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LG생활건강·11번가·컬리 이어 신세계와 파트너십 통해 ‘반쿠팡 연합군‘ 형성…쿠팡 압박 강화

CJ제일제당이 이마트·SSG닷컴·G마켓 등 신세계 유통 3사와 파트너십을 맺고 공동 상품 개발을 추진한다. / 사진=CJ제일제당

[시사저널e=이숙영 기자] 식품업계 대표 기업인 CJ제일제당이 쿠팡 압박에 들어갔다. 지난해 말부터 납품 단가를 두고 쿠팡과 갈등을 겪어왔던 CJ제일제당이 국내 대형 유통기업들과 손을 잡으며, 쿠팡에 은근한 압박을 가하는 모양새다.

9일 CJ제일제당은 이마트·SSG닷컴·G마켓 등 신세계 유통 3사와 파트너십을 맺고 공동 상품 개발을 추진한다. 두 기업은 힘을 합쳐 올해 4분기 내 밀키트·비건 음식을 중심으로 혁신 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또 올 하반기 출시 예정인 CJ제일제당의 신세계 유통 플랫폼에 우선 공개하기로 했다.

이번 CJ제일제당과 신세계의 협업 배경에는 쿠팡과의 납품 단가 갈등이 있었을 것으로 관측된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말부터 쿠팡과 납품 단가 조정을 두고 갈등을 빚어왔다.

햇반·비비고 등 CJ제일제당의 제품에 대한 판매수수료를 정하는 과정에서 두 기업이 이견이 발생했고, 쿠팡이 CJ제일제당의 주요 제품 발주를 중단하며 갈등이 불거졌다. 이 갈등은 반 년 넘게 지속되며 자존심 싸움으로 번진 상태다. 두 기업 모두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가운데 CJ제일제당은 유통사인 쿠팡을 대체할 판매 채널을 찾기 위해 자사몰, 타 이커머스 등의 판매처를 모색하며 전투적으로 나서고 있다. 특히 기존 쿠팡의 ‘로켓배송’을 대체할 만한 익일 배송이 가능한 이커머스에 적극적으로 진출하며 ‘반쿠팡 연합군‘을 형성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CJ제일제당은 지난 3월 네이버가 운영하는 지정일 보장 서비스 ‘도착보장 전문관’에 입점했다. 또 같은 달 새벽배송을 하는 컬리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가정간편식(HMR), 가공식품 등 식품 개발을 진행키로 했다. 비슷한 시기 11번가 익일배송 서비스인 ‘슈팅배송’관 프로모션에도 대표 브랜드로 나섰다.

LG생활건강과도 손을 잡았다. CJ제일제당은 G마켓 등에서 자사 제품과 LG생건 제품을 묶어 판매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하며 관계를 공고히 했다. LG생건은 CJ제일제당 보다 앞서 쿠팡과 납품 단가를 놓고 갈등을 겪은 기업으로, 지난 2019년 공정거래위원회에 쿠팡을 신고한 후 쿠팡 직매입 발주를 중단한 상태다.

CJ제일제당은 이달 신세계 유통 3사와 파트너십을 발표하며 반쿠팡 연합군에 화룡점정을 찍었다. 신세계는 쿠팡을 따라잡기 위해 유료멤버십을 론칭하는 등 위협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쿠팡과 치열한 경쟁 중인 신세계가 반쿠팡 연합군에 합류하며 CJ제일제당에 힘을 실었다. 

◇쿠팡과 납품 단가 협상 중…압박은 ‘글쎄‘

업계에서는 반쿠팡 엽합군의 존재가 향후 제조사와 유통사간 납품 단가 협상에 영향을 미칠지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현재 진행 중인 CJ제일제당과 쿠팡 두 기업 중 어떤 기업이 최종 승기를 거머쥘 지가 관심이다. 

이에 대해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제조사와 유통사의 관계에 있어서는 유통사의 힘이 막강하다”며 “비비고와 같은 CJ제일제당의 제품이 쿠팡에 없다고 해서 소비자가 쿠팡을 버리고 11번가나 다른 플랫폼으로 움직이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쿠팡 연합군이 형성돼도 CJ제일제당이 납품 단가 협상 테이블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긴 쉽지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이 교수는 “과거에도 대형마트가 사업을 시작할 당시 제조사와 납품 단가를 두고 갈등을 겪은 일이 있었지만, 결국 유통채널이 승리했다”고 부연했다.

다만 반쿠팡 연합군에 더 많은 기업이 합류한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다. 네이버, 11번가 등 플랫폼의 익일배송 서비스가 안정화되고 지금보다 대중화되면 가격 협상에서 불만을 가진 기업들이 이들 플랫폼으로 이동할 수 있다. 이 경우 쿠팡도 납품 단가 협상에서 강하게 나가기 어려워진다.

CJ제일제당과 쿠팡은 절대 밀리지 않겠다는 입장으로 대치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두 기업 모두 만족할 만한 협상안을 내놓지 못해 지지부진한 상태다. 두 기업의 협상이 완전히 끊길 일은 없지만, 전통 강호인 CJ제일제당과 시장 강자가 된 쿠팡 양측 다 양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교수는 “플랫폼이 옛날보다 다양해지고 변화가 치열한 만큼 유통사도 가시방석이다. 소비자가 플랫폼을 버리고 다른 곳으로 움직이기 쉬워져 유통사들도 고통스러운 것이 현실”이라며 “두 기업은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합의점을 찾을 것이다. 결국 누가 먼저 굽히냐의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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