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제일제당, 퀴즌케이로 한국판 ‘르 꼬르동 블루’ 구상
이 회장의 발언 연장선···가공식품에서 한식 셰프 키우는 전략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이재현 CJ 회장의 ‘K문화’ 꿈을 이어받은 이선호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장이 K푸드에 집중하고 있다. 식품성장추진실에 입사한 이후 이 실장은 비비고, 플랜테이블 등 브랜드로 해외 K푸드 문화를 주도하고 있다. 해외에서 K푸드에 관심을 확인한 이 실장은 이번에는 한국판 ‘르 꼬르동 블루’ 설립을 위한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관심이 모인다.

1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이선호 실장은 CJ제일제당 글로벌 식품 사업 전략 등을 총괄하는 식품성장추진실장으로 배치된 이후 K푸드에 집중하고 있다.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은 지난해 개편으로 1담당과 2담당이 전략기획담당으로 합쳐지며, 1담당이었던 이 실장의 보직도 변경됐다.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 산하에 전략기획담당·식품M&A담당·카테고리이노베이션담당·뉴프론티어담당이 포함되면서 이 실장의 역할이 확대된 것이다. 올해부터 이 실장은 CJ제일제당의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 주목받기도 했다.

CJ제일제당 국내외 매출 추이 및 이선호 식품성장추진실장. / 자료=CJ제일제당, 표=김은실 디자이너
CJ제일제당 국내외 매출 추이 및 이선호 식품성장추진실장. / 자료=CJ제일제당, 표=김은실 디자이너

그중에서도 이 실장은 K푸드 글로벌 확산에 힘을 싣고 있다. CJ제일제당의 국내 식품 사업은 침체됐지만 글로벌 실적은 성장 흐름을 타고 있기 때문이다. 올 1분기 CJ제일제당의 실적만 봐도 국내 식품 매출은 1조4056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4330억원) 대비 소폭 감소된 반면, CJ제일제당의 해외 식품 매출은 올 1분기 1조3540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1765억원) 대비 크게 늘었다.

글로벌 국가에서 CJ제일제당이 비비고를 중심으로 성과를 거두자, 이 실장은 ‘퀴진케이(Cuisine.K)’로 글로벌 역량을 확대하고 있다. 퀴진케이는 CJ제일제당이 K푸드 글로벌 확산을 가속화하기 위해 유망한 젊은 한식 셰프들을 발굴, 육성하는 프로젝트로 이 실장이 직접 주도하고 있다.

CJ제일제당에 따르면 퀴진케이는 ▲국제요리대회 출전 ▲한식 팝업 레스토랑 운영 ▲해외 유명 요리학교 유학 지원 및 한식 교육 과정 개설 ▲한식 명인, 유명 셰프와 함께하는 식자재 연구 클래스 ▲한식 파인 다이닝 실습 등 5개의 핵심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비비고와 같은 가공식품으로 K푸드를 알렸다면, 이제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한식 셰프들을 통해 K푸드 세계화 전략을 펼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퀴진케이는 앞서 이 회장이 1995년 문화사업에 뛰어들며 발언한 것의 연장선이기도 하다. 이 회장은 “전 세계인이 매년 2~3편의 한국 영화를 보고, 매월 1~2번의 한국 음식을 먹고, 매주 1~2편의 한국 드라마를 시청하고, 매일 1~2곡의 한국 음악을 들으며 일상생활 속에서 한국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CJ는 그룹 중기 비전으로 ▲컬처 ▲플랫폼 ▲웰니스 ▲서스테이너빌리티 등을 4대 성장엔진으로 제시하고, 오는 2026년까지 총 20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특히 이 실장은 퀴진케이를 통해 한국판 ‘르 꼬르동 블루’ 설립을 구상하고 있다. 르 꼬르동 블루는 프랑스 왕 앙리 3세가 프랑스의 가장 중요한 기사단 중 하나로 꼽히는 ‘성령의 기사단’을 결성한 16세기 이래 ‘최고의 만찬’을 의미한다.

퀴진케이 프로젝트 아이디어를 내고 기획한 이 실장은 “퀴진케이 프로젝트는 K푸드 세계화를 더욱 가속화하기 위한 고민에서 나온 결과물”이라며 “미래의 꿈이지만 프랑스의 르 꼬르동 블루처럼 전 세계인이 한국 식문화를 배우는 한식전문학교 설립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CJ제일제당은 퀴진케이를 통한 한식 팝업 레스토랑을 오는 8월 말 선보일 예정이다.

슈완스가 미국 유통채널에서 아시안 데스티네이션을 운영하고 있다. / 사진=CJ제일제당
슈완스가 미국 유통채널에서 아시안 데스티네이션을 운영하고 있다. / 사진=CJ제일제당

유통업계에서는 이번 퀴진케이 프로젝트가 ‘글로벌’에 방점이 찍혔다는 점을 주목한다. CJ제일제당의 식품 매출 중 해외 부문은 꾸준히 성장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미국에 사업이 치중돼 있기 때문이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실적 보고서를 통해 올해 주요 전략으로 “(해외식품 부문은) 현지 니즈를 고려한 글로벌 확장성 강화, 캐나다·호주·태국 등 글로벌 시장을 확대하겠다”고 언급했다. 즉 이 실장이 줄곧 미국 시장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둔 만큼, 새로운 시장을 공략해 CJ그룹 경영 승계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이 실장이 식품성장추진실에 있으면서 미래 신사업을 발굴, 플랜테이블에도 직접 관여했고 이번 퀴즌케이 프로젝트도 직접 주도하고 있다”면서 “퀴즌케이를 통해 K푸드 세계화에 신경쓰는 동시에 가공식품에서 식품군으로 굳건히 하기 위해서는 인재 육성이 필요하다는 관점에서 퀴즌케이 프로젝트를 준비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올 8월말쯤 퀴즌케이 프로젝트 일환으로 한식 팝업 레스토랑을 열 계획”이라며 “선발된 셰프들은 3개월간 한식 메뉴 개발, 판매하는 공간을 마련하고 해외 유명 요리학교에 유학을 지원하는 등 퀴즌케이 프로젝트를 본격화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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