은 이날 15조6410억원을 기록했고, 지난 1년간 15조~18조원대로 집계됐다.

특히 CJ그룹의 시가총액은 CJ그룹의 경영권 승계와 맞물려 있어 당분간 낮게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이재현 회장의 지주사 지분율은 42.07%으로, 이 회장의 지분가치는 주가 하락으로 지속 떨어지고 있다. 그러나 주가가 낮아야 최대주주가 자녀에게 지분을 넘길 때 증여세가 적어져 지분매수에도 유리하다.

결국 CJ그룹의 승계 자원이 될 CJ올리브영의 상장이 중요하다. 이 실장과 이 회장의 장녀인 이경후 CJ ENM 브랜드전략담당이 갖고 있는 CJ올리브영 지분이 지주사 지분 매입 및 상속세 등 승계 재원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CJ그룹의 승계가 마무리되기 위해서는 이 회장이 보유한 CJ 지분 42.07%를 이 실장이 넘겨받아야 한다. 이 담당의 CJ 지분율은 보통주 1.46%, 4우선주는 26.79%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 실장은 보통주 3.18%, 4우선주 28.98%를 갖고 있다. CJ 4우선주는 발행된지 10년이 되는 오는 2029년 3월부터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다.

만약 CJ올리브영이 증시 입성에 성공한 후 CJ그룹의 지분 승계가 이뤄지면 결국 이 실장을 내세운 3세 경영이 본격화될 수 있다.

다만 CJ올리브영은 지난해 예정했던 기업공개를 연기했다. 시장 상황을 고려했을 때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기 어려울 수 있다는 일부 주주 의견을 반영하면서다. 현재로서 CJ올리브영은 기업공개를 위한 시점을 지켜보는 상황이다.

CJ그룹 관계자는 “시가총액 자체에 의미를 부여했다기 보다는 CJ그룹 경쟁력에 대한 대외의 평가를 임직원에게 설명하고 미래성장 달성을 강조하기 위해 언급한 것”이라며 “올리브영은 상장 잠정 중단하면서 올해 상장을 재추진하겠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고 밝혔다. 이어 “올해 시장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추진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라며 “현재까지 결정된 것은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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